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10년 전부터 탱고 전도사 역할을 하는 첼리스트 송영훈(41)이 오랜만에 다시 탱고로 돌아온다. 내달 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오랜 파트너인 일본 탱고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와 함께 여는 '그랑 탱고(위대한 탱고)'다. '리베르탱고', '망각', '천사의 밀롱가', '위대한 탱고' 등 피아졸라 대표곡을 총망라해 연주한다.
<<스톰프뮤직 제공>>
송영훈은 2006년 피아졸라 곡을 담은 첫 음반 '탱고'(Tango)를 시작으로 브라질 작곡가들의 작품을 기타리스트 제이슨 뷔유와 연주한 '송 오브 브라질(Song of Brazil. 2007), 탱고 음악의 대가 피아니스트 파블로 징어, 클라리네티스트 호세 바예스테르와 함께 피아졸라를 재해석한 '피아졸라 마스터웍스'(Piazzolla Masterworks. 2010) 등 여러 음반과 공연으로 남미 음악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탱고, 그중에서도 피아졸라 곡은 그가 연주자로서 가장 좌절하던 때 예상치 못한 위안을 준 음악이다.
11세이던 1985년 서울시립교향악단 협연으로 데뷔한 송영훈은 이후 이화경향 콩쿠르, 한국일보 콩쿠르 등 국내 콩쿠르를 휩쓸며 이름을 날렸다. 1988년 예원학교 2학년 재학 중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실기 장학생으로 입학, 졸업 때 전체 실기 최고상인 '예술 리더십상'을 받는 등 미국에서도 일찌감치 실력을 인정받았다. 어릴 적부터 한국과 미국에서 재능 넘치는 '스타'로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줄리아드 음대를 거쳐 영국 유학길에 오르면서다.'클래식 본고장인 유럽으로 떠나라.' 그에게는 아버지 같던 스승 채닝 로빈스가 남긴 이 유언을 좇아 영국으로 건너간 그는 난생처음 음악에서 좌절감을 맛본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영훈은 "미국에서는 모든 것이 쉽고 수월했는데 유럽에 와 보니 첼로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며 "그전까지 '스타', '주인공'으로 스포트라이트만 받다 그들의 깊이 있는 소리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후 송영훈은 이를 악물었다. 학교 수업도 들어가지 않은 채 손끝에서 피가 뚝뚝 떨어질 정도로 연습했다. 그때 한국에서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너무 어릴 적 유학을 와서 아버지와 함께 보낸 기억이 별로 없었어요.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에 연습하는데, 연습은 잘 안 되고 내가 왜 여기 와 있나 싶더라고요. 그때 BBC 라디오에서 알지 못하는 멜로디가 흘러나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떨어졌어요. 지금까지도 그런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송영훈은 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방송국에 전화해 지난 새벽 그를 울린 이 곡의 정체를 물었다.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였다. 피아졸라가 세상을 뜬 아버지를 추억하며 만든 작품이다.
"그때는 피아졸라가 누구인지도 몰랐어요. 바흐와 베토벤, 브람스밖에 모르던 시절이었죠. 그때 생각했어요. 이 작품을 꼭 연주해보고 싶다고요."
2005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내달 공연에서도 함께하는 '쿠아트로시엔토스'와 첫 협연 제의를 받은 것이다. 그는 단번에 승낙했다.
"연습에 들어가자마자 저는 10년 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탱고와 사랑에 빠졌어요. 그 사이에는 기회가 없었어요. 어디서부터 탱고 음악을 시작해야 할지도 몰랐는데 드디어 하게 된 거죠."
<<스톰프뮤직 제공>>
이후 그의 탱고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첫 정규음반에 탱고를 담는 데 주저함이 없었을 만큼.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좁고 보수적이에요. 항간에서는 제가 클래식 음악이 아닌 다른 쪽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두 분 아버지가 제게 공통으로 남긴 말씀이 있어요. '네가 가장 좋은 음악을 나눠라'. 당시 나누고 싶었던 음악 1순위가 피아졸라였습니다."
그가 탱고 음악만으로 다시 무대에 서기는 2009년 이후 6년만이다. 올해는 그에게 여러 가지로 특별하다. 탱고를 본격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한 지 10년, 탱고를 처음 만난 지 20년, 첼리스트로 데뷔한 지 30년이 되는 해다. 그중에서도 음악가로서 뿐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지난 시간을 돌아보게 한 결정적 계기는 지난 4월 찾아왔다. 첫 아이, '복덩이'가 태어난 것이다.
"연주자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저 자신이 이해하고, 머릿속에 정리돼야 아들에게도 뭔가를 가르쳐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올해를 지난 배움의 과정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음악인생을 돌아보는 해로 삼기로 했습니다. 음악가는 평생 학생이에요. 마지막 날까지 계속 배우고 도전하고 성장하고, 또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콘서트 ‘바로크 인 클래식-위드 송영훈’이 9일(화) 오후 7시 30분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열린다.
첼리스트 송영훈은 9세 때 서울시향과 랄로 협주곡 협연으로
서울시장 특별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솔리스트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실내악 연주자로서도 많은 무대에 서고 있으며, 세계의 주요 공연장에서 정명훈, 마르타 아르헤리치, 유리 바슈메트, 아르토 노라스 등 거장들과 함께 활발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현재 경희대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구문화재단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으로 제작되는 이번 공연에는 첼리스트 송영훈을 특별 초청해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1번’ 전 악장을 연주한다. 대구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가졌던
송영훈이지만, 그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갖기는 처음이어서 색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클래식 베스트 10곡 및 집중력 향상곡으로 선정되기도 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플루트 이중주와 함께 바로크 시대 음악의 중심인 쳄발로 선율까지 곁들여 감상할 수 있다. 가슴을 울리는 장중한 멜로디의 알비노니 아다지오는 오르간 음색으로 연주된다. 오르간은 바로크 음악의 절정기에 사용되었던 대표 악기이며, 독일 브레멘 국립예술대 고음악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한 김주현이 쳄발로와 오르간 연주를 맡았다. 또 18세기 초 영국 왕실의 뱃놀이 연회가 열렸을 때 연주되었던 헨델의 ‘수상음악’은 클래식뿐만 아니라 교회 순회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코리아호른앙상블이 연주한다. R석 5만원, S석 3만원. 053)668-1800.
올해는 자신의 음악인생을 되돌아보는 해로 지정, '2015 송영훈 그레이트 퍼포머스 시리즈'를 통해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다양한 무대를 기획하고 있는 그는 첫 번째 공연을 그래미상 수상자 제이슨 뷔유와의 듀오로 꾸몄고, 오는 7월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무대 'Gran Tango'로 일본 최고의 탱고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와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다.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음악에 큰 감명을 받은 송영훈은 10년 넘게 탱고 음악 연주에 특별한 애정을 쏟아왔지만 탱고만을 위한 무대는 6년 만이다. 2006년 음반 'Tango'를 발매한데 이어 이듬해 'Tango Again'이라는 타이틀로 성황리에 공연을 개최했다. 2008년 'Eternal Tango' 콘서트는 가수 김동률이 게스트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그랑 탱고'에서 함께 앙상블을 이룰 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는 송영훈의 탱고 프로젝트를 함께해온 오랜 파트너다. 바이올린, 피아노, 베이스, 반도네온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해 단독 콘서트 '탱고– 쿠아트로시엔토스'를 전석 매진시켰다.
탱고 밴드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반도네온의 기타무라 사토시는 우리나라 고상지가 사사한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반도네온 주자 고마츠 료타의 수제자이며, 고마츠 료타로부터 “나보다 더 나은 제자”라는 극찬을 들을만큼 인정받는 실력파 연주자다. 탱고만을 위해 특화된 이들은 동양적 한이 느껴지면서도 격정적이고 짜릿한 멜로디로 여름 밤을 뜨겁게 달굴 예정이다.
일본의 탱고밴드 쿠아트로시엔토스[사진=스톰프뮤직 제공]
이번 공연에서는 누에보 탱고의 창시자 피아졸라를 기리며 전세계가 사랑하는 그의 대표곡들을 연주한다. 처연하고 아름다운 멜로디로 유명한 피아졸라의 대표곡인 ‘Oblivion’을 비롯해 파워풀한 첼로 선율이 돋보이는 피아졸라 탱고의 정수 ‘Libertango’, 피아졸라의 작품 중 유일하게 피아노와 첼로의 2중주로 만든 ‘Le Grand Tango’ 등을 그들만의 사운드로 편곡하여 선보인다.
송영훈의 감각적이고도 무게감 있는 첼로 선율과 쿠아트로시엔토스의 정통 탱고의 절묘한 앙상블은 관능적이며 피아졸라만의 품위를 가득 담은 탱고의 정수를 잘 살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날 무대는 시적인 서정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함께 듀오 콘서트로 진행된다.
이 공연이 오는 4일 오후 7시30분 대구시민회관 그랜드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요하네스 모저는 격정적 표현의 풍부함과 고도의 예술성으로 일반 대중은 물론 평단의 극찬을 받고 있으며, 당대 가장 주목받는 연주자로 손꼽힌다.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 로열 콘서트헤바우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리카르도 무티, 로린 마젤, 주빈 메타, 구스타보 두다멜 등 세계적 지휘자와 협연했다.
그라모폰은 “눈부신 기교의 젊은 비르투오소 연주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첼리스트”라고 극찬했다.
윤홍천은 시적인 서정성과 치밀하고 완벽한 작품에 대한 해석으로 유럽에서 먼저 주목받은 차세대 젊은 거장이다.
공연에서는 두 연주자가 음악적 거점으로 삼고 있는 독일 전통 클래식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는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제1번 마단조, 작품번호 38’, 불 뿜는 격정과 교향악적 풍성함으로 러시아의 대표 실내악 중 하나로 꼽히는 쇼스타코비치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단조, 작품번호 40’을 연주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류재준의 작품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도 들려준다.
“눈부신 기교의 젊은 비르투오소 연주자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첼리스트.”(영국 클래식전문지 <그래모폰>) “모든 청중과 동등하게 맞서 그의 음악적 우위로 공연장을 점령했다.”(미국 <뉴욕타임즈>) “그는 화려한 테크닉과 풍부한 음색, 그리고 이를 표현하는 천부적인 기질을 지녔다.”(독일 <베를리너자이퉁>) 이 모든 찬사는 독일 출신의 젊은 첼리스트 요하네스 모저를 향한다.격정적 표현과 고도의 예술성으로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동시에 받는 요하네스 모저가 첫 한국공연을 갖는다.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 로열 콘서트헤바우 등 내로라하는 오케스트라와 리카르도 무티, 로린 마젤, 주빈 메타, 구스타보 두다멜 등 세계적 지휘자와 협연해왔다.
첼리스트인 요하네스 모저.
이번 공연에서는 서정성과 치밀한 작품해석으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함께 듀오 콘서트를 펼친다. 첼리스트 요하네스 모저의 ‘격정’과 피아니스트 윤홍천의 ‘서정’의 행복한 만남이다. 레퍼토리는 브람스에서 쇼스타코비치에 이어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 류재준을 넘나든다. 두 연주자는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제1번 마단조 작품번호 38’, 쇼스타코비치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라단조 작품번호 40’을 연주한다. 이와 함께 류재준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들려준다. 이 곡은 2011년 독일 최대규모 음악제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페스티벌에서 첼리스트 리웨이 친에 의해 초연된 뒤 심준호, 아르토 노라스 등의 첼리스트에 의해서 꾸준히 연주되고 있다.이번 ‘요하네스 모저와 윤홍천 듀오 콘서트’는 류재준이 당대 최고 연주자를 소개하는 ‘오푸스 마스터스 시리즈’의 하나다. 3일 저녁 8시 용인포은아트홀, 4일 저녁 7시30분 대구시민회관 그랜드콘서트홀, 5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챔버홀, 6일 저녁 7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1544-5142.손준현 기자, 사진 오푸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