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5. 7. 16. 10:11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716000031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47. 여름 반 실내조명의 조율 음악 모키

싱그러운 밤 공기처럼 스며드는 흥겹고 고즈넉한 리듬

 

 

 

음악을 들을 때 음악 외에도 환경이 감상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같은 노래라도 비 오는 날과 햇살이 화창한 날 듣는 느낌이 다르고요. 관심 없던 멜로디도 아늑한 식당에서 흘러 나올때 문득 귀를 사로잡기도 하지요.
 
제가 생각하는 음악을 듣는 환경 중 절대적인 요소 하나가 바로 조명인데요. 생생하게 생각나는 어린 시절 기억 중 하나도 실내조명에 관한 것입니다. 저녁 무렵 방안에서 책을 읽고 있으면 매번 아버지께서 '어두운 데서 책을 읽으면 눈 나빠진다'며 형광등을 켜고 나가셨거든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경험을 하셨을 것이고 지금 자녀를 둔 분들도 '내 아이들의 눈이 나빠지지 않도록 방을 환하게 해 놓아야지' 라는 강박을 가진 분들도 많을 텐데요. 그런데 의외로 '어두운 곳에서 책을 읽는 것이 시력을 나쁘게한다라는 상식은 오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오히려 너무 밝은 조명이 시력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도 하지요.  

사실 우리 도시의 밤거리는 너무 과도한 인공조명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마치 더 큰 음악소리를 내어 경쟁하는 낮 도심의 가게들처럼요. 밤이 되면 소리가 아니라 단지 빛으로 변주되어 또 다른 제2라운드가 시작하는 듯 하지요. 안타깝게도 이러한 우리의 조명 문화는 우리가 거주하고 휴식을 취하는 실내 공간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밤이 되면 방과 거실의 쨍쨍한 형광등이 도심의 집들을 수놓습니다. 마치 우리의 집이 대형마트나 병원도 아닌데 말이죠.  

저는 결혼을 하고 딱 한 가지 아내에게 요구 사항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형광등을 절대 쓰지 말고 간접 조명만을 쓰자는 것이었지요. 그 정도로 실내조명은 저에게 중요한 삶의 요소이기도 한데요. 사실 근본적인 것은 형광등이냐 아니냐의 문제라기보다 실내조명에 대한 이분법적인 편견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밝다와 어둡다 이 두가지의 선택으로만 바라보지 않나요. 일상의 삶은 이와 달리 반복 속에서도 다양한 패턴을 가지고 있음에도 말이지요. 생활의 다양함에 따라 그에 따른 조명도 그 공간에 알맞게 관심이 필요합니다. 마치 우리가 사는 집은 가족들과의 일상과 휴식을 함께하는 곳이지 사무실이나 편의점이 아닌 것 처럼요.  

요즘 해운대는 유독 저녁 날씨가 참 좋습니다. 밤이 되기전 저도 하나 둘씩 집안의 조명등을 켜기 시작하는데요. 그럴 때면 '모키(Mocky)'의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온도에 따라 각방의 램프와 주방조명등을 적절히 맞추어 줍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여름 바람과 밤 공기냄새가 어찌나 싱그러운지요. 마치 모키의 음악이 집의 조명을 조율해 주는 조율사 같습니다. 모키는 캐나다 출신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 그리고 보컬리스트 입니다. 그의 음악은 빈티지한 멋스러움을 갖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흥겨운 리듬속에서도 아주 기분 좋은 고즈넉함을 선사해요. 특히 지난달 발매된 그의 신보 '키 체인지(Key Change)'는 이런 매력이 집약된 걸출한 앨범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여름밤 모키의 새 앨범에 맞추어 집의 조명들을 한번 바꾸어 보는 것은 어떠세요? 정말 멋진 여름밤이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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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
언론 보도2015. 7. 9. 10:16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709000031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46. 오랜 손길이 묻어나는 아늑한 집으로의 초대 비요크

새로우면서도 고유의 빛깔 잃지 않는 멋스러운 음악



▲ 올해 초 발매된 비요크 앨범 표지. 김정범 제공


많은 사람이 아파트를 주거공간으로 가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아파트의 구조는 사실 똑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그냥 아파트가 다 그렇지 뭐'라는 푸념으로 흘려버리기에는 삶에 너무 큰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의 개성은 다양한데 삶의 가장 근본적인 공간이 다들 같은 형태를 가진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거든요. 창의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말이지요. 
 
가격이 높은 아파트는 다르지 않겠냐며 일반적인 아파트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주위에 많습니다. 그런데 돈과 주거공간의 획일화 문제는 분명 다른 듯 보입니다. 다른 나라 도시의 아파트들을 살펴보면 더욱 이러한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이런 획일화가 주거공간마저 돈의 척도와 결부하는 편견을 갖게 한 것은 아닐까요.  

우리 도시의 안타까운 모습에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하네요. 저는 삶의 일차적 공간의 획일화는 분명 사고의 틀을 자유롭게 하는 데 많은 불편을 준다고 믿습니다. 다만 우리 삶에서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뿐이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최근 집이나 주거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꽤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공간의 쓰임새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분들을 주위에서 종종 접할 수 있습니다. TV나 매체 등에서 인기리에 다루어지는 가족에 대한 예능이나 스타들의 집들이 공개되면서 이러한 욕구들이 점점 자연스럽게 다가오는데 한몫을 하기도 했고요.  

저 역시 새 앨범이나 프로젝트를 들어갈 때면 주거 공간을 그 앨범을 준비하는데 맞도록 짜임새를 바꾸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편입니다. 집을 방문해 보면 정말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이 잘 드러나기도 한다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인테리어를 누군가에게 맡긴 집은 항상 표시가 난다는 것입니다. 반면 하나 하나 자신이 시간을 들이고 고민을 해서 아이템들을 마련한 집은 신기하게도 단번에 그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아무리 고가의 집과 훌륭한 디자이너의 인테리어도 애정을 가지고 직접 꾸며 나가는 집의 개성과 아늑함을 나오게 할 수는 없는 듯 합니다.  

주거공간의 꾸밈이 주인의 삶과 닮아 있을 때, 아이템들이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실제 삶에 직접 기능할 때 비로소 빛이 나는 듯 합니다.  

아일랜드 출신의 뮤지션 비요크(Bjork)의 음악을 들을 때면 항상 이런 집을 방문한 듯 합니다. 집 주인이 오랫동안 애정있게 집의 짜임새를 가꾸고 바꾸어 나가며 담백한 멋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집 말이죠.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모든 집의 아이템들이 일상적인 삶에 직접 기능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는 그런 공간들이요.  

현존하는 여성 팝 아티스트 중 장르와 지역을 불문하고 단 한 사람을 꼽으라면 많은 분이 비요크를 꼽으실 거예요. 물론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오랜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움과 트렌드를 잃지 않되 고유 색깔을 지키는 것, 강한 개성과 스타일이 빛을 발하되 아늑함과 자연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것! 이 두 가지는 비요크의 가장 큰 음악적 매력입니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그녀의 음악과 그 음악을 듣는 팬들이 같이 사는 가상의 멋진 집을 꾸며나가는 것은 아닐까요. 올해 초에 발매된 비요크 새 앨범 'Vulnicura'에서도 이러한 그녀 집의 멋스러운 변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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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