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5. 11. 13. 11:40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112000024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61.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함께하는 서정의 미래 '윔'

진보적 테크닉으로 녹여낸 아련한 감성


▲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윔'의 앨범. 김정범 제공


고백하자면 평소 가깝게 지내는 음악동료들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숫자는 적어도 지금도 가깝게 지내는 얼마 안 되는 뮤지션들은 모두 친분을 떠나 제가 워낙 그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인데요. 이런 팬심으로 사석에서 가끔 사는 얘기를 같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삶의 큰 행복입니다. 선배이건 후배이건 동년배 친구건 간에요.
 
오늘 소개해 드릴 '윔(Wym)'의 2014년 앨범 '애프터 문(After Moon)'은 그래서 저에게도 참 각별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윔은 '뵤른(Bjorn)'이라는 스테이지 네임으로 활동하는 변준형의 첫 솔로 정규앨범입니다. 그는 이 앨범에서 작곡 작사 편곡 노래 프로듀싱 엔지니어링 등 모든 앨범의 전 제작 과정을 홀로 담당합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뵤른은 졸업 이후 버클리 음악대학교에서 뮤직 프로덕션과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는데요. 학업과 동시에 보스턴의 클럽에서 디제이로 활동하던 그는 졸업 후 뉴욕으로 건너가 디제잉과 현지 아티스트들의 음악 작업을 이어가지요. 귀국 후 허동과 함께 '엠디에스(MDS)'라는 듀오를 결성해 본격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보입니다.  

엠디에스의 '아임 더 리믹스'라는 타이틀의 2011년 데뷔앨범은 기존의 가요를 재해석한 리믹스 앨범을 표방합니다. 그러나 이들의 리믹스는 국내 기존 일렉트로닉 음악과는 달랐던 상당히 실험적인 앨범이었습니다. 엉뚱하고 재치있는 진지함과 다소 기괴함이 버무려진 앨범이었지요. 입소문을 타고 이들은 글로벌 개더링 코리아와 시티브레이크 등 국내 유명 페스티벌에서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팬들의 지지를 얻어갔습니다.  

이후 작년에 뵤른은 윔이라는 12곡이 수록된 솔로 정규앨범을 선보이게 된 것이지요. 사실 디지털 싱글과 이피 앨범이 난무하는 시대에 12곡으로 빽빽하게 채운 국내 일렉트로닉 앨범을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곡 수가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이 앨범에 담긴 한땀 한땀의 장인정신이 느껴지는 지점인데요. 세상의 다양한 트렌드 음악들과 그 아이디어들이 오직 뵤른의 손안에서 오롯이 녹아 그만의 확고한 음악 세계를 예고합니다.  

무엇보다 멜로디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이 앨범은 노련함과 진보적인 테크닉을 들려줌과 동시에 우리를 따듯한 감성으로 이끌어 줄 아날로그의 아련함이 같이 녹아있습니다. 이것이 이 앨범을 정말 보기 드문 국내의 앨범으로 손꼽게 되는 이유이지요.  

사실 뵤른은 보스턴 유학 시절 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학교 동료였습니다. 푸디토리움의 첫 앨범을 옆에서 모니터해주었기도 하고요. 뉴욕의 클럽들에서 북유럽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의 라이브를 같이 보며 "어떻게 저렇게 하는 거지!"라며 밤새 토론을 하기도 했지요. 그 시간의 치열함과 열정이 이제 선을 보이게 되는데요. 이 앨범을 들을 때마다 그 치열했던 시간으로 제가 돌아가는 듯해 무척이나 애정이 가는 음악들입니다. www.pudditor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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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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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10. 29. 18:45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022000025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58. 러시아 클래식의 현재와 미래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

완벽한 구성의 멜로디에 압도되는 느낌


얼마 전 음악을 들으며 길을 달리다 저도 모르게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탄성이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흘러나오는 음반의 한 트랙이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밀려오는 감정의 파장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날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요? 또 혼자 음악을 들을 때 종종 그렇게 탄성을 지르지는 않느냐고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을 듣다 혼잣말을 하는 습관도 없고요. 그날 유난히 감성적이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순수하게 그 음악 자체에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경이로움을 느꼈던 거죠. 
 
이 기억은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때때로 떠오르는데요. 왜냐하면, 한창 음반을 사모으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을 듣느라 잠까지 설치던 학창시절이었다면 모를까 그 이후 한참 어른이 된 지금 이토록 제가 열렬할 수 있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거든요. 물론 음악의 감성이 그날따라 저의 마음을 유난히 움직였을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곡들이 보여주는 구성과 형식 그리고 멜로디에 압도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멋진 회화 작품을 보았을 때의 그것처럼요. 

'정말 어떻게 이런 완벽한 곡을 쓸 수 있는 거지?' 라는 감탄이 음악을 듣는 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클래식 작곡가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의 음악이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예전 음반가게에서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레타 발티카의 음반을 다루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에도 음악을 접하면 접할수록 저를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1946년 모스크바 태생의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는 현재까지 현존하는 위대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에요. 콘체르토와 오케스트라, 챔버음악을 주로 써오고 있는 그는 저에게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한 번 보게 할 만큼 특히 요즘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의 작곡법은 음렬에 바탕을 둔 12음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현대음악의 작곡기법으로 알려진 이 테크닉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는 사실 다소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는 작곡가이자 더불어 민속음악학자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의 음악을 살펴보자면 역사와 종교 등 광범위한 민족과 정치적인 이슈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러한 이유로만 생각해본다면 그의 음악은 이미 들어보기 전에 우리에게 무척이나 낯설 것처럼 느껴질 것 같은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의 음악은 정말 듣기 좋습니다. 압도적으로 아름답거든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클래식 음악의 한가운데 그의 음악은 분명 정통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대의 클래식 기법들이 교과서적으로 보이지요. 이렇게 아카데믹하기만 할 것 같은 음악이 이토록 뛰어난 멜로디와 감성으로 풀어져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그의 세계를 직접 소리로 경험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www.pudditorium.com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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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9. 4. 17:51
▲ 듀란 듀란의 새 정규앨범 'Paper Gods' 표지. 김정범 제공


제가 진행하는 심야 라디오에는 최근 반년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코너가 있습니다. '클럽 뉴욕시티'라고 칭한 이 코너는 제가 80년대 롤러스케이트장이나 나이트클럽에서 나올 법한 느끼하고 울렁이는 목소리로 코너 이름을 외치면서 시작을 합니다. 처음에는 저나 같이 방송하는 라디오 스태프 모두 어찌나 어색한 지 웃었지요. 
 
이 코너는 뉴욕 클럽들의 실시간 라이브 일정을 소개하고 그 중 몇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들어보는 것으로 꾸며지는데요. 지금 이 시간 우리와 반대편의 다른 도시에서는 어떤 아티스트들이 어떤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궁금증에서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지금 여기의 우리와 다른 저 먼 도시에서는 공연 문화의 소비 형태가 과연 어떻게 다를까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고요. 그래서 얼마전에는 정말로 프로그램의 담당 PD와 소속 음반사 직원이 실제로 뉴욕에 가서 이 코너에 소개된 공연장들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돌아와 직접 방송에 출연하여 그곳에서의 경험과 공연에 관한 생각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습니다. 

어떤 청취자는 내한했던 해외 아티스트들이 뉴욕에 근거지를 둔 아티스트들도 아니었음에도 국내보다 훨씬 티켓 가격이 저렴한 공연 형태로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것에 의아해 하기도 하고요. 클래식은 클래식 전문 공연장에서, 일렉트로닉 음악은 클럽에서. 우리는 보통 장르와 공연장에 판에 박힌 생각을 하게 마련인데요. 그러나 생각했던 음악의 장르와 공연장의 이미지가 전혀 맞지 않는 곳에서 벌어지는 유명 뮤지션들의 현지 공연에 고개를 갸우뚱한 분들도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관객들인 노부부들이 재즈 클럽에서 멋지게 차려입고 오붓한 밤을 서로 즐기는 모습의 얘기에 흐뭇한 미소가 흘러나온다던 청취자도 있었네요. 

이 코너는 공연 문화의 옳고 그름이나 공연계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하는 무거운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예요. 다만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국내의 공연 문화가 과연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만큼 다양하고 성숙한걸까? 라는 의문을 음악을 즐기며 잠깐이라도 상기할 수 있다면 저는 참 만족스럽습니다. 

저 역시 매주 코너를 진행하며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무척 큰데요. 특히 무엇보다 정말 뜻밖의 공연 소식을 접할 때면 정말 그곳에 가 있지도 않음에도 너무 반갑지요. 

마침 9월에 듀란 듀란의 공연이 있네요! 더불어 이들의 새 정규앨범 'Paper Gods' 역시 9월에 발매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Pressure Off' 등 이미 몇곡들이 선공개가 되었는데 이 음악들을 들어보니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1978년 영국에서 결성되어 뉴 웨이브라는 쟝르를 선보인 듀란 듀란은 사실 팝 역사의 판도를 바꾼 최고의 혁신가들입니다. 일렉트로닉과 록 그리고 신스 등의 현재 유럽 팝의 특색이 저는 듀란 듀란이 있기에 가능했던 개성들이라고 저는 생각할 정도지요. 과연 이들이 클럽에서 보여줄 이번 새 공연은 어떨까요? 금주의 음반가게에서는 곧 발매될 이들의 가장 뜨거운 앨범을 미리 추천 드려 봅니다! www.pudditorium.com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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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8. 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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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50. 여름 해변을 멋지게 수놓을 매력적인 음악 루디멘탈

선선한 저녁, 흥겨운 리듬에 몸을 맡겨 보세요


휴가철의 절정을 이룬 듯한 날씨는 우리에게 어디로 떠나게끔 등을 떠미는 듯 합니다. 해운대의 바다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저도 요즘 종종 바닷가를 산책하고는 하는데요. 사실 계절이나 휴가철과 상관없이 해운대 바닷가는 매번 산책을 할 때마다 참 좋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부산에서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지요. 
 
어제는 선선한 저녁 해가 질 무렵 해변을 걸어 보았습니다. 가을이나 겨울에는 아침에 그리고 봄이나 여름에는 저녁 무렵의 해운대가 저는 더욱 멋지더라고요. 그런대 요즘 매번 해변을 산책할 때마다 참 아쉬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기저기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들인데요. 물론 여름의 해변에서 음악을 즐기는 것은 물론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일입니다. 그러나 여름 바다는 시끄러워도 당연하다는 듯 여러 장소에서 경쟁적으로 틀어 놓는 음악은 정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제가 여름 해운대를 덜 찾게 되는 이유도 수많은 인파와 무더위가 아니라 이런 음악 탓인 것 같아요. 해변의 각 장소와 공간에 맞게 조금 더 세심한 음악 선곡이나 자신이 가져온 음악을 각자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아쉽습니다.  

제가 요즘 해변을 산책할 때 듣는 음악은 루디멘탈(Rudimental)의 음악입니다. 이들의 음악만큼 휴가와 여름 그리고 해운대의 해변 이렇게 3가지의 키워드를 만족 시키는 음악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루디멘탈의 음악은 드럼 엔 베이스라는 장르로 많은 사람들이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정통적인 드럼 엔 베이스라기에는 다른 장르의 요소들이 아주 멋들어지게 혼합되어 있습니다. 아마 이러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이 데뷔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수많은 팬층을 확보한 이들의 저력이 아닌가 싶은데요. 

솔과 알엔비 등 다른 장르들의 개성 있는 혼합은 일렉트로닉이나 드럼 엔 베이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그들의 마니아층으로 끌어들이는데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들의 라이브 무대가 다른 일렉트로닉 팀에 비해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여타의 일렉트로닉 밴드에서 찾기 힘든 신선함에서 기인하지 않을까 합니다.  

루디멘탈은 2013년 머큐리 프라이즈에 노미네이트되고 브릿 어워드에서 이미 몇번이나 수상했을 만큼 실력과 인기를 단단히 인정받고 있는 팀입니다. 영국의 많은 차트에서 매번 폭발적인 선풍을 일으키는 것을 시작으로 이제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적으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전 선보인 그들의 싱글 루머 밀(Rumor Mill)은 이들의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음악입니다. 절로 몸을 움직이게끔 만드는 리듬의 흥겨움은 정말 깔끔하고 담백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댄스 음악도 어떠한 채움과 강력한 소리들이 아니라 비워서 만들어내는 여유로움으로 우리를 움직일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은 낮의 한가운데 해변의 에너지 가득함과도 어울리지만 선선한 저녁 무렵의 바다와도 무척 잘 어울립니다. 춤을 추기에도 그리고 이와는 반대로 한적하게 음악만을 감상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이들의 음악은 특히나 매력적입니다. 해운대의 해변가를 찾을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올해 여름 루디멘탈의 음악과 함께 해보시면 어떨까요. 이들의 음악이 이 여름의 해변을 더욱 멋지게 만들어 줄거예요! www.pudditorium.com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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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7. 16. 10:11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716000031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47. 여름 반 실내조명의 조율 음악 모키

싱그러운 밤 공기처럼 스며드는 흥겹고 고즈넉한 리듬

 

 

 

음악을 들을 때 음악 외에도 환경이 감상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같은 노래라도 비 오는 날과 햇살이 화창한 날 듣는 느낌이 다르고요. 관심 없던 멜로디도 아늑한 식당에서 흘러 나올때 문득 귀를 사로잡기도 하지요.
 
제가 생각하는 음악을 듣는 환경 중 절대적인 요소 하나가 바로 조명인데요. 생생하게 생각나는 어린 시절 기억 중 하나도 실내조명에 관한 것입니다. 저녁 무렵 방안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매번 아버지께서 '어두운 데서 책을 읽으면 눈 나빠진다'며 형광등을 켜고 나가셨거든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경험을 하셨을 것이고 지금 자녀를 둔 분들도 '내 아이들의 눈이 나빠지지 않도록 방을 환하게 해 놓아야지' 라는 강박을 가진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그런데 의외로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이 시력을 나쁘게한다라는 상식은 오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오히려 너무 밝은 조명이 시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도 하지요.  

사실 우리 도시의 밤거리는 너무 과도한 인공조명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마치 더 큰 음악소리를 내어 경쟁하는 낮 도심의 가게들처럼요. 밤이 되면 소리가 아니라 단지 빛으로 변주되어 또 다른 제2라운드가 시작하는 듯 하지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우리의 조명 문화는 우리가 거주하고 휴식을 취하는 실내 공간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밤이 되면 방과 거실의 쨍쨍한 형광등이 도심의 집들을 수놓습니다. 마치 우리의 집이 대형마트나 병원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결혼을 하고 딱 한 가지 아내에게 요구 사항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형광등을 절대 쓰지 말고 간접 조명만을 쓰자는 것이었지요. 그 정도로 실내조명은 저에게 중요한 삶의 요소이기도 한데요. 사실 근본적인 것은 형광등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기보다 실내조명에 대한 이분법적인 편견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밝다와 어둡다 이 두가지의 선택으로만 바라보지 않나요. 일상의 삶은 이와 달리 반복 속에서도 다양한 패턴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지요. 생활의 다양함에 따라 그에 따른 조명도 그 공간에 알맞게 관심이 필요합니다. 마치 우리가 사는 집은 가족들과의 일상과 휴식을 함께하는 곳이지 사무실이나 편의점이 아닌 것 처럼요.  

요즘 해운대는 유독 저녁 날씨가 참 좋습니다. 밤이 되기전 저도 하나 둘씩 집안의 조명등을 켜기 시작하는데요. 그럴 때면 '모키(Mocky)'의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온도에 따라 각방의 램프와 주방조명등을 적절히 맞추어 줍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여름 바람과 밤 공기냄새가 어찌나 싱그러운지요. 마치 모키의 음악이 집의 조명을 조율해 주는 조율사 같습니다. 모키는 캐나다 출신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보컬리스트 입니다. 그의 음악은 빈티지한 멋스러움을 갖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흥겨운 리듬속에서도 아주 기분 좋은 고즈넉함을 선사해요. 특히 지난달 발매된 그의 신보 '키 체인지(Key Change)'는 이런 매력이 집약된 걸출한 앨범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여름밤 모키의 새 앨범에 맞추어 집의 조명들을 한번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떠세요? 정말 멋진 여름밤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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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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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7. 9.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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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46. 오랜 손길이 묻어나는 아늑한 집으로의 초대 비요크

새로우면서도 고유의 빛깔 잃지 않는 멋스러운 음악



▲ 올해 초 발매된 비요크 앨범 표지. 김정범 제공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주거공간으로 가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아파트의 구조는 사실 똑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그냥 아파트가 다 그렇지 뭐'라는 푸념으로 흘려버리기에는 삶에 너무 큰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의 개성은 다양한데 삶의 가장 근본적인 공간이 다들 같은 형태를 가진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거든요.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말이지요. 
 
가격이 높은 아파트는 다르지 않겠냐며 일반적인 아파트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주위에 많습니다. 그런데 돈과 주거공간의 획일화 문제는 분명 다른 듯 보입니다. 다른 나라 도시의 아파트들을 살펴보면 더욱 이러한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런 획일화가 주거공간마저 돈의 척도와 결부하는 편견을 갖게 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 도시의 안타까운 모습에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하네요. 저는 삶의 일차적 공간의 획일화는 분명 사고의 틀을 자유롭게 하는 데 많은 불편을 준다고 믿습니다. 다만 우리 삶에서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뿐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집이나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꽤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공간의 쓰임새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분들을 주위에서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TV나 매체 등에서 인기리에 다루어지는 가족에 대한 예능이나 스타들의 집들이 공개되면서 이러한 욕구들이 점점 자연스럽게 다가오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고요.  

저 역시 새 앨범이나 프로젝트를 들어갈 때면 주거 공간을 그 앨범을 준비하는데 맞도록 짜임새를 바꾸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편입니다. 집을 방문해 보면 정말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인테리어를 누군가에게 맡긴 집은 항상 표시가 난다는 것입니다. 반면 하나 하나 자신이 시간을 들이고 고민을 해서 아이템들을 마련한 집은 신기하게도 단번에 그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아무리 고가의 집과 훌륭한 디자이너의 인테리어도 애정을 가지고 직접 꾸며 나가는 집의 개성과 아늑함을 나오게 할 수는 없는 듯 합니다.  

주거공간의 꾸밈이 주인의 삶과 닮아 있을 때, 아이템들이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실제 삶에 직접 기능할 때 비로소 빛이 나는 듯 합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뮤지션 비요크(Bjork)의 음악을 들을 때면 항상 이런 집을 방문한 듯 합니다. 집 주인이 오랫동안 애정있게 집의 짜임새를 가꾸고 바꾸어 나가며 담백한 멋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집 말이죠.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모든 집의 아이템들이 일상적인 삶에 직접 기능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는 그런 공간들이요.  

현존하는 여성 팝 아티스트 중 장르와 지역을 불문하고 단 한 사람을 꼽으라면 많은 분이 비요크를 꼽으실 거예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오랜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움과 트렌드를 잃지 않되 고유 색깔을 지키는 것, 강한 개성과 스타일이 빛을 발하되 아늑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는 비요크의 가장 큰 음악적 매력입니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그녀의 음악과 그 음악을 듣는 팬들이 같이 사는 가상의 멋진 집을 꾸며나가는 것은 아닐까요. 올해 초에 발매된 비요크 새 앨범 'Vulnicura'에서도 이러한 그녀 집의 멋스러운 변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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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6. 1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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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42. 올 여름 가장 기다려지는 새 앨범 리앤 라 하바스

묵직한 비트·촘촘한 리듬 사이 깊고 매혹적인 목소리

▲ 7월 발매 예정인 리앤 라 하바스의 앨범 표지. 김정범 제공



'당신의 음반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좋겠는가?' 이 질문은 인터뷰 때도 그리고 평소 스스로에게도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푸디토리움 홈페이지의 예전 저의 글 중 다음 앨범에 관한 글을 쓰면서'제 음반이 누군가에게 항상 기다려지는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남긴 적이 있는데요. 그러고 보면 요즘처럼 유행과 소비의 변화가 빠르고 음악 역시도 하나의 소비품처럼 여겨지는 시대에 새 음반을 기다린다는 것 만큼 그 아티스트에 대한 더 큰 찬사가 있을까요. 
 
올해 7월말 발매 예정인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의 새 앨범 '블러드(Blood)'는 저에게 바로 그런 기다림의 앨범입니다. 속된 말로 정말 오랜만에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앨범이지요. 리앤 라 하바스는 영국 런던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그리고 많은 악기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재능 넘치는 아티스트에요. 얼마 전 저는 우연히 그녀의 신보 중 선공개되었던 '언스토퍼블(Unstoppable)' 뮤직 비디오를 보고 점점 끌리던 그녀의 매력에 이제는 완전히 빠져버리게 되었습니다. 

리앤 라 하바스는 2012년 데뷔 앨범 '이즈 유어 러브 빅 이너프?(Is Your Love Big Enough?)' 단 한 장을 내놓은 신인 아티스트입니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새 앨범의 발매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요. 그러나 저는 그녀의 데뷔 앨범을 접했을 때 '에리카 바두'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느꼈습니다. 비록 단 한 장의 앨범이지만 독보적인 여성 작곡가이자 보컬리스트로의 반열에 들어서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던데요. 데뷔 앨범이 2012년 아이튠즈 올해의 앨범을 수상하고 그녀가 2014년 팝의 거장 프린스(Prince)의 앨범에 참여하며 함께 무대에 섰던 것은 분명 단순한 행운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은 여지껏 듣지 못했던 개성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만 얼핏 듣자면 단순한 알엔비와 소울 장르의 음악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곧 이 목소리가 마치 진한 에스프레소의 달콤한 쓴맛처럼 다가오기 시작하지요. 그러고는 결국에는 이 향기가 포크, 자메이칸, 락, 재즈, 팝 발라드 등 정체를 알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장르와 섞이기 시작하면서 아주 깊고 매혹적인 향취를 만들어 냅니다. 

곧 발매될 '블러드' 앨범 중 현재 단 한 곡 '언스토퍼블' 만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곡들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어요. 하지만 '언스토퍼블' 이 한 곡만으로도 그녀의 놀랍도록 성장한 모습이 보입니다. 제가 들은 최근 몇 년 사이의 해외 팝 중 이토록 높은 완성도와 강한 개성이 조화를 이룬 곡은 없었던 듯 한데요. 묵직한 비트와 촘촘하게 수놓아진 리듬 사이로 흐르는 그녀의 보컬은 정말 이 곡에서 단연 독보적입니다.  

이 두 번째 앨범으로 리앤 라 하바스는 재능 있는 신인에서 자신 만의 영역을 확고히 가진 여성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게 되지 않을까 예상을 해봅니다. 여름을 맞이하는 이 시기에 그녀의 앨범과 함께할 기대감에 저도 한껏 마음이 부풀어 오르네요. www.pudditorium.com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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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4. 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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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음의 음반가게] 133. 셰익스피어 비극의 경이로운 재탄생 슬립 노 모어

낭만적 재즈·시대 풍미했던 팝이 어우러진 '경이로운 OST'


▲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재해석한 '슬립 노 모어' 공연의 포스터. 김정범 제공


뉴욕의 첼시는 클럽과 갤러리 그리고 멋진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제가 아주 좋아하는 동네 중 한 곳입니다. 도로 위 화물 노선을 산책로로 개조한 하이라인 덕에 맨해튼의 아침을 산책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지요. 그런데 얼마전 부터 이 동네를 산책 할 때면 독특한 호텔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고 해요. 바로 27번가에 위치한 '매킷트릭(Mckittrick) 호텔'입니다. 

 

허름하고 거대한 폐건물을 연상시키는 이 건물은 소문에 의하면 1939년 뉴욕 최상의 고급 호텔로 지어졌다고 하는데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호텔이 정식으로 문을 열기 6주전 2차대전의 발발로 개장을 하지 못했답니다. 이렇게 문이 닫힌 채 몇 십 년이 지난 최근까지 사람들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았는데 얼마전 이곳이 드디어 문을 열었다고 하더군요. 


영화에나 나올법한 다소 괴이한 소문에 저도 작년 여름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여태껏 제가 경험하지 못한 정말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라는 공연을 이 곳에서 직접 체험하게 된 것이지요. 이쯤 되면 짐작하셨을 분도 있을 텐데요. 매킷트릭 호텔은 사실 이 공연장의 이름입니다. 소개된 공연의 자료와는 달리 첼시지역 3개의 공장을 연결해 만든 거대한 공연장입니다.  


내부는 실제 호텔처럼 만들어져 있습니다. 복도가 있고 옛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엘리베이터가 실제로 가동중이며 연회장도 존재합니다.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무대와 객석이 없다는 것인데요. 관객들 각자가 직접 호텔을 이동하며 체험하는 인터랙티브형태의 작품입니다. 관객들은 똑같은 가면을 쓴 채로 서로를 알아 볼 수 없으며 이로 인해 이 작품에서 하나의 미장센으로서 역할을 하기까지 합니다. 


가면을 쓰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는 관객들의 눈 앞에서 실제 사건처럼 벌어지지요. 이 호텔에서 일어난 미스터리한 사건을 쫓기 위해 관객들은 끊임없이 각층을 쉴 새 없이 이동합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맥베스(Macbeth)'를 재해석한 이 작품은 어떠한 대사도 없습니다. 연기와 매킷트릭 호텔이라는 거대한 미쟝센 그리고 오직 음악과 사운드로 모든 극이 이끌어집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이미지와 사운드로만의 연결로 재탄생된다면 바로 이런 형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베니 굿맨의 '문글로', 글렌 밀러의 '유 스텝드 아웃 오브 어 드림', 테드 루이스의 '온 더 사이드 온 더 서니 스트리트' 등 듣는 순간 행복감과 낭만에 젖게 되는 재즈 넘버들은 이 기괴한 사건들의 주요 사운드트랙으로 울려퍼집니다. 곁들여진 페기 리의 '이즈 댓 올 데어 이즈' 부터 잭 부케넌의 노래까지 시대를 풍미했던 팝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영화 '현기증'과 '사이코'의 사운드트랙은 관객들로 하여금 공연의 순간들을 삶의 가장 아찔하고도 낭만적인 악몽의 세계로 이끕니다. 


연출자 펠릭스 바렛과 맥신 도일은 어느 날 옛 누아르 필름의 사운드트랙을 듣다 순간적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음악의 쓰임은 지금까지 제가 본 공연 중 최고의 OST라고 할 만큼 눈물나도록 아름답습니다. 아쉽게도 이 OST는 아직까지 발매가 되지 않고 있지만 이 비밀스러운 이 호텔만큼이나 이 OST들도 영원히 베일에 싸여 있는 것이 더 멋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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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3. 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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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30.단 하루가 아닌 영원한 일상의 풍경, 영화 '멋진 하루' OST

"늘 곁에 두고 들을 수 있길…" 소망 담은 재즈 음악


 

▲ 영화 '멋진 하루' OST 앨범 표지. 김정범 제공


얼마 전 이윤기 감독님께서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 하나를 제게 보내 주셨어요. 이윤기 감독님은 촬영 중인 공유, 전도연 주연의 영화 '남과여'의 핀란드 촬영 분량을 위해 그 곳에서 머물고 계셨어요. 몹시도 조용하고 광활한, 눈 덮인 빽빽한 숲이 한편으로 늘어선 한 마을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적막함과 겨울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동화에서 나올 법한 집의 광경은 단 한마디의 설명이나 코멘트가 없어도 계속 제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순간 몇 년 전 저의 경험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고흐의 작품 속 실제 공간을 보기 위해 파리 근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작품들을 그렸던 실제 위치에 그 작품에 대한 설명과 이미지가 마련되어 있던 그 곳의 경험은 지금도 생생할 만큼 저에게는 무척 감명 깊었는데요. 파리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전 낮의 기운이 저물고 있을 무렵에야 고흐의 까마귀가 있는 밑밭 속의 실제 언덕에 도착을 했습니다. 언덕에 올라서자 끝 없이 펼쳐진 밀밭과 하늘 그리고 그 적막함의 믿을 수 없는 에너지와 광경은 지금도 제 삶의 가장 강렬한 경험과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 역시 핸드폰을 꺼내어 감독님이 보내주신 동영상처럼 한가운데에서 그 광경을 360도로 촬영을 했네요. 제 핸드폰 영상 중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제가 서 있던 지점을 중심으로 그 모든 것을 담으려했던 영상입니다. 이윤기 감독님도 혹시 그때의 저와 같은 마음이셨을까요? 


저는 몇 주가 지난 후 실제 그 곳이 등장하는 핀란드 촬영 분량을 받아 볼 수 있었습니다. 수 많은 생각이 교차했고 다시 음악에 관한 고민에 매일 잠을 뒤척이고 있네요. 영화 '멋진 하루' 이후 저는 다시 이윤기 감독님의 이번 영화 '남과여'의 음악을 맡게 되었습니다. 2008년 이후 7년만에 감독님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당시 '멋진 하루'의 사운드트랙은 해외에서 모든 프로덕션을 진행한 저의 첫 앨범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실 무척이나 두렵기도 했고 걱정이 많이 되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이 영화가 촬영되기 몇 년 전부터 이윤기 감독님께서는 다음 영화에는 옛 재즈 음악이 배경이 된 영화를 할 것이라는 말씀을 제게 해오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태원의 한 선술집에서 소위 '그 다음' 영화의 제작이 드디어 결정되었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이 영화가 바로 '멋진 하루'였습니다. 당시 미국 보스톤의 버클리 음대를 다니고 있던 저는 무척 기대가 되었지만 반대로 해본 적이 없는 음악과 쟝르 탓에 잠을 못 이룰만큼 걱정이 컸습니다. 그 탓에 학장의 사인을 받아 전공을 아예 재즈 작곡으로 바꾸기도 했고요. 영화음악과 교수들에게 영화 음악의 프로세싱과 미국의 녹음의 환경에 대해 매번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도서관에서 글렌 밀러나 헨리 멘시니 등의 오케스트라 자료를 찾아보고 악보를 읽어보는 것으로 학교 일과를 마무리하기도 했네요. 영화 음악이지만 하나의 정규 앨범처럼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도 오랜동안 이 앨범을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모든 트랙의 제목을 언어가 아닌 시간 순서별로 만들었던 것도 그런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제목은 멋진 하루이지만 영화도 음악도 하루가 아닌 사람들의 영원의 일상에서 계속 함께 할 수 있길 소망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저도 이 음반을 다시 들으며 영화 '남과여'에 대한 새로운 음악 노트를 써내려 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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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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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2015. 3. 12.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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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29. 포용과 감성이 공존하는 테크닉의 향연, 구본암

작곡·편곡·연주… 모든 역량이 눈부신 이상적 베이스 앨범


▲ 뛰어난 베이스 연주 실력을 느낄 수 있는 구본암 앨범. 김정범 제공


우리가 해외 팝이나 가요를 듣다 가수의 노래 외에도 "이 곡은 특히 피아노 소리가 참 좋아" 또는 "기타 소리가 참 듣기 좋다" 등의 얘기를 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듣는 이의 취향이나 곡의 분위기에 따라 악기들의 도드라짐은 더욱 다양할 텐데요.  

 

그런데 우리가 베이스라는 악기에 대해서 만큼은 "이 곡은 베이스 소리가 참 좋다"라고 얘기를 해 본적이 드물 거예요. 아마 일반적으로 음악의 전면에서 들려지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만큼 음악 관련 전문가들이 아닌 이상 우리의 귀에 그 도드라짐이 덜 한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베이스는 음악의 뼈대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악기예요. 리듬과 멜로디를 모두 가장 훌륭히 소화할 수 있는 악기이기도 하지요. 특히나 대중음악에 있어 베이스의 중요함은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베이스 연주자들의 솔로 앨범은 과연 어떤 음악들을 들려줄까요? 이번 주 음반가게에서는 국내 베이스 연주자 구본암의 2014년 앨범 '비터 스윗'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 앨범에서 베이스 연주는 물론 작곡 및 편곡 그리고 프로듀서 등의 모든 역할을 담당하는 그의 역량은 정말 빛을 발하거든요. 특히 악기와 그 악기의 연주자가 어떻게 음악을 들려주어야 하는지 이 단 한 장의 앨범이 호소하는 힘은 실로 대단합니다.  


뉴욕에서 푸디토리움의 두 번째 앨범을 마무리하고 귀국을 준비할 무렵 저는 국내 공연을 위한 라이브 세트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앨범의 모든 곡이 전부 다시 새롭게 편곡이 되어야 하고 그 형태나 장소 또한 상당히 국내에 낯선 형태였지요. 단순한 연주를 떠나 무엇보다 이 계획들을 같이 이해해주고 함께 해 나갈 동료가 필요했습니다.  


뉴욕에서 앨범을 녹음할 때처럼 오랜 시간 국내 연주자들을 수소문했고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연주를 접하게 된 구본암 씨의 실력과 테크닉은 정말 저를 깜짝 놀라게 했어요. 저도 모르게 "서울에 이런 베이시스트가 있었단 말이야?"라는 혼잣말이 나왔을 정도였지요. 


사실 테크닉이나 기술이 오히려 음악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데 방해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심지어 뛰어난 테크닉으로 소문난 연주자나 솔로이스트와 함께 하는 공연이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을 망치는 가장 큰 실수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구본암 씨의 연주를 처음 듣는 순간 이 사람이라면 이렇게 화려한 연주를 들려주면서 내 음악을 포용해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지요. 당장 뉴욕에서 서울로 전화를 걸어 사람들에게 그를 수소문하기 시작했고 한동안 음악 활동을 쉬고 있었던 그와 비로소 연락이 닿을 수 있었습니다.  


같이 공연하면서는 어떠했냐고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이 앨범이 아닐까 합니다. 고백하자면요, 평소에 제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연주자의 모습과 음악이 있습니다. 이상적이라는 말은 저 혼자만의 로망이나 팬심같은 것인데요. 그의 연주와 앨범을 비롯한 그의 행보는 제가 그리는 가장 이상적인 연주자의 모습 그리고 로망과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그의 활동을 접할 수 있는 음악 팬들에게 분명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음악을 듣는 여러 분들이나 저처럼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 모두에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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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션 김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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