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10. 25. 10:50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1006000253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06. 혼네

일렉트로닉 솔 '식초의 마술' 정통 팝의 재탄생



▲ 혼네의 앨범 'Warm on a Cold Night' 김정범 제공



어린 시절 감기로 인해 기침이 심해지면 어머니께서 식초를 만들어 몇 방울 입속에 넣어주시곤 했어요. 눈살이 확 찌푸려질 만큼 그때 맛본 식초의 강렬한 향과 맛은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기억 때문인지 식초 특유의 향이 저는 내내 참 싫더라고요.
 
부산에서 살면서 생선탕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지요. 그중 부평동의 한 오래된 생선탕 식당은 아직도 제가 무척 즐겨 찾는 곳입니다. 골목 한 어귀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가게인 이곳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종종 요즘 말로 혼술, 혼밥을 하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했던 것은 그분들이 생선탕에 식초를 넣어 드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그것도 몇 방울도 아닌 꽤나 많은 양을요! 세상에나. 어릴 때 그 작은 한 방울에도 입안 전체가 터질듯한 식초였는데 그것을 저렇게 많이 넣어서 어떻게 드시는 걸까? 가게의 테이블마다 당연하다는 듯 하나씩 놓여있는 식초통도 정말 저에게는 진풍경이었습니다.

아내가 임신한 이후로 오랫동안 여행을 할 수 없었습니다. 가끔씩 예전에 함께 여행했던 곳들을 아내와 얘기하며 그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때 그곳들에서 맛보았던 음식들을 떠올리며 비슷한 맛을 내려고 노력하는 저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일종의, 뭐랄까요, 음식을 통해 그곳을 가장 가까이 다시 느끼게 되는 경험 같은 것이랄까요. 그 시간 속에서 특히 관심을 두게 된 것이 식초였습니다.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던 지인에게 부탁해서 오래 숙성된 귀한 발사믹 식초를 부탁하기도 했을 정도인데요. 그 식초를 전해 받았을 때의 기쁨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질 좋은 올리브 오일과 이 발사믹 식초로 만든 간단한 아침 식사들은 무엇보다 우리가 여행했던 곳들을 사진을 들춰보듯 향과 맛으로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었거든요.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완전히 식초의 향과 맛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정말 예상할 수 없던 변화이기도 한데요. 이제는 어떤 음식을 접하게 되면 이 음식에서는 어떤 종류의 식초를 어떻게 넣어서 먹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먼저 떠오를 정도입니다. 당연히 집에도 하나둘씩 다양한 식초들이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고요. 심지어 식초가 없는 생선탕은 이제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생선탕이 테이블에 놓이는 순간 한두 방울도 아닌 식초를 정말 듬뿍 넣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거든요. 정말 식초는 마술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2014년 데뷔한 영국의 일렉트로닉 솔 듀오 혼네(Honne)의 음악은 이런 식초의 마술과도 같은 음악을 들려줍니다. 혼네는 제임스와 엔디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솔 듀오로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정식 데뷔도 하기 전 팬들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는데요. 고전적이고 정통적인 팝이 이들을 통해 기가 막히게 풍부한 빛깔로 다시 태어나죠. 올해 여름 발매된 그들의 데뷔 앨범 'Warm on a Cold Night'은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작입니다. 특히 'Someone That Loves You'와 'Good Togehter'는 제가 무척 사랑하는 이들의 대표적인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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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