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베넷'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5.12.28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66.빌 찰랩과 토니 베넷
언론 보도2015. 12. 28. 14:11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218000010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66.빌 찰랩과 토니 베넷

고목처럼 깊은 목소리와 고전적 연주, 크리스마스에 제격


▲ 빌 찰랩과 토니 베넷의 2015년 앨범 '더 실버 라이닝(The Silver Lining)'. 김정범 제공

 
어린 시절 매년 12월이 되면 가족이 모여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어 장식했습니다. 저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선물을 믿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가족이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만들면 곧 제 머리맡에 멋진 선물이 놓일 거라는 기대감을 고조시키곤 했지요. 큰 크리스마스트리는 아니었지만, 집이 이사하고 세월이 흘러도 아버지는 그 트리와 장식들을 항상 간직하셨습니다.
 
매년 그것들은 조금씩 더 낡아 갔습니다. 새로운 장식품을 조금씩 늘려나가긴 했지만 왜 이 헌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을 아예 새것으로 바꾸지 않는지 저는 참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 이미 그것들은 너무 오래된 아주 촌스러운 장식이 되어버렸거든요.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말이지요. 중년의 어른이 된 저에게 크리스마스에 관한 모든 세월의 기억은 이 크리스마스트리에서 출발합니다. 한해 한 해의 기억들이 그 트리가 나이를 먹는 만큼 같이 자라온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우리 가족이 함께했던 시간 그 소중한 기억의 한가운데에는 이 낡은 크리스마스트리가 항상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주 작은 장식품 하나하나까지 지금도 또렷이 기억이 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겠지요. 

얼마 전 저는 집에 새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식품들을 마련했습니다. 아내와 아기와 함께 부산 평화시장과 시내의 작은 백화점들을 돌아다니며 하나씩 마음에 드는 장식품을 담았지요. 새 가족이 생기면 꼭 크리스마스트리를 장만해야지 하는 생각을 해 왔거든요. 아기에게 첫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주 예쁜 트리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기가 한 살씩 커 가면 이제 이 새 크리스마스트리도 나이를 먹을 거예요. 그리고 반짝거리는 장식품도 조금씩 다시 낡아갈 겁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도 우리가 함께한 이 소중한 시간의 기억의 한 가운데 이 크리스마스트리가 항상 함께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가족이 소파 앞에서 따듯한 코코아 한잔과 함께 이 크리스마스트리를 함께 장식할 상상을 해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네요.

보컬리스트 토니 베넷(Tony Bennett)과 재즈 피아니스트 빌 찰랩(Bill Charlap)이 함께한 2015년 작 앨범 '실버 라이닝(The Silver Lining)'은 이 행복한 상상과 함께 틀 음악으로 이미 제가 꼽아놓은 앨범입니다. 올해 가을에 발매된 이 앨범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뮤지컬 작곡가 제롬 컨(Jerome Kern)의 곡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토니 베넷의 오래된 나무 같은 깊은 목소리와 빌 찰랩의 정통성 있고 고전적인 연주로 해석한 제롬 컨의 음악들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재즈와 목소리 그리고 피아노가 함께하는 명반입니다. 

물론 이 앨범이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하는 중후하고 연륜 깊은 세월의 감성들은 어떤 크리스마스 캐럴 앨범보다 더 진한 크리스마스의 향취를 내는데 더할 나위 없답니다. 여러분의 크리스마스도 이 음반이 더욱 멋지게 해줄 거로 의심치 않습니다! www.pudditorium.com

 

뮤지션 : 김정범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