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A to Z2017. 1. 25. 14:31



<첼리스트 송영훈의 Joy of Classicism> 
Vol3. 엘가 -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

곧 구정이 돌아옵니다. 정유년을 맞아 어떤 계획들이 있으신가요?

저에게 설날은 들뜨는 느낌 보다는 차분했던 기억이 많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유학을 갔기 때문에 명절은 대부분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런 시간은 더욱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그리움과 향수... 이런 것들이 음악을 더 좋아하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움과 고민의 시간들이 저의 음악 인생의 원동력이 된 셈이지요.
많은 음악들을 들었지만, 특히 영국에서 공부할 때는 영국출신 음악가들의 음악을 들으며 그들의 발자취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많았습니다. 셰익스피어의 생가에 가서 엘가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의 음악에 담긴 이야기와 기억이 들리는 것 같았지요. 그리움을 달래려고 들었던 음악들에서 어떠한 힘을 발견한 순간들이었습니다. 그 음악들을 듣고, 감동을 받고, 그 감동을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저를 진정한 음악가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셰익스피어 생가 [Shakespeare's Birthplace]



저는 지금까지 소리 예술을 하고 있습니다. 소리에 이야기를 담고, 기억을 담는 작업이지요.
작곡가들이 준 기억과 이야기들을 담은 '소리'를 파악하는 것은 꽤 힘들고 지루한 공부가 필요한데요, 
한 곡을 공부하다 보면 기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떤 한계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그 작곡가가 살던 나라의 거리를 걸으며 그들이 악보 속에 어떤 메시지를 주었나 생각하다보면, 그 나라의 자연이 주는 영감으로 답을 찾기도 합니다. 
연주가는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파악하고 해석하여 전달하는 메신저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클래식 음악을 듣던 시절을 통해 성장해 그 음악을 이해하고 연주하는 사람이 되어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달자가 된 것이지요.

엘가(Edward Elgar, 1857 ~ 1934)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작곡가입니다.
그의 곡 중 제가 향수를 달래던 곡은 '수수께끼 변주곡'중에서 9번째 변주인 '님로드(Nimrod)입니다. 수수께끼 변주곡은 엘가의 지인들을 묘사한 작품인데요, 님로드는 엘가의 친구 [오거스터스 J. 제거]를 표현한 음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Jeager'라는 성이 독일어로 사냥꾼을 의미하는 것에 착안하여 '님로드'라는 부제를 붙였다고 합니다.(님로드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인물(니므롯)로 사냥꾼의 대명사로 통합니다.) 제거는 엘가의 친한 친구였고, 항상 애정을 가지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던 사람이었다고 하죠.이 곡을 듣고 있다 보면 친구에 대한 엘가의 애정이 느껴집니다. 그 따뜻함이 어린 시절의 저의 향수병을 어루만져 주었나 봅니다. 다가오는 명절 엘가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님로드'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행복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첼리스트 송영훈



Posted by 스톰프뮤직
클래식 A to Z2017. 1. 11. 10:57




<첼리스트 송영훈의 Joy of Classicism> Vol 2. 


베토벤: 첼로 소나타 바장조 1번, Op.5 

베토벤: 첼로 소나타 사단조 2번, Op.5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 유학시절, 저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었습니다.바로 요나스 포요넨(Joonas Pohjonen)이라는 핀란드의 피아니스트입니다. 힘든 유학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인 동시에, 음악적 동반자이기도 했던 요나스는 시벨리우스 음악원의 체임버 뮤직 클래스 피아니스트였습니다. 



핀란드 난탈리의 백야 (사진=송영훈 제공)




클래스가 있던 매주 금요일마다 요나스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을 함께 연주했었는데요, 요나스는 정말 많은 첼로 곡들을 알고 또 이해하는 피아니스트여서 체임버 클래스 시간 외에 만나서는 첼로 곡에 대한 음악적 의견과 생각을 나눴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나스와의 인연은 15살에 학생으로 참가했던 핀란드 난탈리 페스티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어린 학생이었던 두 친구는 20년이 흐른 후에 다시 난탈리 페스티벌에 선생님으로 또 아티스트로 만나 함께 연주하고 또 학생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베토벤의 완벽한 음악에 대한 존경심은 저희 두 사람의 공통점이기도 했습니다. 요나스는 저의 마지막 국제 콩쿠르도 함께 했는데요,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던 그 당시 연주곡도 바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였습니다. 콩쿠르 이후 12년이 흐른 후 요나스와 핀란드에서 함께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저희는 연습 시간만큼이나 오래 베토벤과 첼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요.


 

 난탈리 페스티벌 공연 (사진=송영훈 제공)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첼로를 독주악기의 반열에 올려놓은 위대한 작곡가입니다. 베토벤이 첼로소나타를 작곡했을 당시에는 첼로와 피아노 두 악기만으로 연주되는 장르조차 없었다고 하지요. 1796년에 탄생한 첫 두 개의 첼로 소나타인 Op.5는 프로이센의 프레데릭 빌헬름 2세(Frederick II, 1736 ~ 1813)를 위해 작곡한 곡입니다. 본래 베토벤이 주문받은 곡은 현악 4중주였지만 그가 왕에게 선물한 곡은 '첼로 소나타'였습니다. 첼로 애호가 이자 유능한 첼리스트이기도 했던 프레드릭 2세에게 헌정된 이 곡은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음악의 가교로서 가히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곡 입니다.

 

다가오는 2월 25일. 예술의 전당에서 있을 저의 독주회에서 요나스와 다시 한 번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게 됩니다. 한국에서 요나스 포요넨과 함께 할 리사이틀이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기다려집니다. 곧 만날 요나스와의 즐거운 독주회를 고대하며,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과 2번 Op.5를 추천합니다.


첼리스트 송영훈



Posted by 스톰프뮤직
클래식 A to Z2016. 12. 31. 23:04



<첼리스트 송영훈의 Joy of Classicism> Vol1. 슈만 - 5개의 민요풍 소품 Op. 102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이전에 좋아하던 곡들이 다르게 들릴 때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또 육아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은 음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사랑 이야기를 갖고 있는 음악가입니다. 클라라의 아버지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소송까지 하며 사랑을 쟁취한 커플이기도 하죠. 그래서인지 슈만과 클라라는 자식이 7명이나 됐습니다. 연주자로 살아가던 슈만의 부인 클라라가 아이를 낳고 얼마나 많은 번민에 쌓였을지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당시 클라라는 피아니스트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었는데요,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클라라가 아이를 낳고도 피아니스트로서 계속 활동했고, 슈만 사후에는 생계를 위해 연주여행을 다녔다고 하지만 그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는 지금, 슈만의 곡들을 들을 때면 슈만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절로 느껴집니다. 슈만의 아이에 대한 사랑은 남달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첫째 아이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고 하는데요, 저도 요즘 아이를 키우며 슈만의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해 봅니다. 슈만의 5개의 민요풍 소품집을 보면 슈만의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2악장에서는 슈만이 클라라와 함께 아이를 재우는 자장가가 아닐까? 하며 연주해 보기도 하지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은 생의 순간순간들에서 느껴지는 감정 중 가장 아름다운 경험이 아닐까 합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슈만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5개의 민요풍 소품 Op.102을 권해드립니다.  

첼리스트 송영훈


Posted by 스톰프뮤직


안녕하세요, 민트벨입니다. '스톰프 아티스트들의 근황 간추림' 오늘은 푸디토리움 편입니다.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이미지로 거듭나고 있는 푸디토리움 김정범님. 푸디토리움 활동부터 영화음악감독, 칼럼리스트 등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요. 최근 어떤 소식들이 있었는지 함께 나눠볼게요!



1) GMF2013 출연

2009년 출연 이후 4년만에 GMF 무대에 다시 서게 된 푸디토리움. 이번엔 러빙포레스트가든의 헤드라이너로 특별한 무대를 연출했습니다.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 트럼펫의 밴드 구성에 스페셜 게스트들이 함께 했던 공연! 보드카레인의 주윤하님이 함께 한 '겨울장마'와 롤러코스터 조원선님 버전의 '인연'은 이 무대에서만 볼 수 있었던 광경이었는데요. 정말 숨이 멎을듯한 아련함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순간이었습니다. 찾아주신 여러분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사진은 리허설 때 장면입니당)




2) 영화 <롤러코스터> 음악감독 - 하정우와의 계속되는 특별한 인연

배우 하정우와의 인연은 어디까지일까요. <멋진 하루>, <577 프로젝트>에 이어 <롤러코스터>에서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재난 블록버스터 코미디 장르로 지금까지 했던 '감성모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음악작업들이 진행되었는데요. 얼마 전, 정범님이 진행하는 SBS 파워FM <애프터클럽>에 게스트로 출연하여 이런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2013년 10월 18일 새벽 3시 방송)


하정우 감독은 "김정범 음악 감독의 빅팬으로 전무후무한 그의 음악을 만나게 되어 감동적이고 놀라운 경험”이라고 전했다. 





3) ECM 음악감상회 진행

지난 10월 12일에는 안국동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는 <ECM 전시회>에서 음악감상회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ECM에서 발매된 음반들 중 좋아하는 음악들을 함께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는데요.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김정범님의 해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돈주고 구매한 ECM 음반부터, ECM 음반을 미리 들어보고 살 수 있었던 숨은 공간이 있었다는 이야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보사노바 리듬이 이렇게도 나올 수 있다는 음악 구조학(?)적인 이야기까지! '향수'라는 컨셉으로 90분 동안 진행된 음악감상회, ECM 전시회 공식 페이스북의 짤막한 후기를 살포시 가져와볼게요.


김정범선생님의 '향수'. 매번 재생버튼을 누르신 후 저희 청중들 뒤로 오셔서 함께 음악을 들으셨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특히 ECM #1746 Charlie Haden 과 Gismonti의 'Palhaço'



특별히 그 날 이야기 나눴던 리스트도 이곳에 공개해볼까 합니다.


1. 'My Song' from 'My Song' by Keith Jarrett

2.  'Au Lait' from  'Offramp' by Pat Metheny Group 

3.  'Cycle Song' from 'Cycles' by David Darling 

4. 'Celeste' from 'Old Friends, New Friends' by Ralph Towner 

5. 'Vozes' from 'BerimBau' by Nana Vasconcelos 

6. 'Lawns' From 'Sextet' by Carla Bley 

7. 'Song for TKJD' from 'Epigraphs' by Ketil Bjornstad& David Darling

8. 'Spiegel im Spiegel: 2' from 'Alina' by Arvo Part

9. 'Swept Away' from 'Swept Away' by Eliane Elias 

10. 'Palhaco' From 'In Montreal' by Egberto Gismonti & Charlie Haden


정범님이 가장 좋아하는 ECM 곡 한 곡을 꼽으라면 데이비드 달링의 'Cycle Song'이라는 이야기도 하셨어요.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초반에 소개됐던 앨범이기도 해요. (칼럼바로가기)




4)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원래는 12주 진행으로 시작이 된 칼럼이었습니다만 이번주로 벌써 63화에 접어들었습니다. 부산일보 역사상 최장수 칼럼으로 꼽히고 있는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정범님의 최근 근황과 좋아하는 뮤지션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며 일어났던 일화들이 함께 소개되는 칼럼입니다. 학구적으로 이 뮤지션은 언제 태어나 어떤 음악을 하고 어떤 기법을 가지고 있으며.... 식의 해설이 아니라 더 좋은 것 같아요. 특히나 이번주는 푸딩 1집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며 어떻게 푸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시작이자 미래였던 10년 전의 그곳 어딘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마음이 아련해지기도 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연재입니다!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63. 푸딩 1집 (칼럼바로가기)




5) 유재하 가요제 참여
이번 유재하 가요제는 동문들이 직접 기획부터 모든 일들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산에 거주하고 계시지만 유재하 가요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심사와 홍보 영상 등에 참여를 하고 계시는데요. 11월 1일에 네이버뮤직에서 진행되는 생중계 현장에도 함께 할 예정입니다. 유재하 가요제 동문들이 직접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릴레이 영상들을 만들었는데... 제가 찍어드렸는데.... 잘 찍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를 여기서 은근슬쩍 하면서... 함께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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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보니 월간지 '네이버'와 함께 한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남자의 취향을 엿볼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는데요. 매거진 나오면 바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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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새로 출간하는 책과 관련된 간담회도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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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마지막 프로젝트로 클래식 앨범을 프로듀싱하게 됩니다. 멋진 테너분과 함께 하게 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조만간 공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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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토리움 최근 뉴스는 여기서 마칩니다. 뿅!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