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5. 11. 5. 13:56
▲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OST 음반 표지. 김정범 제공

제가 성신여대에서 맡은 수업 중에 '영화음악의 이해'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저는 종종 첫 시간에 "여러분이 좋아하는 영화음악가들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 엔니오 모리코네, 히사이시 조 등의 이름을 대답하고는 해요. 제가 대학 시절 좋아하고 흠모하던 영화음악가들을 지금의 학생들도 여전히 손꼽는 것을 보면 변치 않는 그들의 음악에 한 번 더 감탄을 합니다.
 
반면 '그 외에 현재 우리가 즐겨보는 많은 영화의 다른 음악가들에 대해서 우리는 왜 잘 알지 못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요즘 그래미상이나 할리우드 등에서도 분명 많은 영화음악과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계속 조명하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이런 의문들은 여전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있습니다. 위대한 영화음악가들이 작곡한 노래와 음악은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여전히 관객의 추억 속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와 학생 모두가 기억하는 이들이 직접 자신의 곡을 만드는 작곡가이자 아티스트라는 것이기에 이것이 가능했겠지요.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현실에 대한 아픈 면을 다루는 TV 시사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의 일부 또는 상당수 영화와 드라마 음악 관련 회사가 유령 작곡가들을 고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회사 또는 유명 음악감독이 무명 음악가들의 노고로 창작물을 얻지만 이들의 권리와 성과는 철저히 무시된 채 회사대표 등의 이름이 영화음악감독의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의 성과나 일에 대한 보수 등이 얼마나 부당하고 옳지 않은가 등의 문제를 다른 분야의 삶을 사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기에는 물론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각자의 삶은 너무 바쁘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생각하는 상당수의 음악감독이 음악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채 그 타이틀을 갖고 있다면 그들은 적어도 영화음악감독이란 이름을 가져서는 안되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음악감독들은 세대가 변해도 여전히 그 곡을 손수 만든 아티스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에 대한 정의와 규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나이 어린 학생들 역시 그때 저의 질문에 같은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문화를 영위하고 누릴 때 과정보다 결과물에 대해 많은 의미를 두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과정의 중요성을 하찮게 보거나 불거진 문제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럴 겨를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자신의 삶이 깨어있길 바라는 우리들이 이러한 우리의 주위의 부분을 암묵적으로 동의하거나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번 주는 어린 시절 저에게 영화음악을 항상 꿈꾸게 해주던 작품과 음반을 소개할게요. 바로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고 미야자키 하야오가 연출한 1998년 작 '이웃집 토토로'예요. 우리에게 영화와 음악은 적어도 우리를 항상 꿈꿀 수 있게 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전히 우리의 삶이 조금은 힘들고 버겁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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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