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일기?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그냥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 하나만 있는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요? 묻고 싶은 당돌한 여자….) 우직한 노력파! 인턴봄비가 그리는 스톰프 뮤직의 소소한 이야기!

'제3자'에서 점차 '뼛속까지 스톰프인'이 되어가며 겪는 생생한 일기! 한 주간 스톰프 뮤직에 있었던 hot한 이야기 혹은 짤막한 리뷰와 추천곡을 남기고 스톰프 뮤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매주 금요일 update)


 

 

"현희씨는 회사 들어와서 정말 다양한 경험해보네요~"

 

 

 

기업행사를 가기 전, 시에스타 선배께서 건네신 말씀이다. 회사에 들어와서 이것저것 하다가 이제는 기업행사까지 갈 수 있게 되다니! 나로써는 영광이었다. 새로운 것을 경험한 다는 것 자체가 늘 설레는 일이므로! 나는 그렇게 어제는 회사가 아닌 행사가 있는 곳으로 바로 출근했다. 행사의 시작은 점심이 훨씬 넘어서였지만 아침부터 스톰프 식구들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무대를 장악하는 콘서트마스터 윤운중

 

공연기획사는 기업이 행사를 열 때 공연을 필요로 하면 함께 하기도 한다. 어제 행사의 순서는 1부에서 4부로 나뉘어져 있었고 마지막 4부가 아르츠 콘서트로 구성되었다. 아르츠 콘서트는 스톰프 뮤직을 대표하는 공연으로써 명화에 대한 해설과 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이다. 어제는 총 네 번의 해설이 있고 그 중간 중간에 공연이 있는 형식이었다. 나는 공연 무대의 대기실에서 선배들을 도왔다. 우선 주어진 일은 공연 시간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 콘서트 마스터 윤운중 선생님의 해설시간을 재는 역할을 맡았다공연 시작 전까지 위트 있는 말씀을 건네시던 선생님께서는 역시 떨지도 않으시고 멋지게 해설을 마치셨다. 시간이 조금 오버되어도 다음 차례에 줄이면 된다고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경력에서 우러나오는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매번 해설 때마다 땀까지 뻘뻘 흘리시면서 네 번 모두 매우 진지하게 임하셨다

 

 

 반전 매력의 피아니스트 윤홍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은 피아니스트 윤홍천님의 연주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뵙고 싶던 피아니스트셨기에 더욱 기대가 컸다. 윤홍천님은 조용하게 대기실에 등장하셨는데 생각했던 이미지보다 더 매력 있으셨다. 말씀도 참 조곤조곤하게 하시고 굉장히 차분하신 성격 이신 것 같았다. 그러나 윤홍천님의 공연은 그야말로 반전이었다.

차례가 되셨을 때 분명 수줍게 무대로 나가셔서 꼼꼼하게 의자를 정리하시고 페달을 밟아보셨다. 그리고는 사뿐히 건반에 손을 올려 놓으신 후 연주를 시작하셨는데 공연 전의 수줍음은 온데간데 없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변신하셨다. 나는 연주에 완전히 폭 빠져서 반해버렸다.

 

이번 연주에서는 악보를 보시는 곡이 계셔서 피아노를 전공하신 양배추선배가 페이지터너되셨다. 음대를 다니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일명 '넘순이'라고 불리운다는 페이지터너는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말한다. 양배추선배께서는 혹시라도 실수하실까 봐 엄청 떠셨다. 페이지가 두 장 넘어가면 안되니까 한 장 한 장 접어 놓기까지 하셨다. 나도 예배 반주를 할 수 있을 만큼은 피아노를 배웠지만 악보를 힐끔 보니 우와……라는 말밖에 안 나왔다. 양배추선배는 멋지게 넘순이 역할을 해내셨고, 공연은 잘 마무리 되었다.

 

공연 전에 같이 안내데스크에 있던 기업직원 분은 공연 후, 대기실까지 찾아오셔서 윤홍천님께 싸인을 받으시러 들어오셨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나도 옆에서 받을 걸, 용기 낼 걸!' 조금 아쉽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양배추 선배는 담당하셨던 곧 발매될 윤홍천님의 ‘Encore’ 앨범의 북클릿을 윤홍천님께 보여드렸다. 자신의 음반 북클릿을 손에든 윤홍천님은 감격하시고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실례가 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정말 귀여우셨다.

 

모니터를 통해서 봤는데도 아르츠 콘서트는 참 재미있었다. 난 클래식에 문외한이라서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더 친근해지는 느낌이었다. 화장실에 갔을 때 오늘 공연이 너무 좋았다는 익명의 고객분들의 수군거림은 나를 씨익 웃게 했다.

마무리 정리를 하고 난 뒤 차에 탔을 때는 모두들 완전히 녹초가 되어있었다. 그래도 요즘 계속 출근 퇴근 집 출근 퇴근 집만 반복하다가 이렇게 행사를 하고 나니 내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뭐 어쨌든, 공연이 다 끝나고 이렇게 인사할 때의 기분이란 아무리 피곤해도 성취감이 있었기에 최고였다!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