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그냥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 하나만 있는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요? 묻고 싶은 당돌한 여자….) 우직한 노력파! 인턴봄비가 그리는 스톰프 뮤직의 소소한 이야기!

'제3자'에서 점차 '뼛속까지 스톰프인'이 되어가며 겪는 생생한 일기! 한 주간 스톰프 뮤직에 있었던 hot한 이야기 혹은 짤막한 리뷰와 추천곡을 남기고 스톰프 뮤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매주 금요일 update)


 

Part1. 음반공연기획사에서 일한다는 것 

 

 

 

 

단순히 음악이 너무 좋아서 엠피삼이 없으면 집밖을 나가지 못했던 아이가 이제 새로 나오는 앨범 북클릿에 ‘intern 최현희’ 라는 이름이 쓰여져 있는 것을 보고 뿌듯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봄비의 인턴일기는 음반공연기획사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한 단상을 적어볼까 한다. 이 글이 앞으로 일하게 될 인턴이나 혹은 음반기획, 공연기획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진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하는 일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완벽하겠지만 세상에 천재는 소수일 뿐이다. 천재가 아닌 이상 노력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 그리고 그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나의 능력을 특화 시키고 그 다음하고 싶은 것들을 차근차근 해내는 것이 현실적인 일이고 꿈을 잊지 않고, 궁극적으로 잃지 않게 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공연기획은 웬만한 열정이 가지고는 하지 못할 일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그냥 생각 했던 것 보다 더더더더더더 힘든 생활의 연속인 것이 공연기획사이다. 시에스타 선배도 진심으로 조언을 해주셨다.

(시에스타 선배 . 나긋나긋한 예쁜 목소리를 소유하셔서 심야라디오 디제이 하면 참 잘 어울릴 것 같은 선배. 처음 뵜을 때부터 편하게 대해주셨다. 편안하기도 하고 나른하기도 하고 따뜻한 스페인 지방의 낮잠, 시에스타 같은 나른 나른한 분위기를 풍기신다동안이신데도 성숙한 생각을 지니신 멋진 공연팀 선배 J )

 

 “공연 기획에서 일하려면 공연이나 이쪽 분야에 대한 환상은 철저히 접어두고 시작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막 그냥 막연히 멋있어 보여서 시작한다던가 그런 것은 버리는 게 좋아요”

 

사실 공연기획! 하면 뭔가 멋있어 보이는 게 있긴 한다. 나도 막연하게 그런 생각을 했었다. ... 그러한 뭔가는 절대 없다! 나도 일해보면서 선배들을 보면서 크게 느꼈던 부분이었다.

그렇다고 못 버틸 법은 없다. 왜냐하면 나는 진짜 음악이 너무너무 좋기 때문이다. 아니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고 좋아만 하기에는 버티기 어려울 것 같다. 친구들과 같이 공연기획을 했던 것은 우리끼리 좋아서의 의미가 컸지만 이곳은 스케일이 훨씬 크고 회사의 이익이 걸린 문제이다. 공연이란 것은 일회성이기 때문에 단 한번의 기회에서 실수하면 안되니까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이쪽에 꿈이 있는 친구들은 정말 직접 부딪쳐보고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음반공연기획사는 이직율이 높다고 한다. 일단 몸이 정말 고되기 때문이다보통 공연은 주말에 있고 평일에는 그 공연을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이기에 나중에는 지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Part2. 그럼에도 그 ‘희열’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일을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식신선배가 예전에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식신선배. 회식이 있었던 점심, 스톰프인들은 뷔페에 갔었다. 모두 식사가 끝나서 디저트를 먹고 있었을 즈음 여전히 식사 중 이셨던 한 분. 48kg의 몸무게를 유지하시는 식신선배! 선배는 일본어도 잘하시고 이야기도 참 재미있게 하신다. 이것저것 겪으신 게 많은, 나이차가 무색하도록 친근하게 대해주시는 A&R 팀 선배J)

 

 ‘이쪽 일이 힘들기는 해도 다른 일은 재미가 없어요.

그때 새삼 깨달았다. 이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참 재미있는 분들이라는 것을! 예전부터 느끼긴 했지만 문화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다들 자기만의 세계가 있으시다. 가만히 앉아서 관찰을 하다 보면 각자 색깔이 있고 개성이 있고 나름의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아마 물어보지는 않았어도 대부분의 선배들은 반복되고 형식적이고 짜인 틀에서 일하는 것을 싫어하고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일을 즐기실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단순업무는 뇌가 굳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그때 들었던 기억을 곱씹어서 식신선배께 다시 여쭤봤다. 역시나 잠깐 음악계를 떠나 전시와 관련된 일을 하셨던 선배는 전시장에서 가만히 앉아 전시물과 관람객을 관리하는 단순한 업무였던 지라 편하긴 했어도 감흥도 없고 흥미도 없었다고 하셨다.

 

식신선배는 앨범 작업하면서 노이로제에 걸리실 만큼 힘들었어도 작업한 앨범의 홍보반을 처음 손에 쥐는 순간, 희열말로 표현 할 수 없다고, 날아다닐 것만 같다 하셨다. 시에스타 선배 역시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셨다. 공연기획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사건 사고도 많이 터지고, 그럴 때 자신이 왜 그것밖에 못했나 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땀 흘려 올린 공연에서 아티스트가 온전히 공연에 집중해서 관객들과 같이 호흡할 때, 그리고 관객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뿌듯하시다고 한다.

 

일이 고돼도, 바로 이러한 '보람때문에 일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다이곳에 있다 보면 다른 것은 몰라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 수 는 있을 것 같다. 그런 모험정신에 심장이 뜨거워지는 사람이 있다면 꼭 도전해 보시길!

 

전에 한 문화기획 관련 카페에서 본 문구가 있다. ‘남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 기획자!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 예술가! 라는 말을 보고서 나는 어느 쪽일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사실 아직도 어느 쪽이 나에게 맞는 길인지 잘 모르겠다많은 청춘들이 불안하며 방황하고 있지만 누구도 그럴듯한 반듯한 답을 내려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답은 스스로가 오로지 혼자서 찾아야 하는 일이므로 하지만 그 길에서 조언도 해주고 충고도 해주는 함께 해주는 좋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인턴으로 일하면서 깨닫게 되었다나중에 시간이 흘러도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뗀 이곳을 잊지는 못할 것 같다.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