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5. 11. 2. 18:07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029000015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59. 어느 10월의 가을을 기억하게 하는 노래 배리 매닐로

사각사각 낙엽 밟으며 듣고 싶은 '달콤한 슈가팝'



한동안 기억에 잊혀 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 깊이 스며드는 음악들이 있습니다. 
 
그 순간 이 음악들이 갑자기 왜 이토록 마음속으로 다가오는지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데도 말이지요. 심지어 더 당황스러운 것은 전혀 엉뚱한 장소에서 이런 음악을 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에요. 동네 미용실에서 아주머니들과 도란도란 앉아서 파마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흘러나오는 라디오 헤드의 음악에 대화를 이어갈 수 없을 만큼 순간 혼자 울컥해진다든가, 또 야외에서 가족들과 고기를 굽다가도요. 라디오에서 들리는 이용의 잊혀진 계절의 가사에 '센치' 해진 나머지 고기를 전부 태워버린다든가 하는 등등요. 그러고 보면 어쩌면 이런 음악들이 각자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나만의 음악들일는지도 모릅니다. 

이 계절에 여러분들만의 음악은 어떤 것들인지 저도 궁금해 지는데요. 저에게도 저만의 10월의 그리고 가을의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배리 매닐로의 음악들, 그중에서도 오늘 음반가게를 통해 소개해 드리는 1984년작 새벽 두 시의 파라다이스 카페 (2:00 am Paradise Cafe) 음반이 그렇습니다. 

특히 이 시기 즈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배리 매닐로의 '10월이 가면 (When October Goes)'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단풍 나뭇잎 하나 두 개쯤 주섬주섬 손에 들고 한적한 길을 걸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정도지요. 배리 매닐로는 1943년 뉴욕 브루클린 출신의 가수이자 작곡가, 그리고 프로듀서입니다. 수많은 빌보드 히트 싱글들과 멀티 플래티넘 앨범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디스코와 발라드, 꽤 폭넓은 장르의 음악들을 다루고 있지만 모든 음악을 관통하고 있는 배리 매닐로식 특유의 감성은 참으로 달콤합니다. 국내에서 그의 음악을 소위 슈가 팝이란 말로 지칭하며 슈가 팝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 이유 역시 음악에서 일관되게 들리는 달콤함과 낭만적이면서 우수 어린 노랫말과 멜로디 때문입니다. 특히 이 음반은 배리 매닐로 음악의 격조를 한층 더 끌어올린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멜 톰과 사라 본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하며 더욱 세련미를 더해주고 있어요. 3일 동안의 리허설을 거쳐 로스앤젤레스의 한 스튜디오에서 모든 곡을 수정 없이 한 테이크로 녹음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라이브의 자유롭고 생동감 있는 연주와 스튜디오 녹음의 정교함 이 둘을 함께 보여 준 가장 모범적 팝의 명반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의 전설인 사라 본과 함께 한 '블루(Blue)'는 제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트랙이자 여러분에게 이 10월에 꼭 들려 드리고 싶은 음악입니다. 오늘도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에서 이 곡을 소개하고 음반가게를 마무리하고 있는데요. 순간 오늘이 꿈을 꾸는 듯한 10월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앨범은 배리 매닐로가 어느 날 꾼 꿈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던데 아마 그래서 일는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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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