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9. 20. 15:17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909000024



▲ 메리 J 블라이즈의 2014년 앨범 'The London Sessions' 김정범 제공

뉴욕은 5개의 자치구로 나눠져 있는 도시입니다.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그리고 스테이튼 아일랜드이지요. 이 자치구에는 맨해튼을 중심으로 저마다의 개성과 문화가 공존합니다. 
 
뉴욕에 거주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도시의 작은 구역별로 그 분위기와 개성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내를 걷다 보면 마치 다른 마을이 계속 이어지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작은 구역마다 생김새가 무척 다릅니다. 같은 자치구 내에서도 이토록 지역 개성이 다르니 위의 5개 자치구 간의 개성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저에게는 이런 도시의 특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오래 살면서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감흥이었거든요. 

얼마 전 뉴욕 시장이 올해 브롱크스 자치구에 있는 세즈윅 에비뉴를 '힙합대로(Hip-Hop Boulevard)'로 이름을 변경토록 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뉴욕의 자치구 중 브롱크스는 빈민가와 범죄의 이미지로 가장 얼룩져 있는 자치구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로 인해 이곳이 동부 힙합의 중심이자 성지였다는 점이 퇴색되는 것은 조금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거든요. 그러기에 힙합대로 명칭 변경 사건은 상당히 인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브롱크스 출신의 음악가 중 제가 가장 관심을 갖는 예술가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동부 힙합 음악가 제이지(Jay Z)는 브루클린 출신인데요, 그걸 보면 메리 제이 블라이즈는 그야말로 힙합의 성지에서 태어난 뼛속까지 힙합의 정신을 가진 음악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곤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녀의 음악은 힙합보다는 R&B와 소울에 더 가깝습니다. 좀 더 넓은 층의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팝 음악인 것이지요. 그런데 매번 저는 그녀의 음악이 겉모습은 아니지만, 그 뿌리가 힙합에 아주 단단히 내려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힙합 음악가가 아주 멋들어지게 풀어낸 대중적인 팝 음악의 모습 같다고 할까요? 

오랫동안 그녀의 명성과 음악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제가 그녀의 음악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던 것은 몇 년 전 한 영국 라이브 방송프로그램에서 본 그녀의 무대를 통해서였습니다. 그녀를 제외하고는 모두 내로라하는 영국의 팝 아티스트들과 록 밴드들이 계속 이어가며 라이브를 진행했는데요. 오직 그녀의 음악만이 출연진들과 성격이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무척 잘 어울렸을뿐더러 심지어 가장 인상에 남는 멋진 라이브를 끌어내더군요.  

다른 장르의 음악과 함께 할 수 있는 세련된 유연함과 함께 강력하고 거친 힙합의 냄새가 녹아있지만 다양한 팬층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었던 것이지요.

2014년 발매된 'The London Sessions'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가 영국을 여행하며 런던의 멋진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한 앨범입니다. 그녀의 다른 앨범들도 다 멋지지만, 이 앨범은 특히 메리 제이 블라이즈가 다른 R&B 소울 음악가들과 무엇이 확연히 다른지 그 매력을 너무나 잘 들려주고 있어요. pudditorium.com

 
김정범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