언론 보도2016. 11. 18. 13:56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1116000416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12. 배드랜즈

품격 있는 클래식 록을 전하는 젊은 하드 록의 패기




▲ 그룹 배드랜즈의 1989년 데뷔앨범 'Badlands'. 김정범 제공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는 고전 록 팬들이라면 누구나 '엄지 척'하는 전설의 밴드입니다. 1968년 영국 버밍햄에서 결성된 이 밴드는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시에 사회적 금기를 깨는 가사로 학부모, 기성세대와 옥신각신하는 역사가 이즈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이들의 노래 중 1972년 작 '체인지스(Changes)'는 어린 시절 저에게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깊이 빠져들게 하는 멜로디와 편곡도 그렇지만 들어본 적 없었던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으로, 지금은 '오스본 패밀리'라는 해외 예능 프로그램으로 더 알려진 관록의 음악가이지요. 블랙 사바스 이후 오지 오스본은 독립하여 그의 밴드를 이끌며 헤비메탈의 전성기를 이끌어 가고 있죠. 헤비메탈이 사탄의 음악이라는 논쟁부터 갖가지 사회적 물의의 정점을 찍었던 인물로 기억합니다.

저는 오지 오스본의 음악을 좋아했던 팬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가 헤비메탈 라이브를 비록 불법 복제 비디오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된 것이 오지 오스본의 공연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이웃 대학생 형, 누나들이 그런 음악가의 비디오를 보면 위험하다고 저에게 주의하라고 했던 지라 정말 무슨 대단한 비밀스러운 비디오를 입수해서 보는 것인 양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1983년 오지 오스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Bark at the Moon' 발매를 기념한 이 공연은 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록의 라이브를 간접적이나마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한 것이었지만 연주자들의 퍼포먼스가 너무 멋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록 음악에서 기타리스트라는 존재가 이렇게 멋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습니다. 

이 비디오를 수십 번 돌려보면서 사실 기타리스트만 봤는데요, 그 기타리스트가 바로 제이크 이 리(Jake E Lee)였어요. 제 인생의 첫 기타리스트가 바로 그였던 것이지요.

1957년 미국 태생의 제이크는 1983~1987년 오지 오스본과 활동하며 세상에 그의 존재를 드러내었지요. 당시 많은 학교의 밴드들이 암흑의 경로로 기타 악보를 구하여 따라 치던 때였죠. 제이크의 연주는 그중에서도 아주 난도가 높은 곡으로 기억됩니다. 사실 그의 진정한 진가는 오지 오스본 밴드 이후 그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배드랜즈(Badlands)의 음악입니다. 배드랜즈는 1989년 데뷔앨범 'Badlands'와 1991년 'Voodoo Highway'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사라진 밴드인데요. '배드랜즈'는 정말 대단한 앨범이었습니다. 정통 하드록을 계승했지만 무척 트렌디하다고 해야 할까요.

레드 제플린과 블랙 사바스 등 헤비메탈을 태동시켰던 전설적인 밴드의 클리셰들이 모두 담겨있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은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제이크의 놀라운 작곡과 연주였습니다. 전혀 화려하지 않지만 블루스에 깊게 뿌리를 둔 연주를 바탕으로 거의 전 트랙을 작곡한 제이크는 이 음반을 통해 클래식 록이 이렇게까지 품격 있게, 그러나 젊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들려주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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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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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6. 1. 4. 17:57

 

 

지난주 오랫동안 함께 해 온 밴드 친구들과 초대를 받아 공연했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소속사 직원분들, 연주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식당에서 고추장찌개가 나오더군요. 얼마 만에 눈앞에서 보는 고추장찌개인가요! 그러고 보니 해운대에 살면서 고추장찌개의 존재를 아예 잊고 있었더라고요. 진정한 서울식 입맛이라 불리던 저희 아버지의 취향으로 우리 집에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고추장찌개가 식탁에 빠진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부산을 비롯한 어떤 지역에는 이 고추장찌개가 상당히 생소합니다. 가끔 부산의 지인들과 음식 얘기를 나눌 때 "그런데 형, 서울 사람들은 왜 고추장찌개를 먹어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부산의 음식과 문화를 좋아해서 이곳에서 사는 저로서는 이런 질문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말이죠. 그날 제가 이 고추장찌개를 떠먹는 순간, '와, 너무 맛있다. 이게 얼마 만이야!'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러면서 내가 아무리 부산의 음식과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결국에는 서울 사람이었던 것인가? 하는 자책 아닌 자책이 들더군요.  

그 자리에서 고추장찌개는 아예 손대지도 않던 부산 출신 분들과 이 얘기를 나누며 한참 혼자 웃었더랬지요. 그러고 보면 사람들에게는 정말 결코 바뀔 수 없는 문화나 취향의 공감대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대부분의 대중음악 콘서트가 12월에 열리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연말에는 그 수가 상당합니다. 분명 누군가 그렇게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물론 12월에 열리는 콘서트가 어울려서 때를 기다린 아티스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수많은 대중음악 공연이 연말에 집중되어 열리는 문화는 솔직히 참 어색합니다. 라이브 공연이 그 아티스트의 음악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라기 보다, 꽤 오랫동안 우리에게 다른 이유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음악이 정말 휘발유처럼 빠르게 소비되고 음악이 음원으로 불리는 시대, 이러한 조짐은 이미 전부터 꽤 오랫동안 국내 특유의 문화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만난 관객분들이 무척이나 고맙고 반가웠음에도 공연의 마지막으로 연말 신년인사를 건네고 있는 저 자신에게 어색함을 느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니었을까요. 

앨라배마 셰이크스(Alabama Shakes)의 음악을 들을 때면 저 자신에게 깊이 스며들어 바뀌지 않는 음악과 감성의 취향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줍니다. 2009년 활동을 시작한 미국 4인조 밴드 앨라배마 셰이크스는 보컬과 기타를 맡은 브리타니 하워드 특유의 목소리와 개성 있는 음악으로 엄청난 반향을 얻고 있는데요. 국내외 평단과 음악 마니아들에게 한 해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아티스트로 이들을 꼽는 데는 모두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솔 감성이 충만한 이들의 루트락 사운드를 듣노라면 어린 시절부터 제가 들어왔던 모든 음악이 다 녹아있는 듯하지요. 그래서 오늘날의 감성으로 새롭게 포장된 이들의 옛 사운드는 마치 새 단장을 마친 내 집에 온 듯한 포근함과 신선함을 준답니다. www.pudditorium.com

 

 

 

 

 

 

 

 

 

 

 

뮤지션 :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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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12. 28. 14:23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225000018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67. 엘 바너

소통 방식과 세대 차이를 두루 아우르는 팝의 본보기




저는 몇 년간 미루어왔던 푸디토리움의 새 앨범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한 해는 아마 이 앨범을 위해 대부분 시간을 보내게 되겠지요. 앨범 준비를 하면서 소속사 직원분들이나 지인들, 요즘 사람들이 어떻게 음악을 접하게 되는지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있는데요. 특히 학교에서 수업하면서 학생들이 어떻게 음악을 접하고 소비하는지 관찰해보는 것도 참 흥미롭습니다.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여러 작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새로운 뮤지션이나 음악을 만나게 되는 것도 일반적입니다. 오히려 이런 소셜 미디어의 불특정 노출이 어떠한 음악 사이트나 앨범보다 파급력이 클 때도 있습니다. 또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일반인도 쉽게 노래를 부르고 그 모습과 음악을 여러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도 있지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뮤지션이나 아티스트보다 이런 비디오 클립이나 짤막한 음악이 더 많은 열성 팬을 형성하는 것도 이제는 흔한 일입니다.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방송에 노출된 라이브는 바로 음원화 되어 즉시 우리 주위에 울려 퍼집니다. 마치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이 주문과 동시에 나오는 것만큼이나 속도도 빠르고 그 양도 엄청납니다. 

사실 이러한 것은 어릴 때 LP나 테이프를 사서 음악을 들었던 저 같은 사람에게는 무척이나 익숙하지 않고 공감하기도 힘든 방식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음악을 들려주는 제 방식이 너무 낡아만 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그것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과 문화라고 해도 나쁘거나 옳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학생이 피아노와 작곡에 열중하기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듯 사람들과 음악을 공유하는 모습도 하나의 음악적 표현이 될 수 있지요. 본인이 이러한 방식에 집중하고 더 없이 자신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면요. 다소 조악한 음악 관련 소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발견하고 접하게 되면 어떤가요. 그것이 자신이 음악을 더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특정한 기준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겠지요. 

싱어송라이터이자 멀티 인스트루먼탈리스트인 엘 바너(Elle Varner)의 음악은 이러한 세대와 소통방식의 격차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팝 아티스트의 현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부모가 쿨앤더갱과 베리 화이트 등 유명 뮤지션과 작업했던 뮤지션이였기에 어린 시절부터 스튜디오에서 수많은 음악과 현장을 경험했다고 하는데요. 뉴욕대 수학 후 본격적으로 데뷔한 그녀의 음악은 전문가와 비전문가 모두의 인정을 넘어선 빼어난 음악을 들려줍니다. 또 실제로 국내를 비롯해 뮤지션을 꿈꾸는 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한 번쯤 빼놓지 않고 부르는 레퍼토리이기도 하고요. 

알앤비와 팝의 깊은 역사를 간직한 듯한 그녀의 깊은 음악과 목소리는 가볍게 일상에서 흘려듣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습니다. 게다가 듣자마자 빠져들게 되는 무척 중독성 강한 멜로디는 이 시대의 팝 음악의 모습을 여러모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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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12. 28. 14:11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218000010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66.빌 찰랩과 토니 베넷

고목처럼 깊은 목소리와 고전적 연주, 크리스마스에 제격


▲ 빌 찰랩과 토니 베넷의 2015년 앨범 '더 실버 라이닝(The Silver Lining)'. 김정범 제공

 
어린 시절 매년 12월이 되면 가족이 모여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어 장식했습니다.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선물을 믿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가족이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만들면 곧 제 머리맡에 멋진 선물이 놓일 거라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곤 했지요. 큰 크리스마스트리는 아니었지만, 집이 이사하고 세월이 흘러도 아버지는 그 트리와 장식들을 항상 간직하셨습니다.
 
매년 그것들은 조금씩 더 낡아 갔습니다. 새로운 장식품을 조금씩 늘려나가긴 했지만 왜 이 헌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을 아예 새것으로 바꾸지 않는지 저는 참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이미 그것들은 너무 오래된 아주 촌스러운 장식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말이지요. 중년의 어른이 된 저에게 크리스마스에 관한 모든 세월의 기억은 이 크리스마스트리에서 출발합니다. 한해 한 해의 기억들이 그 트리가 나이를 먹는 만큼 같이 자라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함께했던 시간 그 소중한 기억의 한가운데에는 이 낡은 크리스마스트리가 항상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주 작은 장식품 하나하나까지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겠지요. 

얼마 전 저는 집에 새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들을 마련했습니다. 아내와 아기와 함께 부산 평화시장과 시내의 작은 백화점들을 돌아다니며 하나씩 마음에 드는 장식품을 담았지요. 새 가족이 생기면 꼭 크리스마스트리를 장만해야지 하는 생각을 해 왔거든요. 아기에게 첫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주 예쁜 트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기가 한 살씩 커 가면 이제 이 새 크리스마스트리도 나이를 먹을 거예요. 그리고 반짝거리는 장식품도 조금씩 다시 낡아갈 겁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도 우리가 함께한 이 소중한 시간의 기억의 한 가운데 이 크리스마스트리가 항상 함께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가족이 소파 앞에서 따듯한 코코아 한잔과 함께 이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장식할 상상을 해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네요.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Tony Bennett)과 재즈 피아니스트 빌 찰랩(Bill Charlap)이 함께한 2015년 작 앨범 '실버 라이닝(The Silver Lining)'은 이 행복한 상상과 함께 틀 음악으로 이미 제가 꼽아놓은 앨범입니다. 올해 가을에 발매된 이 앨범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뮤지컬 작곡가 제롬 컨(Jerome Kern)의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토니 베넷의 오래된 나무 같은 깊은 목소리와 빌 찰랩의 정통성 있고 고전적인 연주로 해석한 제롬 컨의 음악들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재즈와 목소리 그리고 피아노가 함께하는 명반입니다. 

물론 이 앨범이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하는 중후하고 연륜 깊은 세월의 감성들은 어떤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보다 더 진한 크리스마스의 향취를 내는데 더할 나위 없답니다. 여러분의 크리스마스도 이 음반이 더욱 멋지게 해줄 거로 의심치 않습니다! www.pudditor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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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12. 11. 11:29

원문 주소 :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211000006

 

디토리움의 음반가게 - 165. 라이언 트루즈델

 

'길 에반스 프로젝트' 재즈의 오늘과 그 의미를 복원하다

 

▲ 2012년 라이언 트루즈델의 '길 에반스 프로젝트' 앨범 'Centennial' 김정범 제공

 

 

내년 2월에 열리는 제58회 그래미상의 후보들이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각 부분과 그 후보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가 있는데요. 저의 첫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베스트 라지 재즈 앙상블(Best Large Jazz Ensemble)' 부문입니다.  
 
올해의 후보로 '길 에반스 프로젝트(Gil Evans Project)'의 앨범 '라인즈 오브 컬러(Lines Of Color)'가 올라와 있습니다.  
 
길 에반스는 1912년에 태어나 1988년에 생을 마감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편곡가입니다. 그의 음악과 영향은 재즈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현대 재즈 오케스트라가 그의 음악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오늘날의 재즈를 있게 한 거장으로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길 에반스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길 에반스 프로젝트'는 길 에반스의 재즈 오케스트라 음악을 더욱 세밀하고 본래 의도에 맞게 복원하여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의미 있는 작업의 중심에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편곡가 라이언 트루즈델(Ryan Trusdell)이 있습니다. '길 에반스 프로젝트'의 대장이자 이 작업을 이끌어 온 장본인이지요. 라이언 트루즈델은 보스톤의 뉴잉글랜드 컨저버토리에서 작곡을 전공하며 다양하고 깊이 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놀라운 작업물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제가 처음 라이언을 알게 된 것은 마리아 슈나이더의 앨범을 통해서였습니다. 마리아 슈나이더의 열렬한 팬이었던 저에게 라이언 트루즈델은 그녀의 음악 조력자로 무척이나 궁금하고 신선했습니다. 그의 탁월한 재능이 앨범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였거든요.

세월이 지나 얼마 전 제가 영화 '허삼관'의 사운드트랙을 한창 진행할 무렵이었습니다. '허삼관' 음악의 최종 결과물은 클래식 심포니 오케스트라였지만, 초기 계획은 사실 재즈 오케스트라 앙상블을 중심에 둔 사운드트랙이었지요.  

많은 고민을 하며 푸디토리움의 음반을 같이 제작해 온 뉴욕의 친구들과 이에 관해 메일을 주고받았는데요.  

어느 날 '옐로우 자켓'의 드러머이기도 했던 마커스 베일러가 저에게 "라이언 트루즈델에게 한번 연락을 해보는 건 어때? 나는 그가 뉴욕 최고라고 생각해" 하며 그의 연락처를 주더군요.

저는 "뭐? 내가 아는 라이언 트루즈델, 그 엄청난 작·편곡가를 얘기하는 거야?"하고 무척 놀랐지요. 덕분에 저는 라이언 트루즈델과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많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영화음악의 콘셉트가 전면적으로 수정되면서 라이언과 이 작업을 같이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매번 장문에 걸친 그의 메일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논리 정연하고 본연의 의미를 되짚어가는 그의 음악은 마치 그의 서신을 닮아있는 듯했거든요. 

오늘 음반가게에서는 2012년 라이언 트루즈델의 길 에반스 프로젝트 앨범 'Centennial'을 소개해드립니다.  

오늘이 지나기 전, 라이언에게 축하 메일을 한 통 써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멋진 작업을 영원히 응원할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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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 김정범 

Posted by 스톰프뮤직
언론 보도2015. 12. 4. 11:57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204000005



164. 아메리칸 하드록의 뜨거운 비상 벤 헤일런

음반 판매 1천200만 장 넘긴 경이로운 형제 록 밴드



진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교육 방법이 꽤 많습니다. 거창하지 않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가령 예를 들면 이런 것이지요. 문학이나 미술은 반드시 옛 작품부터 접해야 하고, 그 역사와 의미 역시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것이지요.
 
사실 우리에게는 '고전'에 대한 강박이 있습니다. 그것도 무척 고집스럽게요. 고전을 듣고 보아야만 무엇인가를 알고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역사를 뛰어넘는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고전의 위대함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고전의 위대함과 그것을 교육하거나 누리는 방식,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예술 장르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대중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루스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 록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핑크 플로이드나 레드 제플린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는 말은 제가 초등학교 때 한창 음악에 빠질 무렵 들었던 말인데요. 지금까지도 이런 상황을 주위에서 종종 접합니다. 저 역시 핑크 플로이드와 레드 제플린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직도 이 앨범을 전부 LP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지요. 그런데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 왜 이 음반을 들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초등학교 시절을 훌쩍 넘어 이제 중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고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사회의 문화적 척도의 지표이자, 성숙도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아주 귀중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자유로움이 아닌 강박으로 다가올 경우, 고전은 우리에게 '꼰대'처럼 군림하게 되지요. 심지어 가끔은 아집과 편견으로까지 변하기도 합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건,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생이건, 순수한 마니아이건, 자기가 좋아하는 그때의 음악을 들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음악을 그 순간 충분히 즐기면 됩니다. 

우리가 음악을 즐기고 있는 그 순간만큼 음악을 온전히 이해하는 행위가 더 있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리는 '벤 헤일런(Van Halen)'의 음악과 1986년 작 '5150'은 제가 이런 조언 아닌 조언을 한창 들었던 학창시절 때 즐겨 들었던 앨범입니다.  

기타리스트 에디 벤 헤일런과 드럼연주자 알렉스 벤 헤일런 이 두 형제가 주축이 되어 결성된 이 밴드는 70~80년대 미국 하드록의 부흥과 그 시기를 함께 합니다. 

미국 내에서 1천2백만 장이 넘는 경이적인 판매량을 올리며 가장 성공한 록 밴드로 손꼽히지요. 데이빗 리 로스, 세미 헤거, 게리 셰론 등 미국 하드록의 정통적이고 유명한 보컬리스트들이 거쳐 간 밴드로도 유명한데요. 에디 벤 헤일런의 작곡과 기타 연주는 유명세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해머링과 태핑이라는 전자기타 연주 기술은 지금도 에디 벤 헤일런보다 훌륭한 녹음이 없다고 저 역시 믿고 있을 정도이지요. 이들의 음악은 전통적인 블루스나 레드 제플린의 음악과는 다른 록 음악이지만, 저에게는 지금까지 가장 애장하는 보물 LP랍니다. www.pudditorium.com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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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11. 23. 13:57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119000007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62.조용하지만 또렷하고 묵직한 발걸음 미셸 엔디지오첼로

음악으로 승화한 긴 삶의 여정



우리 사회에서 '나이가 든다'는 말은 상당히 많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단순하게는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처럼 신체적인 노화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나이가 든다는 여러 의미 중 하나는 자신의 의지로 변화 가능한 영역을 사회적인 삶에서 명확하게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반대로 말하자면, 자신의 의지로 절대 변화시킬 수 없는 삶의 영역이 무엇인지를 더 또렷하게 알아가는 것이겠지요. 현실을 직시한다는 것은 이 두 영역의 분리와 경계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살아간다는 것'을 더 잘 알게 되면서도 한편으로 좌절이나 실망의 씁쓸함이 혀끝에서 맴돌기도 하겠지요. 
 
미셸 엔디지오첼로(Meshell Ndegeocello)의 음반을 듣고 있노라면 오랜 삶의 직시 속에서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걸어가는 한 예술가의 걸음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그 발소리는 무척이나 또렷하고 명확합니다. '삶을 정면으로 응시하다'는 표현은 정말이지 미셸 엔디지오첼로의 음악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문구가 아닐까 하는데요. 그녀는 1968년 베를린 출생의 미국 여성 음악가예요. 작곡가이자 보컬리스트이면서 훌륭한 베이스 연주자이자 래퍼기도 하지요. 리듬앤블루스, 힙합과 레게, 록 등 전 장르가 버무려진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앨범마다 확연히 다른 색깔과 변화를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녀의 음악은 팝 음악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네오 소울의 태동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 장본인이라는 얘기도 듣고 있지요. 양성애자로서의 커밍아웃과 유명 페미니스트 작가와의 열애 등이 그녀의 가십거리로 아직 등장하지만, 그녀의 진가는 오직 음악 속에서 빛을 발합니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의 기술로 베이스를 연주하며 동시에 노래하던 그녀의 데뷔 모습은 미국 팝 역사상 가장 독특한 여성 음악가 캐릭터의 등장을 보여줍니다. 동시에 여성 싱어송라이터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관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계기가 되었지요. 

팝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아주 중대한 지점에 미셸 엔디지오첼로가 항상 존재합니다. 오늘은 그녀의 세 번째 앨범인 1999년 작 '비터(Bitter)'를 여러분과 같이 듣고 싶은데요. 어제는 전화로 제 넋두리를 듣던 아내가 진해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여좌동의 개천을 가방을 멘 채 걷고 있는 두 여자아이의 사진이었어요. 여좌천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곳이자 세상에서 가장 멋진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비 온 뒤 손을 호호 불며 추워하면서도 한 걸음씩 긴 개천을 걷는 두 여자아이가 무척 인상 깊었네요.

오랜 발걸음 끝의 길 마지막에는 희망이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만큼 걸어왔고 또 계속 걸어가고 있기에 자신의 가치와 위안을 충분히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희망과 성공은 길 끝 어딘가에도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가 아니라 우리의 모습 그 자체일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어제 사진 속의 두 아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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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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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11. 13. 11:40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112000024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61.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함께하는 서정의 미래 '윔'

진보적 테크닉으로 녹여낸 아련한 감성


▲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윔'의 앨범. 김정범 제공


고백하자면 평소 가깝게 지내는 음악동료들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숫자는 적어도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얼마 안 되는 뮤지션들은 모두 친분을 떠나 제가 워낙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인데요. 이런 팬심으로 사석에서 가끔 사는 얘기를 같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삶의 큰 행복입니다. 선배이건 후배이건 동년배 친구건 간에요.
 
오늘 소개해 드릴 '윔(Wym)'의 2014년 앨범 '애프터 문(After Moon)'은 그래서 저에게도 참 각별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윔은 '뵤른(Bjorn)'이라는 스테이지 네임으로 활동하는 변준형의 첫 솔로 정규앨범입니다. 그는 이 앨범에서 작곡 작사 편곡 노래 프로듀싱 엔지니어링 등 모든 앨범의 전 제작 과정을 홀로 담당합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뵤른은 졸업 이후 버클리 음악대학교에서 뮤직 프로덕션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는데요. 학업과 동시에 보스턴의 클럽에서 디제이로 활동하던 그는 졸업 후 뉴욕으로 건너가 디제잉과 현지 아티스트들의 음악 작업을 이어가지요. 귀국 후 허동과 함께 '엠디에스(MDS)'라는 듀오를 결성해 본격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입니다.  

엠디에스의 '아임 더 리믹스'라는 타이틀의 2011년 데뷔앨범은 기존의 가요를 재해석한 리믹스 앨범을 표방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리믹스는 국내 기존 일렉트로닉 음악과는 달랐던 상당히 실험적인 앨범이었습니다. 엉뚱하고 재치있는 진지함과 다소 기괴함이 버무려진 앨범이었지요. 입소문을 타고 이들은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와 시티브레이크 등 국내 유명 페스티벌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팬들의 지지를 얻어갔습니다.  

이후 작년에 뵤른은 윔이라는 12곡이 수록된 솔로 정규앨범을 선보이게 된 것이지요. 사실 디지털 싱글과 이피 앨범이 난무하는 시대에 12곡으로 빽빽하게 채운 국내 일렉트로닉 앨범을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곡 수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이 앨범에 담긴 한땀 한땀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지점인데요. 세상의 다양한 트렌드 음악들과 그 아이디어들이 오직 뵤른의 손안에서 오롯이 녹아 그만의 확고한 음악 세계를 예고합니다.  

무엇보다 멜로디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노련함과 진보적인 테크닉을 들려줌과 동시에 우리를 따듯한 감성으로 이끌어 줄 아날로그의 아련함이 같이 녹아있습니다. 이것이 이 앨범을 정말 보기 드문 국내의 앨범으로 손꼽게 되는 이유이지요.  

사실 뵤른은 보스턴 유학 시절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학교 동료였습니다. 푸디토리움의 첫 앨범을 옆에서 모니터해주었기도 하고요. 뉴욕의 클럽들에서 북유럽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의 라이브를 같이 보며 "어떻게 저렇게 하는 거지!"라며 밤새 토론을 하기도 했지요. 그 시간의 치열함과 열정이 이제 선을 보이게 되는데요.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그 치열했던 시간으로 제가 돌아가는 듯해 무척이나 애정이 가는 음악들입니다. www.pudditor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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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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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11. 2. 18:07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029000015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59. 어느 10월의 가을을 기억하게 하는 노래 배리 매닐로

사각사각 낙엽 밟으며 듣고 싶은 '달콤한 슈가팝'



한동안 기억에 잊혀 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이 스며드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 이 음악들이 갑자기 왜 이토록 마음속으로 다가오는지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데도 말이지요. 심지어 더 당황스러운 것은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이런 음악을 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에요. 동네 미용실에서 아주머니들과 도란도란 앉아서 파마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흘러나오는 라디오 헤드의 음악에 대화를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순간 혼자 울컥해진다든가, 또 야외에서 가족들과 고기를 굽다가도요. 라디오에서 들리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가사에 '센치' 해진 나머지 고기를 전부 태워버린다든가 하는 등등요. 그러고 보면 어쩌면 이런 음악들이 각자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나만의 음악들일는지도 모릅니다. 

이 계절에 여러분들만의 음악은 어떤 것들인지 저도 궁금해 지는데요. 저에게도 저만의 10월의 그리고 가을의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배리 매닐로의 음악들, 그중에서도 오늘 음반가게를 통해 소개해 드리는 1984년작 새벽 두 시의 파라다이스 카페 (2:00 am Paradise Cafe) 음반이 그렇습니다. 

특히 이 시기 즈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배리 매닐로의 '10월이 가면 (When October Goes)'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단풍 나뭇잎 하나 두 개쯤 주섬주섬 손에 들고 한적한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지요. 배리 매닐로는 1943년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가수이자 작곡가, 그리고 프로듀서입니다. 수많은 빌보드 히트 싱글들과 멀티 플래티넘 앨범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스코와 발라드, 꽤 폭넓은 장르의 음악들을 다루고 있지만 모든 음악을 관통하고 있는 배리 매닐로식 특유의 감성은 참으로 달콤합니다. 국내에서 그의 음악을 소위 슈가 팝이란 말로 지칭하며 슈가 팝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 이유 역시 음악에서 일관되게 들리는 달콤함과 낭만적이면서 우수 어린 노랫말과 멜로디 때문입니다. 특히 이 음반은 배리 매닐로 음악의 격조를 한층 더 끌어올린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멜 톰과 사라 본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며 더욱 세련미를 더해주고 있어요. 3일 동안의 리허설을 거쳐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튜디오에서 모든 곡을 수정 없이 한 테이크로 녹음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라이브의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연주와 스튜디오 녹음의 정교함 이 둘을 함께 보여 준 가장 모범적 팝의 명반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의 전설인 사라 본과 함께 한 '블루(Blue)'는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자 여러분에게 이 10월에 꼭 들려 드리고 싶은 음악입니다. 오늘도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이 곡을 소개하고 음반가게를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순간 오늘이 꿈을 꾸는 듯한 10월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앨범은 배리 매닐로가 어느 날 꾼 꿈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던데 아마 그래서 일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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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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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10. 29. 18:45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022000025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58. 러시아 클래식의 현재와 미래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

완벽한 구성의 멜로디에 압도되는 느낌


얼마 전 음악을 들으며 길을 달리다 저도 모르게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탄성이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흘러나오는 음반의 한 트랙이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밀려오는 감정의 파장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날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요? 또 혼자 음악을 들을 때 종종 그렇게 탄성을 지르지는 않느냐고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을 듣다 혼잣말을 하는 습관도 없고요. 그날 유난히 감성적이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순수하게 그 음악 자체에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경이로움을 느꼈던 거죠. 
 
이 기억은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때때로 떠오르는데요. 왜냐하면, 한창 음반을 사모으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을 듣느라 잠까지 설치던 학창시절이었다면 모를까 그 이후 한참 어른이 된 지금 이토록 제가 열렬할 수 있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거든요. 물론 음악의 감성이 그날따라 저의 마음을 유난히 움직였을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곡들이 보여주는 구성과 형식 그리고 멜로디에 압도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멋진 회화 작품을 보았을 때의 그것처럼요. 

'정말 어떻게 이런 완벽한 곡을 쓸 수 있는 거지?' 라는 감탄이 음악을 듣는 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클래식 작곡가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의 음악이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예전 음반가게에서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레타 발티카의 음반을 다루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에도 음악을 접하면 접할수록 저를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1946년 모스크바 태생의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는 현재까지 현존하는 위대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에요. 콘체르토와 오케스트라, 챔버음악을 주로 써오고 있는 그는 저에게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한 번 보게 할 만큼 특히 요즘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의 작곡법은 음렬에 바탕을 둔 12음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현대음악의 작곡기법으로 알려진 이 테크닉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는 사실 다소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는 작곡가이자 더불어 민속음악학자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의 음악을 살펴보자면 역사와 종교 등 광범위한 민족과 정치적인 이슈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러한 이유로만 생각해본다면 그의 음악은 이미 들어보기 전에 우리에게 무척이나 낯설 것처럼 느껴질 것 같은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의 음악은 정말 듣기 좋습니다. 압도적으로 아름답거든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클래식 음악의 한가운데 그의 음악은 분명 정통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대의 클래식 기법들이 교과서적으로 보이지요. 이렇게 아카데믹하기만 할 것 같은 음악이 이토록 뛰어난 멜로디와 감성으로 풀어져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그의 세계를 직접 소리로 경험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www.pudditorium.com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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