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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2.20 첼리스트 송영훈, 그가 걸어가고 있는 길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첼리스트 송영훈
2017년 2월 2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만의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는
그의 음악 인생을 엿보다.

 

 

 

중저음의 가슴을 두드리는 첼로 선율의 그윽함 만큼이나 부드러운 목소리와 멋진 외모를 가진 첼리스트 송영훈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첼리스트이자, 주말 오전마다 <송영훈의 가정음악>으로 찾아오는 라디오 진행자로도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가이다. 그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누에보 탱고를 시작으로, 라흐마니노프, 브람스를 거쳐 베토벤과 슈만의 음악으로 관객을 찾아온다. 그는 지난 연말 송년음악회를 마친 후 직접 머리를 잘랐다.

"공부하는 학생처럼 마음을 다잡기 위해  머리카락을직접 잘랐어요.
공연때 쯤 되면  다시 근사하게 자라있지 않을까요?"

베토벤은 송영훈이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작곡가이자, 가장 많은 고민을 안겨준 작곡가 이다. 하지만 송영훈은 요즘 베토벤을 연습하며 유난히 많이 웃는다고 말한다. 그에게 웃을을 주는 '음악'은 그에게 어떤 존재일까? 첼리스트 송영훈의 어린시절부터 최근의 근황을 알아본다.

 

 

 

첼로보다 농구가 더 좋았던 아이

 

 

 

 

 

 

처음으로 갔던 핀란드 난탈리 페스티벌에서 [사진제공: 송영훈]

"4살 위의 형이 바이올린을 했어요.
크기로라도 형을 이겨보고 싶어 선택한 악기가 첼로였죠."

송영훈의 아버지(故 송인식-연세대 음대 교수)는 비올리스트였고, 형(송정훈-뉴잉글랜드 음대 교수)는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음악가 집안에서 자란 그는 형을 어떻게든 이겨보겠다는 마음으로 첼로라는 악기를 선택했다. 타고난 재능으로 주목 받았지만, 어린 시절 그는 첼로 선생님이 집에 찾아오면 옷장 속에 숨거나 도망 다녔다.

“줄리어드 음대를 다닐 때도 저의 가장 큰 즐거움은 농구였어요. 돌아가신 차닝 로빈스 선생님이 제 레슨시간이 되면 저를 데리러 직접 농구장으로 찾아 오셨어요(웃음).”

“열네 살에 줄리어드 음대로 떠났던 건 국내에서 더 나갈 콩쿠르가 없어서였어요. 줄리어드 음대 시절에도 30~40개의 콩쿠를에 나갔는데 한 번 2등을 한 걸 빼면 모두 우승했어요. 여러 곳에서 받은 장학금을 학비와 생활비로 쓴 후에도 남아 여행을 다닐 정도였지요. 이후 뉴욕에 차닝 로빈스 선생님의 추천으로 영국으로 건너가 랄프 커시바움 선생님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배웠는데, 이 곡들을 읽히다가 첼로를 그만둘 뻔했어요. 아무리 해도 원하는 소리가 나질 않았어요. 그 동안 저에게 상을 주고 잘한다고 칭찬한 모든 선생님들이 다 미워졌었습니다. ‘4첼리스트라는 이름으로 함께 공연하던 친구들이 당시 기숙사 친구들이었는데, 제가 정신이 나간 줄 알았다고 하더군요.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같은 부분을 연습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렇게 10년 동안 첼로에 집중했습니다.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아르토 노라스 선생님께 배울 때 제가 원하는 소리가 처음 나왔습니다. 시간도 정확히 기억해요. 2001 10 18일 저녁 10시 경이었죠.

 

 

 

 

 

진정한 ‘소리’를 찾아나가는 과정

 

 

영국 런던에서 - 젊은 시절의 송영훈 [사진제공: 송영훈]

 

                                   "결국 저는 지금까지 소리의 예술을 하고 있습니다.
                                     소리에 이야기를 담고, 기억을 담는 작업입니다."

 

송영훈은 연주자의 고유한 감정과 성격을 손을 통해 악기로 전달해 소리를 내는 법을 연마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그걸 극복한 자만이 무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고 음악의 기쁨과 고통, 환희, 슬픔을 다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저는 지금까지 소리의 예술을 하고 있습니다. 소리에 이야기를 담고, 기억을 담는 작업입니다. 작곡가들이 준 기억과 이야기들을 담은 '소리'를 파악하는 것은 꽤 힘들고 지루한 공부가 필요합니다. 악보는 마치 지도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로 지도의 길을 충분히 숙지하고 그 길을 어떻게 갈지는 가슴이 결정하죠.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거워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습니다. 첼로는 몸과 밀착해서 악기의 울림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 음악을 표현하기에 더 좋습니다.”

 

 

 

                          클래식계의 라틴음악 유행에 앞장서다 – Tango

 

                     

 

"뉴욕 유학시절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숙사에서 짐을 싸다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펑펑 울었어요.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그 곡이 바로 ‘아디오스 노니뇨’였죠.
피아졸라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를 기리기 위해 작곡한 곡이었어요.
언젠가 꼭 연주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006년 그가 처음으로 녹음한 음반은 정통 클래식이 아닌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이었다. 일본 탱고 밴드 쿠아트로 시엔토스, 기타리스트 제이슨 뷔유, 거장 파블로 징어들과 함께 라틴 음악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음반을 낸 송영훈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며 피아졸라부터 라흐마니노프, 브람스를 거쳐 이번 공연의 베토벤슈만으로 진입하고 있다.

피아졸라는 저와 인연이 있는 작곡가에요. 뉴욕 유학시절 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숙사에서 짐을 싸다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펑펑 울었어요.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그 곡이 바로 아디오스 노니뇨’였죠. 피아졸라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작곡한 곡이었어요. 언젠가 꼭 연주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다음 순서는 바흐를 생각하고 있다는 송영훈.

파블로 카잘스가 스페인의 한 헌책방에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악보를 발견한 건 첼리스트에게 축복인 동시에 저주일겁니다. 작년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전곡을 연주하신 정경화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두 시간이 넘는 공연이 끝나고 대기실로 찾아갔더니 나 너무 수고했지?” 라고 아이처럼 말씀하시는 선생님을 꼭 안아드렸어요.”

그의 시간을 지켜보는 것은,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재미있는 여행이 되고 있고 첼리스트 송영훈은 여행의 안내자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Astor Piazzolla : Adios nonino [연주: 4첼리스트]

 

 

클래식의 대중화?
좋아하는 음악을 많은 분들께 선물 드리는 것뿐

 

첼리스트 요요마와 함께 [사진제공 : KBS]

 

젊은 꽃미남 실내악단 MIK 앙상블로, 라디오 DJ로 클래식의 대중화를 이끈 송영훈.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 혹은 크로스 오버라는 표현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크로스오버(Cross-over)는 건넜다는 말인데 저는 다섯 살에 첼로를 처음 시작 한 후 어디를 건넌 적이 없어요. 저에게는 좋은 음악 그렇지 않은 음악이 존재한 뿐입니다. 그저 좋아하는 음악을 많은 분들께 선물처럼 나누어 드리는 것이죠. 2015년부터 주말마다 <송영훈의 가정음악>을 진행하고 있는데,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정말 배우는 게 많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곡을 들으면서 동료 연주자에 대해 알아가고, 대중의 마음을 열고 전달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면 그건 보너스 같은 거고요.”

MIK 앙상블은 2011년 마지막 활동을 한 후 쉬고 있는 중이다.

디토, 노부스 콰르텟 등 후배들이 잘해주고 있어 뿌듯합니다. 요즘 록 그룹이 재결성 하는 것처럼 예순 살 정도 되어서 다시 만날지도 모르죠(웃음). ”

 

내 인생의 전환점- 아이의 탄생

 

 

아이와 함께한 촬영현장 [사진제공: 스톰프뮤직]

 

"아이가 없던 시절이 어땠는지 생각이 잘 나질 않아요.
아이가 태어나며 저도 다시 태어났습니다. "

 

아이가 생긴 이후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아이가 달려와 안기면 바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송영훈. 

아빠로서의 송영훈은 어떤 모습일까?

“<송영훈의 가정음악>을 통해 슈만과 클라라 부부의 일기를 번역해서 읽어드리고 있는데 소소한 일상적 기쁨으로 가득해요.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요, 그의 음악에서도 그런 섬세한 감정을 느낄 수 있죠. 두 돌 지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슈만의 기분을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아이가 태어나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지요. 스케줄은 바쁘지만 오히려 연습시간이 더 늘었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시간이 나더라고요. 지금이 제겐 참 좋은 시절인 거 같아요. 아이가 없던 시절이 어땠는지 생각이 잘 나질 않아요. 아이가 태어나며 저도 다시 태어났습니다. “

 

 


  베토벤과 슈만 – 클래식의 기쁨을 말하다

 

영국에서의 협연 [사진제공:송영훈]

 

 

"베토벤과 슈만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 감정에 충실한 음악이라는 거예요.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음악의 힘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음악이죠"

 

베토벤과 슈만은 작곡가 중 가장 존경하면서도, 좋아하는 작곡가라고 말하는 송영훈. 이 두 작곡가 덕분에 우리가 지금의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가끔 생각해보면 신기해요. 300-400백 년 전 음악이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요. 전 연주자로서 역사의 한 부분으로 살아가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저는 위대한 작곡가들의 음악을 전달하는 '전령사'의 역할이에요. 이전에 정명훈 선생님이 음악가는 피자배달부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작곡가들이 맛있게 만든 피자를 배달하는 몫은 연주자라는 거죠. 재미있는 비유이고 공감이 되기도 해서 많이 웃었어요. 작가는 글을 통해, 화가는 그림을 통해 전하는 것들을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하는 것이죠. 음악은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더욱 그 감동이 잘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베토벤은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가장 유명한 클래식 작곡가이면서 가장 완벽한 클래식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라고 말하며 환희의 송가의 한 소절을 흥얼거렸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선율 중의 하나가 '환희의 송가'일겁니다. 음악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환희'즐거움인데 그게 정말 즐거움만을 표현한 거 같진 않아요. 인간의 고난과 시련과 역경을 음악을 통해 찾아내는 것이죠. 인간의 삶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은 청력이 상실되는 아픔을 겪었는데 저로서는 잘 상상이 안 갑니다. 또 슈만은 정신질환을 겪었지요. 작곡가들이 음악을 통해 그것을 극복하고 자신도 위로받지만, 사람들에게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음악 안에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슈만의 음악은 소소한 일상에서의 기쁨입니다, 요즘 제가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에서 슈만 부부의 일기를 번역해 읽어드리고 있는데 슈만은 가정적인 모습이 많아요. 자녀를 일곱이나 두기도 했었죠. 두 부부가 항상 소소하게 즐거움을 찾고 있는 모습이 저에겐 너무나 인간적으로 느껴집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완벽한 구조를 만든 완벽함을 추구한 느낌이라면, 가족의 사랑과 섬세함이 슈만의 음악을 만든 기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간의 기본 감정에 충실한 음악이라는 거예요.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음악의 힘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음악이죠.”

 

  피아니스트 요나스 포요넨과의 인연

 

 

 

시벨리우스 음악원 시절

친구이자 음악 동료였던 피아니스트 요나스 포요넨과 함께 [사진제공: 송영훈]

 

                               "요나스 포요넨은 저의 마지막 국제 콩쿠르도 함께 했습니다.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던 곡도 바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였지요"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 유학시절그에겐 친구가 있었다. 바로요나스 포요넨’이라는 핀란드의 피아니스트. 힘든 유학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인 동시에, 음악적 동반자인 그들은 이번 2월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는 송영훈 첼로 리사이틀에서 다시 만난다.

"요나스는 시벨리우스 음악원의 챔버 뮤직 클래스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에 클래스가 있던 매주 금요일에 요나스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음악을 함께 연주했어요. 요나스는 첼로 곡들을 많이 알고 이해하는 피아니스트여서 챔버 클래스 시간 외에 만나서는 첼로 곡에 대한 음악적 의견과 생각을 나눴는데, 베토벤의 완벽한 음악에 대한 존경심은 우리 둘의 공통된 생각이었습니다. 요나스와의 인연은 15살에 학생으로 참가했던 핀란드 난탈리 페스티벌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어린 학생이었던 두 사람은 20년이 흐른 후에 다시 난탈리 페스티벌에 선생님으로 또 아티스트로 만나 함께 연주하고 또 학생 시절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요나스는 저의 마지막 국제 콩쿠르도 함께 연주했는데,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던 곡도 바로 베토벤 첼로 소나타였지요. 콩쿠르 12년 후인 2014. 요나스와 핀란드에서 함께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면서, 저희는 리허설 하기 위해 만나서 연습시간만큼이나 오래 베토벤과 첼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

 

 

 

클래식 음악의 기쁨

 

 

 

베토벤은 청력을 잃었고, 슈만은 정신질환을 앓았다. 누구보다 고독하고 우울한 말년을 보낸 두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이번 리사이틀의 제목은 [Joy of Classicism(클래식의 기쁨)]이다. 클래식 음악을 작곡해준 위대한 작곡가들에게 경외와 환희를 표하고 싶다는 그의 음악에는 그의 말대로 그 고통마저도 환희로 바꿔줄 인생이 담겨있다. 베토벤 첼로 소나타를 연주하며 유독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는 그의 이번 리사이틀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송영훈 첼로 리사이틀 - Beethoven & Schumann Joy of Classicism]
일시: 2017 2 25() 오후 8시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예매: 예매: SAC티켓 https://goo.gl/j5LYGm 
   인터파크 https://goo.gl/tb5gFe
   스톰프스토어 https://goo.gl/H928ow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