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4. 28. 18:36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318000036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79. 카에타노 벨로주

가수 넘어 브라질 대중문화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중심



▲ 카에타노 벨로주의 1995년 앨범 '피나 에스템파 아우 비부(Fina Estempa Ao Vivo)'. 김정범 제공


'피나 에스템파 아우 비부(Fina Estempa Ao Vivo)'는 1995년에 발매된 카에타노 벨로주(Caetano Veloso)의 라이브 앨범입니다. 처음 이 앨범을 접했을 때의 그 감동은 사실 말로 하기 힘들 정도로 저에게 컸습니다. 그리고 가수라는 것은 어쩌면 천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가수의 모습이 바로 이 무대에서의 카에타노 벨로주였습니다.
 
이 공연에서 그는 검은 슈트를 입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채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라틴 음악의 고전을 들려줍니다. 이 노래들을 그의 밴드와 오케스트라가 함께하지요. 특히 네 번째 트랙인 '쿠쿠루쿠 팔로마(Cucurrucucu Paloma)'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그녀에게'를 통해 알려지며 국내에서도 많은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여러 버전이 있지만 제가 가장 손꼽는 '쿠쿠루쿠 팔로마' 역시 이 실황 앨범에 담겨 있습니다. 

이 라이브가 발매되기 1년 전 카에타노는 동명의 스튜디오 앨범 'Fina Estempa'를 발매합니다. 세계적인 성공과 더불어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해온 카에타노가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돌아가 따듯한 발라드를 가지고 돌아온 것이지요. 첼리스트 자크 모렐렌바움(Jaques Morelenbaum)의 현악 편곡들은 이 앨범의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데 결정적인 조력자 역할을 해주는데요. 이 앨범의 콘셉트와 작업이 1년 후 라이브 앨범을 통해 만개하며 그 찬란함을 발합니다.

카에타노 벨로주는 1942년 태생의 브라질 음악가입니다. 작곡가이자 가수, 그리고 문인이자 정치 활동가입니다. 1960년대 후반 서양과 브라질의 전통문화, 그리고 대중예술과 실험예술의 조화를 꾀한 브라질의 예술 운동인 '트로피칼리아'의 중심에는 바로 카에타노 벨로주가 있습니다.

사실 유학 시절 그의 콘서트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보스턴의 대형 극장에서 열린 이 공연을 몇 달 전 예매하고는 떨리는 마음을 부둥켜안은 채 갔었지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던 공연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청바지와 청재킷을 입은 카에타노는 빠른 스카풍의 음악으로 매번 청중의 합창을 유도하는가 하면 아줌마 팬들에게 엉덩이를 흔들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공연장 전체의 분위기는 나이가 지긋한 브라질 아주머니와 노인분들의 엄청난 환호로 아이돌 무대를 방불케 했는데요. 그러나 마치 시골의 경로잔치나 행사를 보는 듯한 이 공연과 음악은 무척이나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공연은 저를 다른 지역 문화의 이해와 소통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습니다. 비록 그때의 공연은 아직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그 후 카에타노의 활동과 행보를 더 깊게 들여다보면서 브라질에서 그의 의미와 존재는 어떤 것인지를 점차 알게 해 주었지요. 가수를 넘어서 브라질 대중문화의 역사이자 중심인 그의 음악을 이번 주 다시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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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