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포스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2.08.17 [봄비의 인턴일기] 4. 포스터 모델이 된 영광의 스토리


인턴일기?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고, 그냥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과 열정 하나만 있는 (사실 그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요? 묻고 싶은 당돌한 여자….) 우직한 노력파! 인턴봄비가 그리는 스톰프 뮤직의 소소한 이야기!

'제3자'에서 점차 '뼛속까지 스톰프인'이 되어가며 겪는 생생한 일기! 한 주간 스톰프 뮤직에 있었던 hot한 이야기 혹은 짤막한 리뷰와 추천곡을 남기고 스톰프 뮤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재미있게 풀어나갈 생각입니다. (매주 금요일 update)


 

 

 

 

Part1. 공연포스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4주차! 벌써 한달 채 접어든 인턴생활. 이번 주는 회사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적어볼까 한다.

회사에 들어오기 전, 내가 지녔던 많은 궁금증들 중 하나엔 공연포스터있었다. 공연을 대표하는 이미지,

각양각색 톡톡 튀는 포스터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포스터를 만들까?’라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문화기획을 하는 집단, 문화사냥단 활동을 하면서 우리끼리 포스터를 만들어보기도 했지만

이곳은 공연기획사. 그것도 뉴에이지와 클래식을 대표하는 공연기획사.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들의 세계이기에

더욱 궁금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은 에피소드로 남을 만큼 체험적으로 해결되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로맨틱 피아니스트로서의 타이틀을 지니는 이사오사사키 선생님의 내한공연.

바로 그 콘서트의 포스터에 내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의 '손'이) 출연했기 때문!

 

 

 

Part2. 포스터 손모델이 되다! (with 래퍼선배)

 

영광의 스토리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날은 유난히 무더웠고 퇴근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래퍼선배는 예쁜 손, 네일아트를 하지 않은 손을 가진 자를 찾고 계셨다.

( 래퍼선배 클래식회사에서 일하시는 아리따운 래퍼 선배. 대학교 때 힙합동아리를 하셨다고 한다. 왠지 발성이 남달랐다. 공지영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수식어인 낭창낭창한 팔과 다리를 지니셔서 어떤 옷을 입어도 잘어울리시고, 센스있는 패션감각을 지니셨다. 털털하시고 항상 힘차고 씩씩한 목소리를 가지셨다. )

 

예쁘고 네일아트를 하지 않은 이라..

나는 후자는 해당했지만 전자는 해당하지 않았기에 묵묵히 일을 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손이 컸다. 그렇다고 손가락도 같이 길쭉했으면 좀 보기 좋았을 텐데 손가락은 짧고 손바닥은 컸다. 그래서 항상 어른들은 신기해했었다. 조그만한 애가 손은 크니까. 손재주가 좋아 보인다고 칭찬하시는분도 계셨지지만, 나도 여자들의 로망, 가느다랗고 긴 손을 갖고 싶었기에 오동통한 내 손이 밉기만 했다.

그래도 22년 동안 이 손으로 정말 많은 것을 해냈다. 손이 컸기에 피아노칠 때는 편했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곡도 큰 손으로 잘 해냈다.

그리고 내 손엔 유난히 굳은 살이 많은데 그 까닭은 어렸을 때 무거운 피아노가방을 손으로 들고 다니느라고 손가락 세번째 마디들이 하얗게 굳어졌기 때문이다. 엄지손가락은 아예 지문이 없어졌는데, 펜을 특이하게 잡는데다가 필기할 때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눌러쓰는 버릇이 있고, 펜을 늘 쥐고 지냈던 탓에 그렇게 되어버렸다. 심지어 가운데 손가락은 휘어버렸다. 아무튼 나는 손이 안이쁘다고 생각해서 네일아트도 하지않는다. 기타를 쳐야 하니까 손톱도 기를 수 없다. 최대한 짧게 손톱을 깎는 편이다.

 

 

혼자 머릿속에서 내 손의 역사를 쭉 돌이켜 볼 때까지도  래퍼선배는 마음에 드는 손을 찾지 못하셨다.

결국 나는 래퍼선배와 함께 길을 나섰다. 깔끔하면서도 최대한 심플한 편지지를 사고, 회사 주변 공원으로 향했다. 햇빛을 편지지 중앙에 딱 들어오게, 따스한 느낌을 담아내려고 공원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어서 그런지 포토그래퍼로 변신한 래퍼선배의 마음에 딱 맞는 장소를 물색하기란 쉬운 게 아니었다. 그러던 중에 나뭇가지 사이로 적당한 양의 빛이 비추고 있는 자리를 발견!

가방을 급히 내려놓고 편지지를 직접 손으로 구깃구깃 접었다. 선배는 오래 간직한 느낌이 나게 하기 위해서 라고 하셨다. 수작업을 거친 후 나는 팔을 쭉 펴서 편지지를 벌서는 자세로 들고 있었다.  래퍼선배 작가님의 마음에 들 때까지 찍고 또 찍고 점점 팔은 아려왔다. 그래도 카메라로 확인한 이쁜 사진에 괜히 뿌듯했다. 정말 수십 장을 찍어서야 마음에 드시는 사진 하나를 만들 수 있었다.

 

 

솔직하고 털털하신 선배는 이 사진 안쓰일수도 있어요~” 라고 한마디 남기셨다.

그래서 기대는 안했지만, 결국 운이좋게 포스터에 쓰이게 되었고 이렇게 탄생했다.

 

 

 

 

어찌보면 나의 컴플렉스라고 할 수 있었던 손. 그 손이 포스터에 쓰이니까 내 손도 다시 보게 되고, 단점을 강점으로 승화! 시켜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그날은 왠지 적응도 안되고 사소한 것 때문에 힘들었던 날이었다. 그런 날 햇살을 오랜만에 쐬면서 촬영하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야근하셨던ㅠㅠ) 래퍼선배와 함께 떡볶이를 먹었는데 선배의 따뜻한 조언과 말들은 나를 감동하게 했다. 일적으로는 똑부러지게 말씀 하시다가도 사적으로는 토닥토닥해주시는 선배가 참 멋있었다.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