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5. 9. 15. 14:41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0910000022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55. 하루 중 가장 충만한 순간에, 마이클 캐리언

달콤한 사탕 같은 예쁜 멜로디



▲ 마이클 캐리언의 2014년 두 번째 정규 앨범 'Love Adolescent' 앨범. 김정범 제공


음악을 구상하고 작곡을 하는 과정에도 사람마다 자신만의 습관이 있기 마련인데요. 그 습관들은 완성된 음악의 개성만큼이나 참 다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티스트들이 가진 공통적인 습관들 중 하나는 낮보다는 밤에 창작물을 머릿속에 구체화시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저 역시 지난 10여년간 앨범을 내면서 대부분을 남들이 곤히 잠든 밤이나 새벽 시간에 곡을 만들어 왔어요. 
 
뉴욕 생활을 끝내고 해운대에 정착하면서 부터는 생활 패턴이 일반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처럼 소위 '나인 투 파이브'(오전 9시~오후 5시)의 생활에 맞추어졌는데요. 그런데도 여전히 음악을 만드는 기간에 접어들면 감춰져 있던 습관이 저도 모르게 다시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게 되더라고요. 그러고는 결국 다시 야밤형 은둔 생활로 저 자신을 바꾸어 놓게 되지요. 

제가 만약 낮에 음악을 만들었다면 제 음악은 달라졌을까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햇빛 아래에서 반응하는 감정의 빛깔들은 그 기운들이 사라진 완연히 사라진 밤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인데요. 

마이클 캐리언의 음악을 들을 때면 이 아티스트의 음악과 더불어 이 곡을 하루 중 언제 만들었을까 참으로 궁금해집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사탕을 물고 있는 듯 느껴질 만큼 너무나 달콤하고 예쁜 멜로디와 노래 때문입니다. 이렇게 낭만적인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감성이 충만해서 터질 듯한 순간 직전에 이 곡이 완성되지 않았을까하는 호기심이 들거든요. 그리고 하루중 그의 그런 때가 마구 궁금해 집니다.  

두 번째 이유는 그의 채널에서 소개된 많은 동영상 때문입니다. 마이클 캐리언은 하루 중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녹화한 라이브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노래와 모습은 영상에서 보여주는 녹화된 그 시간의 배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신기한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이 노래는 어제 해가 지기 몇 분 전 에 완성한 것인데 들어볼래?'라는 말을 건네는 듯 하거든요. 

2011년 발매된 'Carry On'과 2014년 두 번째 정규 앨범 'Love Adolescent'는 이러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음반들입니다. 특히 두 번째 정규작 마지막 트랙인 ' The Simple Things'는 그의 음악적 성향을 대변하는 수작입니다.  

그런데요. 고백하자면 저는 가까운 몇 년 동안 부단히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습관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낮에 곡을 만드는 습관으로의 변화입니다. 몇 년이 지나 이제서야 겨우 낮에 곡들을 조금씩 만들 수 있게 되었네요. 지금 한창 진행 중인 영화 음악은 남자와 여자의 멜로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처음으로 모든 트랙을 낮 시간에 작곡한 영화 음악이 될 거예요. 

그래서 제게는 개인적으로 이번 작업의 의미가 참 남다릅니다.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환한 대낮에 만드는 것이 가능하겠냐고요? 괜시리 감수성만 떨어지는 것 아니겠냐고요? 그 대답은 영화가 개봉되면 음반가게에서 음악과 함께 다시 들려 드리도록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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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