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5. 12. 11. 11:20

원문주소 : http://www.edaily.co.kr/news/NewsRead.edy?SCD=JI51&newsid=01308726609597208&DCD=A405&OutLnkChk=Y

 

피아노 치는 남자…四色 음반, 여심 두드리다
클래식계 젊은 남자 피아니스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독집앨범, 윤홍천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2’, 조성진의 ‘쇼팽콩쿠르 실황’ 앨범, 7년만에 독주음반을 낸 임동혁의 ‘쇼팽 전주곡’ 등 四色 음반(사진=빈체로·스톰프뮤직·유니버설 뮤직·워너클래식).

한국 피아노음악 르네상스
조성진 '쇼팽'…노련함에 '클맹'도 환호
임동혁 '쇼팽'…절제된 음색 위 큰 울림
김선욱 '베토벤'…솔직담백한 소나타 전곡
윤홍천 '모차르트'…드라마틱한 감정선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국내 클래식 음반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조성진(21)의 쇼팽피아노콩쿠르 우승이란 낭보를 타고 임동혁(31), 김선욱(27), 윤홍천(33) 등 젊은 남성 피아니스트의 음반과 공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래식계에 이례적으로 한국의 피아노음악이 르네상스를 맞은 듯한 분위기다.  

피아노 치는 남자…四色 음반, 여심 두드리다
9일 음반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조성진 ‘쇼팽콩쿠르 우승 실황’과 임동혁의 ‘쇼팽 전주곡’과 함께 김선욱의 첫 독주앨범인 ‘베토벤 피아노소나타’가 클래식 앨범 판매 순위에서 1∼3위를 다투고 있다. 특히 조성진 앨범의 경우 지난 10월 26일 발매 전 예약판매와 동시에 1위에 오른 후 7주여 동안 클래식 음반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다. 한 클래식 애호가는 “노래방에서 트로트만 부르던 회사 상사도 조성진 얘기를 꺼낼 정도”라며 “클맹(클래식 문외한)이 첫 클래식 음반을 사게 하는 공을 세웠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선욱은 1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일 도이치카머필하모니와 협연하고, 내년 7월부터 솔로 음반 발매 기념 전국투어 리사이틀을 열 예정이다. 임동혁은 내년 1월 23일 같은 장소에서 피아노독주회를, 조성진 역시 2월 2일 쇼팽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로 관객을 만난다. 윤홍천은 2013년 11월 시작한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전곡’ 녹음을 2017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윤홍천은 모차르트, 임동혁은 쇼팽, 김선욱은 베토벤의 연주앨범을 3~5년에 걸쳐 시리즈로 내놓고 있는데 음반판매도 호조”라며 “이들을 앞세워 한국 피아니스트들이 자신만의 스페셜리티(전문성)를 키워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피아노 치는 남자’를 향한 로망을 건드린 이들의 앨범부터 살펴봤다.  

◇건반 위 건축가 김선욱의 ‘베토벤’ 

손 모양·무게·크기 등 고려 곡 재해석 

피아노 치는 남자…四色 음반, 여심 두드리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사진=빈체로).
김선욱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건반 위의 건축가’란 수식어에 수긍이 간다. 최근 독일 악센투스 레이블로 내놓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는 한곡 한곡 고민한 흔적이 묻어 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예쁜 소리만 나도 안되고, 너무 러프해서도 고체소리가 나도 안된다고 했다. 중도 있는 소리면서도 색깔의 밸런스가 맞고 공기가 약간 들어간 밀도감이 있는 복잡한 소리를 선호한다.
 
김선욱은 “연주자마다 손모양, 무게, 크기가 다 다르다. 내가 가진 고유한 소리를 잘 다듬어서 어떻게 배출하느냐가 중요하다. 철골을 깔고 순서가 있고 끝까지 세공한다는 점에서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베토벤소나타 32곡 전곡 중 가장 좋아하는 21번 ‘발트슈타인’과 29번 ‘하머 클라비어’ 2곡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후회하지 않는 녹음을 위해 피아노 선택부터 스태프와 장소 등에 공을 들였다. “5~6번씩 반복 연주해 가장 좋았던 걸 택했다. 스스로 설득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 음악가의 길은 멀고도 길다. 절대 정답이 없다.”

박 평론가는 “김선욱은 피아노음악의 해석가라고 할 수 있다. 서양기준의 정신세계를 자신의 관점으로 읽어내 새로운 느낌의 비전을 내놓는다. 구조적으로 재해석해 베토벤이란 성을 쌓아가는 건축가”라고 평했다.  

◇독일 본토서 인정한 윤홍천의 ‘모차르트’ 

드라마틱 연주, 무인도 가져갈 음반 ‘찬사’ 

“무인도에 가지고 가야 할 단 하나의 음반이 있다면 이것!”(독일 ‘포노포럼’). “마치 모차르트가 살아나 피아노 앞에 앉은 것 같다”(독일 ‘라디오 브레멘’).

피아노 치는 남자…四色 음반, 여심 두드리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사진=스톰프뮤직).
완벽한 테크닉과 섬세한 감성으로 ‘피아노 시인’이라 불리는 윤홍천은 국내보다 유럽에서 더 유명한 피아니스트다. 2013년 거장 지휘자 로린 마젤에 발탁돼 지난해 뮌헨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주목받았다. 국내에선 두 해 전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전곡 시리즈 앨범을 내며 활동을 시작했다.  

소속사 스톰프뮤직은 “독일 음반사 웸스와 5년에 걸쳐 5장의 앨범을 내놓는다. 지난달까지 3장이 나왔다. 4번째 앨범은 내년 4월 녹음해 가을 발매한다. 2017년 가을까진 시리즈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유럽의 유명 월간지, 라디오방송 등에서 극찬한 첫 앨범은 최근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후보에도 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엔 동양 피아니스트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지만 드라마틱한 그의 연주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발매한 두 번째 음반 역시 모차르트의 다양한 감정과 인간적 색깔을 풍부한 색채감으로 풀어냈다는 평가. 피아노소나타 2번(KV 280), 9번(KV 311), 12번(KV 332), 15번(KV 545)을 수록했다.  

◇쇼팽, 같은 곡 다른 느낌 ‘임동혁 vs 조성진’  

임 내공 안 큰 울림·조, 노련함 ‘클맹’도 환호 

피아노 치는 남자…四色 음반, 여심 두드리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사진=크레디아).
“임동혁의 쇼팽은 시를 읊는 듯한 묘한 호소력이 있다. 편안함 속에 풀어놓는 은유적 서정성은 고급스럽고 세련됐다”(김주영 음악칼럼니스트). “조성진의 쇼팽은 폴란드적 전통과 프랑스적 감성을 절묘하게 오가며 노련함과 집중력을 보여준다”(박제성 평론가).
 
임동혁이 감정선을 따라 움직이는 여운을 가졌다면 조성진은 콩쿠르 실황 연주음반인 만큼 절제된 음색과 긴장감을 그대로 담았다. 단단한 소리, 감정에서 나오는 파워가 긴장이 풀리는 후반으로 갈수록 더 자연스레 표현된다고 평론가들은 전했다.
 
두 피아니스트는 비슷한 시기에 한 작곡가의 같은 작품 ‘24개의 전주곡’으로 음반을 내 주목을 받았다. 임동혁은 2008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이후 독집으로는 7년 만. 기획사 크레디아는 “오랜 시간 단련해온 임동혁은 쇼팽 스페셜리스트의 내공이 눈에 띈다. 굴곡진 인생사를 차곡차곡 새겨 넣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박 평론가는 “조성진은 기존 애호가뿐 아니라 클래식을 잘 모르던 이들까지 팬층으로 흡수했다. 앳되고 아이돌 같은 외모 덕분에 여성팬이 늘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귀띔했다. 



피아노 치는 남자…四色 음반, 여심 두드리다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