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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8.16 음악이 좋았던 영화 이야기 #1

안녕하세요, 스톰프뮤직의 미녀팀 소속 이아무개입니다. 어떻게 소개를 해야 할까 하다가 마땅히 닉네임이 떠오르지 않는 관계로 굉장히 감동도 없고 감흥도 없는 소개글로 시작했네요... (재미없는 소개글은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갈게요)


저희팀은 요즘 하반기에 공개할 앨범들 준비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그 중에서 푸디토리움 김정범님의 영화음악 작업을 가장 메인으로 진행중이고요. 이미 공지사항으로 보셨겠지만 이번에 진행하는 영화음악 프로젝트는 하정우, 공효진 주연의 리얼 버라이어티 무비 <577 프로젝트>의 음악 작업을 하고 있답니다. 하정우씨와 <멋진 하루>의 인연을 이어 이번 작품에도 함께 하게 되었고요. 아직 OST 자켓이미지가 확정되지 않은 관계로 포스터 이미지만 살짝 걸어봅니다.



사실 오늘 스탭일기의 주제는 <577 프로젝트> OST 작업일기가 아닙니다. (요건 앨범 나올 때 할게요) 영화음악 작업을 하다보니 영화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음악이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은 상태의 영화를 봤을 때와, 음악을 하나하나 넣어가며 영화를 봤을 때의 느낌이란! 우리가 청각적으로 느끼는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준비한 이야기는 <음악이 좋았던 영화 이야기> 입니다.


영화를 보는데 음악이 너무 좋아서, 영화 끝나자마자 OST 사러 달려나간 기억이 있으신가요? 영화가 끝나고 음악이 계속 귀에 맴돌고 여운이 가시지 않아 OST를 몇 날 며칠 무한 반복해서 들으며 영화를 되새겼던 기억! 음악만 들어도 영화 장면들이 스르륵 연상되며 눈 앞에 아른아른 거렸던 기억! 저에게도 그런 감흥을 주었던 영화들이 몇 편 있는데요. 오늘 여러분들과 그 기억들을 함께 나눠볼까 합니다. 좀 더 자세하게 소개하고픈 마음에 2회에 걸쳐 소개해드릴까 해요. 그럼 <음악이 좋았던 영화 이야기 #1> 시작해볼까요!



음악이 좋았던 영화 이야기 #1



1. 멋진 하루 (My Dear Enemy)



이 영화는 김정범님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부터 소개할 거라고 예상하셨죠? (씨익) 물론 정범님이 참여해서이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영화와 음악이 100% 싱크로율을 보이며 감정선의 흐름을 배가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영화이고, 내용은 이러합니다. 헤어진 지 1년이 지난 커플이 하루 동안 만나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그 안에서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선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 희수(전도연 분)는 어느 날 갑자기 헤어진 연인 병운(하정우 분)을 찾아가 자신에게 빌린 돈을 돌려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병운은 희수의 돈을 갚기 위해 하루종일 함께 다니게 됩니다. 여기서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영화 속의 음악이 주로 이동하는 씬에서 사용된 점에 감안, 영화 음악의 흐름은 시간 순서대로 나뉘게 됩니다. 점심시간 전까지, 그 이후부터 저녁이 되기 전까지, 저녁 이후부터 엔딩까지 나뉘어진 음악의 흐름을 따르다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른 감정상의 흐름과 차이들이 고스란히 느껴지고요. 전체적으로 올드 딕시 재즈의 아련한 멜로디와 비밥이나 모던재즈에서나 나올 법한 화성진행으로 인한 옛날 음악 느낌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주었던 것 같아요. 참고로 「멋진 하루 O.S.T」는 미국 트라이베카영화제,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음악감독으로 공식초청을 받았고, 후에 뉴욕 MoMA에서 특별초청상영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답니다.


저는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두 사람이 함께 차를 타고 달리기 시작할 때 나오는 곡 '10:12AM'을 가장 추천합니다. 차가 출발할 때 음악이 딱 시작되는데 '와아' 하고 탄성을 질렀다지요. 같이 들어볼까요!






2.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저 요즘 이 영화에서 못 헤어나오고 있어요. 우디 앨런의 신작 <미드나잇 인 파리>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시간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요. 1920년대의 파리에 가서 피카소를 만나고, 헤밍웨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고흐와 술 한 잔을 한다? 꿈 같은 이야기가 주인공 길(오엔 윌슨)에게 매일밤 펼쳐집니다. 이 영화에서도 음악이 굉장히 중요한 장치를 하는데요. 시간여행은 매일밤 12시!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정체불명의 차가 한 대 나타나고, 그 차를 타면 1920년대로 떠나게 됩니다. 이 때 나오는 음악이 묘한 매력을 주는데요. 꿈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영화가 끝난 다음에도 이 음악만 들으면 어디선가 차가 내 앞에 나타날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되지요. 이 곡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즈 기타리스트 Bistro Fada의 'Stephane Wrembel'라는 곡인데요. 안타깝게도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서비스가 되고 있지 않네요.(흑) 아쉽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유튜브에서 찾아보세요! 아 그리고 한 곡 더 추천해 드릴게요. 영화에서 1920년대로 가게 된 길은 한 파티장에서 미국의 대표 작곡가로 꼽히는 콜 포터(Cole Porter)가 연주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되는데요. 이 때 'Let's Do It' 이라는 곡이 흘러나옵니다. 사랑을 하자는 가사가 꽤나 인상적인 이 곡을 이 영화의 추천곡으로 꼽고 싶네요. (링크는 영화버전인 Conal Fowkes의 음악으로 걸게요) 이 외에도 1920년대의 파리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곡들이 많답니다. 영화 보시고 OST도 꼼꼼하게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3. 비기너스 (Beginners)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영화 <비기너스>는 작년에 국내에서 개봉되었어요.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인데요. 영화를 한 줄로 표현하자면 '현실과 마주하면서 얻게 된 두려움에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화'라고 하는게 딱 맞을 것 같네요. 일러스트 작가 올리버(이완 맥그리거)는 우연히 파티에서 애나(멜라니 로랑)를 만나게 됩니다. 집보다 호텔을 편안하게 여기고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애나에게 자연스럽게 끌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 올리버. 하지만 이미 혼자만의 삶에 익숙해진 올리버는 자유분방한 그녀와 함께 있고 싶으면서도 구속 받는 건 싫고, 그렇다고 그녀를 떠나기도 싫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되지요. 이 영화는 음악도 좋지만 대사도 일품이었어요. 


 "당신은 왜 모두 떠나 보내나요?" ".... 결국엔 잘 안 될 것 같아서요." 


두려움이 먼저 앞서 사랑하는 마음조차 제대로 가지지 못했던 한 남자의 삶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덩달아 마음이 은은하게 번지는 느낌을 주는 영화입니다. 영상의 색감과 편집,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와 대사, 운치 있는 음악까지. 자칫 밋밋하게 보일 수 있는 영화에 적당한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고요. 물론 반전이나 큰 임팩트를 기대한다면 지루하게 느껴질테지만 담담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매력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영화의 음악들도 전부다 좋은데 이 곡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어느 부분에 나왔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꽤나 인상깊었어요.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Hoagy Carmichael의 'Stardust'라는 곡입니다. 이 외에도 'Beginner's Theme Suite' 등 좋은 음악들이 참 많이 수록되어 있으니 OST 검색하셔서 꼭 한 번 들어보세요!


 




소개를 더 하고 싶은데 오늘은 시간상 여기서 마무리 할게요. 2편에 나눠서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3편까지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의 부족한 첫 글을 어떤 분들이 읽어주실까 염려하며... (사실 저번에 한 번 쓰긴 했었지만^^;;) 그럼 다음편에서 다시 만나요! 오늘은 집에 가면서 이 세 영화의 OST를 들으며 가볼까요? 아, 그리고 아마도 이 시리즈의 마지막날은 <577 프로젝트> OST 발매일로 정해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가는군요. 그럼 모두들 음악과 함께 즐거운 시간 되세요!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