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5. 12. 18:35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401000012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81. 푸딩

어머니의 부재와 낯선 일상… 미래로 보내는 옛 일기




▲ 푸딩의 두 번째 앨범 '페자델루(pesadelo)'. 김정범 제공



가까이 오랜 사귄 벗을 일컬어 우리는 친구(親舊)라고 합니다. 살다 보면 어릴 적 친구와 종종 소주 한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때로는 연락이 끊긴 친구 소식이 궁금해질 때도 있습니다. 가끔이지만 마음이 상하여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친구도 있고요. 물론 친구에 관한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요. 그러나 친구란 나와 소통할 수 있고 그 소통을 통하여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존재는 분명한 듯합니다. 때로는 성장이 아닌 경우도 주위에 꽤 많지만요.
 
가족(家族)은 우리가 모두 알 듯 친구와는 다른 존재입니다. 그런데 종종 주위에서 이런 말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친구 같은 가족' '친구 같은 엄마처럼' 등의 표현이요. 물론 그만큼 가족 내에서 부모와 자녀가 더욱 원만한 소통을 이루고 싶다는 뜻임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가족이 분명 친구보다 훨씬 가까운 존재인데 왜 우리는 친구 같은 엄마, 친구 같은 아빠, 친구 같은 딸 등의 관계를 희망할까?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저 역시 갓 1년이 되어가는 저의 아기를 보며 같은 내용의 핑크빛 미래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요즘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는 지금의 내 나이 때 무엇을 하고 계셨었지? 그리고 어떤 모습이셨지?' 제 나이를 손으로 하나씩 꼽아보며 지금의 제 나이 때 아버지 모습이 자꾸 궁금해지고 보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리고는 결국 이런 질문에 도달합니다. '과연 지금의 내가 나와 같은 나이의 우리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면, 물론 영화 같은 말도 안 되는 상상이겠지만, 우리는 과연 친구였을까? 또는 친구가 될 수 있었을까?' 라고요. 그리고 지금의 저의 아기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만약 로와가 나와 동갑의 존재가 되어 지금의 나와 다시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2005년 발매된 푸딩의 두 번째 앨범 'Pesadelo'는 악몽이란 의미를 지닙니다. 예전에 이 지면을 통해 언급한 적이 있지만, 푸딩의 앨범은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에 관한 콘셉트 앨범이었습니다. 

두 번째 앨범의 제목이 악몽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는데요. 겨우 잠이 들어 꿈을 꾸면 우리 가족은 항상 여느 때와 다름이 없는데 아침에 잠이 깨면 차가운 겨울 방 공기와 함께 다가오는 어머니의 부재가 주는 현실과 그 낯선 공기가 너무 제게 고통스러웠거든요. 푸딩의 첫 번째 앨범의 첫 트랙이 어머니가 투병 중 가장 가고 싶어 하셨던 '몰디브'였고 푸딩의 페자델로 앨범의 마지막 곡이 '몰디브로 가는 마지막 비행(The Last Flight to Maldive)'인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이 마지막 트랙은 저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제가 2살 때의 실제 대화를 녹음한 것입니다. 살아생전 어머니의 목소리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가족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소리가 이 앨범의 마지막 음악이었던 셈이지요.  

만약 제 아기와 지금의 제가 동갑의 존재로 다시 만난다면, 그리고 우리가 아직 친구가 아니라면, 저는 로와에게 이 앨범을 들려주고 오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그리고는 꼭 친구가 되어달라고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