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4. 28. 18:33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311000002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78. 살리프 케이타

현대 서부 아프리카 대중음악의 독보적인 존재




유행어의 한 구절처럼 글로 음악을 배울 수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버클리 음대 유학 시절 한창 수업과 과제에 푹 빠져 있을 때로 기억이 되는데요. 당시 학교생활도 생활이지만 다양한 음악 관련 교재와 교육 서적이 너무 풍부했던 그곳이 무척 신기했습니다. 쇼핑에 중독된 사람처럼 밤마다 사이트를 돌며 각종 관련 서적을 구매했어요. 하루 중 수업이 끝나고 돌아와 배달된 책들을 뜯어보는 순간이 가장 즐거웠을 정도였으니까요.
 
그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던 것이 아프리카 음악에 대한 이론 서적이었습니다. 저에게는 그때까지 뮤지컬 '라이언 킹'이나 영화 '파워 오브 원'의 음악을 접했던 게 경험의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아프리카 음악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것은 새로운 도시를 구경하는 듯한 쾌감을 주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등굣길에 아프리카 어떤 가수의 포스터와 소식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엄청나게 유명한 가수라는 사람들의 얘기와 콘서트장도 교내 공연장이었던지라 저는 당장 표를 구매해서 공연을 보러 갔어요. 

"보스턴에 이렇게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고?". 공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저의 당황스러움은 더해갔습니다. 무슨 음악인지 전혀 이해도 되지 않았을뿐더러 첫 비트가 어디인지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생소한 음악이었습니다. 가수가 직접 노래하며 연주하는 베이스 드럼은 얼마나 강렬했던지 마치 박자를 셀 수 없는 난해한 테크노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음악에 맞추어 다 같이 춤을 추는 사람들 그리고 음악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장관인 동시에 저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었습니다. 글로 배울 수 없는 너무나 다르고 큰 세계가 있다는 생각이 그때 들더군요.

이 공연은 'Golden Voice of Africa'로 불리는 살리프 케이타(Salif Keita)의 공연이었습니다. 서부 아프리카 대중음악의 독보적인 존재인 그는 미국 팝과 유럽 음악 등에서 영향을 받아 현대적인 아프리카의 팝 음악을 들려주지요. 태어날 당시 색소결핍증에 걸린 탓에 눈에 띄게 하얀 외모와 드라마틱한 삶은 그를 음악과 더불어 아프리카 대중음악의 가장 우뚝 선 존재로 만듭니다. 그리고 파리를 비롯해 유럽 각지를 시작으로 미국까지 세계적으로 명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몇 년 후 저는 보스턴에서의 유학생활을 끝내고 뉴욕으로 이주하게 되었습니다. 살리프 케이타의 공연과 아프리카 음악을 한동안 잊은 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맨해튼에서 아프리카 댄스 공연을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별생각 없이 보던 그 공연장에서 전율을 느꼈어요. 강렬한 에너지의 몸짓과 색채, 살리프 케이타의 몇 년 전 공연의 멜로디가 기억나기 시작했고 그가 직접 연주하던 드럼의 첫 비트가 어디인지 그때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음악 전체가 머릿속을 가득 감싸더군요. 그 후 저는 살리프 케이타의 음반을 사 모으기 시작했고 뉴욕에서 열리는 아프리카의 춤이라면 전부 찾아볼 만큼 아프리카 댄스 마니아가 되었지요. pudditorium.com

 
김정범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