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5. 10. 29. 18:45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022000025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58. 러시아 클래식의 현재와 미래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

완벽한 구성의 멜로디에 압도되는 느낌


얼마 전 음악을 들으며 길을 달리다 저도 모르게 '심장이 터질 것 같다!'는 탄성이 나온 경험이 있습니다. 흘러나오는 음반의 한 트랙이 하나씩 넘어갈 때마다 밀려오는 감정의 파장이 어마어마했거든요. 그날 힘든 일이라도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요? 또 혼자 음악을 들을 때 종종 그렇게 탄성을 지르지는 않느냐고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음악을 듣다 혼잣말을 하는 습관도 없고요. 그날 유난히 감성적이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순수하게 그 음악 자체에 언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경이로움을 느꼈던 거죠. 
 
이 기억은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때때로 떠오르는데요. 왜냐하면, 한창 음반을 사모으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음악들을 듣느라 잠까지 설치던 학창시절이었다면 모를까 그 이후 한참 어른이 된 지금 이토록 제가 열렬할 수 있는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거든요. 물론 음악의 감성이 그날따라 저의 마음을 유난히 움직였을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보다 곡들이 보여주는 구성과 형식 그리고 멜로디에 압도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멋진 회화 작품을 보았을 때의 그것처럼요. 

'정말 어떻게 이런 완벽한 곡을 쓸 수 있는 거지?' 라는 감탄이 음악을 듣는 내내 떠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클래식 작곡가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의 음악이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예전 음반가게에서 기돈 크레머와 크레메레타 발티카의 음반을 다루면서 잠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에도 음악을 접하면 접할수록 저를 더욱 빠져들게 합니다.  

1946년 모스크바 태생의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는 현재까지 현존하는 위대한 작곡가 중 한 사람이에요. 콘체르토와 오케스트라, 챔버음악을 주로 써오고 있는 그는 저에게 러시아 클래식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다시 한 번 보게 할 만큼 특히 요즘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한 블라디미르 마르티노프의 작곡법은 음렬에 바탕을 둔 12음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에게 현대음악의 작곡기법으로 알려진 이 테크닉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는 사실 다소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는 작곡가이자 더불어 민속음악학자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그의 음악을 살펴보자면 역사와 종교 등 광범위한 민족과 정치적인 이슈를 포함하고 있기도 하지요. 이러한 이유로만 생각해본다면 그의 음악은 이미 들어보기 전에 우리에게 무척이나 낯설 것처럼 느껴질 것 같은 거리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의 음악은 정말 듣기 좋습니다. 압도적으로 아름답거든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클래식 음악의 한가운데 그의 음악은 분명 정통에 놓여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대의 클래식 기법들이 교과서적으로 보이지요. 이렇게 아카데믹하기만 할 것 같은 음악이 이토록 뛰어난 멜로디와 감성으로 풀어져 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그의 세계를 직접 소리로 경험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www.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