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11. 18. 13:56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1116000416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12. 배드랜즈

품격 있는 클래식 록을 전하는 젊은 하드 록의 패기




▲ 그룹 배드랜즈의 1989년 데뷔앨범 'Badlands'. 김정범 제공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는 고전 록 팬들이라면 누구나 '엄지 척'하는 전설의 밴드입니다. 1968년 영국 버밍햄에서 결성된 이 밴드는 헤비메탈이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동시에 사회적 금기를 깨는 가사로 학부모, 기성세대와 옥신각신하는 역사가 이즈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이들의 노래 중 1972년 작 '체인지스(Changes)'는 어린 시절 저에게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깊이 빠져들게 하는 멜로디와 편곡도 그렇지만 들어본 적 없었던 보컬리스트의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지 오스본(Ozzy Osbourne)으로, 지금은 '오스본 패밀리'라는 해외 예능 프로그램으로 더 알려진 관록의 음악가이지요. 블랙 사바스 이후 오지 오스본은 독립하여 그의 밴드를 이끌며 헤비메탈의 전성기를 이끌어 가고 있죠. 헤비메탈이 사탄의 음악이라는 논쟁부터 갖가지 사회적 물의의 정점을 찍었던 인물로 기억합니다.

저는 오지 오스본의 음악을 좋아했던 팬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제가 헤비메탈 라이브를 비록 불법 복제 비디오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된 것이 오지 오스본의 공연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이웃 대학생 형, 누나들이 그런 음악가의 비디오를 보면 위험하다고 저에게 주의하라고 했던 지라 정말 무슨 대단한 비밀스러운 비디오를 입수해서 보는 것인 양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1983년 오지 오스본의 세 번째 정규 앨범 'Bark at the Moon' 발매를 기념한 이 공연은 저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록의 라이브를 간접적이나마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한 것이었지만 연주자들의 퍼포먼스가 너무 멋있었거든요. 무엇보다 록 음악에서 기타리스트라는 존재가 이렇게 멋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습니다. 

이 비디오를 수십 번 돌려보면서 사실 기타리스트만 봤는데요, 그 기타리스트가 바로 제이크 이 리(Jake E Lee)였어요. 제 인생의 첫 기타리스트가 바로 그였던 것이지요.

1957년 미국 태생의 제이크는 1983~1987년 오지 오스본과 활동하며 세상에 그의 존재를 드러내었지요. 당시 많은 학교의 밴드들이 암흑의 경로로 기타 악보를 구하여 따라 치던 때였죠. 제이크의 연주는 그중에서도 아주 난도가 높은 곡으로 기억됩니다. 사실 그의 진정한 진가는 오지 오스본 밴드 이후 그가 주축이 되어 결성한 배드랜즈(Badlands)의 음악입니다. 배드랜즈는 1989년 데뷔앨범 'Badlands'와 1991년 'Voodoo Highway'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사라진 밴드인데요. '배드랜즈'는 정말 대단한 앨범이었습니다. 정통 하드록을 계승했지만 무척 트렌디하다고 해야 할까요.

레드 제플린과 블랙 사바스 등 헤비메탈을 태동시켰던 전설적인 밴드의 클리셰들이 모두 담겨있지만 결코 진부하지 않은 신선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제이크의 놀라운 작곡과 연주였습니다. 전혀 화려하지 않지만 블루스에 깊게 뿌리를 둔 연주를 바탕으로 거의 전 트랙을 작곡한 제이크는 이 음반을 통해 클래식 록이 이렇게까지 품격 있게, 그러나 젊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들려주었지요.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