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소식2012. 10. 24. 01:09

* 본 소설은 이사오 사사키 콘서트 당일까지 이어지는 연재소설입니다.
10월 31일 수요일까지 업데이트 됩니다.

 

<지난 주 당첨자 발표>

박현영 / Hyeonhee Cho 님

 

두 분께는 "이사오 사사키 내한 10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을 증정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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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서... Sky Walker

 

- 3화 -

 

<그럴 리 없다고 맹세했지만...>

 

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가까스로 일어났다.

일요일 아침부터 신경질적으로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보다도 더 성가시게 누군가가 현관벨을 눌러대고 있었다.

현관 모니터에는 웬 화류계 사람 같은 옷차림의 낯선 여자가 안절부절 하며 서 있었다.

누구시냐는 물음을 참을성 없이 제치며 먼저 그녀가 말했다.

언니가 사라졌다고.

 

같이 산지는 2, 3년 쯤 됐어요. 저번 주에 갑자기 사라졌어요. 친구 결혼식에 다녀오겠다고 하더니... 거기 가면 그쪽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이제는 멀리서 한 번 쯤 봐도 괜찮지 않겠냐고. 오랜만에 고향에 가는 거라며 설레 하는 모습이 좀 행복해 보였어요. 언니는 처음 봤을 때부터 많이 우울해 보였거든.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워낙 말이 없는데 그쪽 이야기만은 가끔 했단 말이에요. 좀 찾아줘요. 불안한 생각이 들어 미치겠어요...

 

전날의 술기운이 아직 남아서인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와중에 그 여자는 내 앞에 편지 한 뭉치를 불쑥 내밀었다. 받는 사람이 적혀 있지 않은 편지. 얼마나 오래 두고 본인이 쓴 편지를 꺼내어 읽고 또 읽은 것일까.

잔뜩 구김이 간 편지들을 나는 꺼내 읽지 않았는데도 어쩐지 모두 알 것 같아 그대로 물끄러미 바라만 보았다.

그런데 유독 한 봉투만 볼록 튀어나온 것이 있었다.

툭툭 봉투를 털어 내용물을 보니 오래된 카세트 테이프였다.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무거나 꺼내 입은 코트 주머니에 테이프를 넣고 무작정 집을 나왔다. 어디부터 뒤져야 할까. 모르는 사람처럼 산 게 12년인데 이제와 너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시장판 허름한 국수집에서 국수 한 그릇, 떡볶이 한 접시를 시켜 놓고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도 온 듯 즐거웠던 우리가 그 곳에 있었다. 학생대출을 받아 나머지 등록금을 제 손을 벌어 내기에도 빠듯했던 너에게 다른 연인들처럼 맛있는 파스타에 피자를 사 주고 싶어 했던 내게 너는 항상 ‘이런 데이트가 더 사랑스럽다’며 이곳에서 국수를 사달라고 했다. 그 때는 2000원이었던 국수 가격이 4000원으로 올라 있었다. 지금 네가 이곳에 온다면 말도 안 된다며 입술을 비죽거리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나는 문득 그 때의 너에게 미안해졌다. 다른 연인들처럼 커플링도, 기념일 이벤트도 하고 싶어 ‘너는 도무지 로맨스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는 여자’라 툴툴거렸던 나를 못내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던 그 표정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굳이 국수를 먹고 싶다며 울 것처럼 일그러진 얼굴로 어떻게든 너의 사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억지를 부리던 네 모습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너에겐 평범한 데이트 운운하던 나의 그런 철없는 투덜거림도 부담이었던 것이다. 어려운 사정 속에서도 내 옆에서 당당하고 싶었던 너를, 그 자존심을 나는 하나도 알아주지 못했던 것이다.

 

오래 전 다니던 대학의 캠퍼스를 거닐다가 벤치에 잠시 앉았다.

졸업 후 처음 들른 캠퍼스는 주말이라 학생들이 없어서인지 스산하기까지 했다.

오른쪽 코트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무심결에 테이프를 만지작거린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가지고 다니던 워크맨을 친구들 모두 CD 플레이어다 MD다 가지고 다닐 때에도 너는 가방에 열심히 카세트 플레이어를 넣고 다니며 음악을 들었다. 쑥스러움이 많은 너를 간신히 설득해 밴드 동아리에 가입했을 때에도 너는 워크맨 이어폰을 귀에 꽂고 흘러 나오는대로 건반을 두드리곤 했다. 그 때 너는 정말 예뻤다.

- 니가 내 옆에 없으면 나는 세상에 없는 사람일 거야.

제일 좋아한다는 이사오 사사키의 곡을 연주하며 네가 말했었다.

= 말도 안 되는 소리.

먼지가 부유하는 동아리방에서 너는 꼭 먼지처럼 사라져버릴 것만 같았다. 멜로디가 공기 중에 스며든다.

- 그러니까 없어지지 마. 난 못 견딜 거야.

= 그럴 일 없어.

 

네가 다가와 이어폰 하나를 나누어주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맹세했던 나는 2년 동안 네 옆에 없었다. - 자의던 타의던 간에.-

그리고

너는 10년이 넘는 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이제와 먼지처럼 사라졌다.

어찌됐든 너는 내게 미리 경고했던 셈이었다.

 

 


 

4회에 걸친 특별단편연재소설 <사랑을 찾아서... Sky Walker>도 이제 한 회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특히 4회는 10월 28일 공연장에서 판매하는 프로그램북에서 먼저 공개될 예정인데요,

마지막까지 많은 관심과 '좋아요' 애정 부탁드립니다.

 

자, 그럼 이번 이벤트!

3화 소설을 보시고 리플로 여러분의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짧은 동감의 말도, 장문의 사연도 좋습니다.

이사오 사사키의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분 중 세 분을 추첨하여

사랑하는 분께 아름다운 편지를 쓰실 때 사용하실

독일에서 온 고급 필기구 브랜드 '파버카스텔'의 펜 을 보내 드립니다.

 

기한 : 2012. 10. 30 (화)까지   

 

* 이벤트는 이사오사사키 페이스북 내에서만 진행됩니다!

  기타 블로그나 페이스북에서 달아주신 댓글은 이벤트 당첨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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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