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11. 15. 16:00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1103000240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10. '제8요일' 사운드트랙

가슴 시린 드라마의 감동을 매듭짓는 음악의 힘
▲ 영화 '제8요일'의 사운드트랙. 김정범 제공
영화는 우리가 알다시피 많은 음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어떤 음악이 필요할까'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디에서 음악이 필요할까'입니다. 영화에서 어떤 부분에 음악이 들어가고 어느 지점부터 어느 지점까지 음악이 흘러야 하는지를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을 전문적 용어로 스팟팅(Spotting)이라고 합니다. 보통 완성본 이전의 편집본 또는 러프 컷(Rough Cut)을 보고 작곡자가 상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요.
 
그런데 이 스팟팅 과정에서 거의 변하지 않는 일종의 규칙 같은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엔딩 크레딧에서는 음악이 반드시 나온다는 것이지요. 물론 예외는 있지만, 영화가 탄생한 이래 음악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는 것은 가장 오래된 관습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어떤 음악이 나올 것인가는 오래전부터 사운드 트랙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지요. 

어떻게 보면 이 전통적 영화의 관습에서 나머지 음악들은 엔딩 음악을 위해 공을 드리블하듯 감정과 정서를 효과적으로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정말 잘 드리블된 음악들은 TV에서 멋진 골을 넣는 축구의 명장면을 보는 것처럼, 영화의 엔딩과 음악이 가지는 감정적 파급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저에게 이런 경험을 손꼽으라면 가장 떠오르는 영화가 바로 '제 8요일(Le Huitieme Jour)'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대학 시절 서울의 한 시네마테크에서 혼자 보았습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그곳의 공기와 온도가 느껴질 정도로 기억이 생생한데요. 그 정도로 유려했던 음악의 흐름과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감동은 지금도 잊히지 않네요. 1996년작 '제 8요일'은 자코 반 도마엘이 연출을 맡고 다니엘 오떼유와 파스칼 뒤켄 그리고 미우 미우등이 주연을 맡았습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조지를 중심으로 깊은 인간애를 다룬 이 영화는 1996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지요.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피에르 반 도마엘(Pierre Van Dormael)이 맡았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주를 이루는 그의 영화 음악은 물론 훌륭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 사운드 트랙의 묘미는 루이스 마리아노(Luis Mariano)가 부른 삽입 음악입니다. 루이스 마리아노는 1914년에 태어나 1970년에 생을 마감한 스페인 출신의 테너입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죠. 그의 음악은 클래식한 주요 오리지널 스코어와 상반되어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하지만, 의외로 영화에 잘 맞아 떨어집니다. 마치 전혀 어울리지 않을 듯한 기성복을 입어 보았는데 맞춤복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이 영화의 엔딩곡은 루이스 마리아노가 부른 '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Maman La Plus Belle Du Monde)'입니다. 피에르 반 도마엘이 잘 이끌어 온 음악의 마지막 여정을 이 곡이 장식하며 가슴 깊이 다가오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당시 저의 어머니께서 오랜 암 투병 중이셨기 때문일까요? 저에게는 지금까지도 이 엔딩과 음악이 생애 가장 감동 깊던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이후에도 이 곡의 가사를 읽을 때면 항상 마음이 아파오곤 합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