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는 여러 리더들의 손길로 돌아간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전체의 소리를 한 방향으로 이끈다면, 수석들은 지휘자 리드에 맞춰 각 악기 파트 소리를 책임지는 막대한 임무를 맡는다. 연주 때 지휘자와 제일 가까운 맨 앞자리에 앉아 객석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이들이 수석이다. 악단 사운드와 정체성을 구성하는 뼈대인 만큼 전통 있는 악단일수록 선발 기준이 몹시 까다롭다. 최근 콧대 높은 유럽 오케스트라들에서 한국인 수석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수차례 치열한 공개오디션에서 실력만으로 클래식 본고장 유럽 출신 경쟁자들을 제치고 자리를 따낸 당찬 젊은이들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의 마음을 사는 완벽한 후보가 나타날 때까지 몇 년이고 공석으로 비워두는 자리라 더욱 의미가 깊다. ◆ 독보적 개성과 존재감으로 인정…현지 극성 팬까지 거느려 독일 베를린방송교향악단 바순 수석으로 활약 중인 유성권(28)은 2009년 스물한 살 나이에 7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수석 자리에 올라 화제를 낳은 인물이다. 당시 악단 전 파트를 통틀어 최연소였다. 그는 수석 입단 반년 후 단원들에게 인정을 받고 종신 단원이 됐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폴란드 출신 거장 마레크 야놉스키가 실력과 개성으로 인정한 몇 안 되는 주자다. 지난달 29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근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입단 후 몇 년간은 수석으로서 지휘자와 악단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지만 이제 7년차가 되면서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유성권이 현지에서도 이례적일 만큼 어린 나이에 권위 있는 수석 자리를 꿰찬 배경에는 그만의 독보적인 연주력과 존재감이 작용했다. 그는 "오케스트라 곡마다 바순 비중이 크지만 나머지 악기에 상대적으로 묻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향을 바꾸고 싶었다. 그래서 공연 때마다 바순 소리가 제대로 돋보이도록 솔리스트적인 면을 특히 강조하고 연주 움직임도 크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그의 역량을 파악한 야놉스키는 요즘도 종종 연주 후 그에게 "잘 뽑은 것 같다"고 말을 건넨다. 바순 비중이 컸던 지난 시즌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공연 뒤엔 유성권만 네 번 일으켜 세워 박수를 받게 했다. 그는 공연 때마다 케이크를 구워주고 명품 볼펜을 사주는 현지 '극성 팬'들을 거느린 유일한 단원이기도 하다. 그의 활약상은 피아노나 바이올린·첼로 등 현악기에 비해 국내 연주자들 기량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을 들어온 관악 파트에서 이뤄낸 쾌거다. 유성권 외에도 호른 연주자 김홍박은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호른 제2수석으로, 플루티스트 조성현은 2015~2016시즌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플루트 수석으로 무대를 빛냈다. 유성권은 "관악 분야가 피아노·현악에 비해 시기가 조금 늦었을 뿐 외국에서 공부한 뛰어난 선생님이 늘고 조기 유학을 떠난 연주자도 많아져서 앞으로 비상할 것"이라고 평했다. 그 역시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17세부터 베를린국립음대에서 공부했다. ◆ 실력만으로 만장일치 발탁 [오신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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