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1. 누군가를 떠나보낸 적 있나요? - 이별의 클래식
정통 클래식으로 진행되는 리사이틀은 너무 어렵고 고루하게 느껴지죠.
그러나 연주자들이 그 어느 공연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레퍼토리를 고르는 공연이 바로 이 리사이틀이랍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3일간,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연주할 이번 리사이틀의 레퍼토리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드리려고 해요.
지금부터 감정이입할 준비하시고 따라오세요!
"긴 여행을 떠나는 방랑시인의 여정"을 테마로 하는 윤홍천의 이번 리사이틀 <Wanderer 방랑자>는 크게 "이별", "여행", "방랑"의 키워드로 나눌 수 있어요.
오늘은 그 중 "이별"에 대해 이야기해요.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있을 거예요.
(심지어는 1살도 안 된 아가조차도 잠시 주방으로 떠내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
그 대상은 연인이 될 수도, 가족이 될 수도, 친구가 될 수도 있을 테니 우리 각자의 경험을 떠올려 보아요.
떠나는 사람이 있으면 남는 사람이 있죠.
떠나는 사람도 역시 슬픔이 크겠지만 더 큰 슬픔과 함께 상실감 등 여러 가지 무거운 감정을 느끼는 건 역시 남는 사람쪽인 것 같아요.
왜 떠나가냐는 원망도 들 수 있고
하루 종일 슬프고 눈물이 자꾸 나고
이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벌써 그 사람이 그립기도 하고
나 없이 혼자 떠나간 사람의 미래를 걱정하고 염려하기도 하죠.
윤홍천이 연주할 바흐의 "사랑하는 형과의 작별에 부치는 카프리치오 BWV992" 안에는 이러한 복합적인 감정들이 모두 숨겨져 있답니다. (제목이 길지만 우리.. 부담 느끼지 않기로 해요;;)
이 곡은 바흐가 자신의 형이 스웨덴 근위군의 오보에 연주자로 떠나게 되자 이를 슬퍼하면서 작곡한 곡이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바흐는 위인전 속에 나오는 딱딱하고 근엄한 느낌인데 이렇게 가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이었답니다.
이 곡은 여섯 개의 짧은 카프리치오로 구성된 곡인데요, 친절하게도 이 곡 하나하나에는 우리가 이해하기 쉽도록 부제가 붙어 있어요.
1. Arioso: Adagio 여행을 그만두게 하려는 친구들의 부드러운 말
2. (Andante) 타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교훈
3. Adagiosissimo 친구들의 공통된 탄식
4. (Andante con moto) 친구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하고 여기에 모여 이별을 고한다
5. Aria di Postiglione: Allegro poco 마부의 아리아
6. Fugue all'imitatione di Posta 마부의 나팔소리를 모방한 푸가
처음에는 형이 군복무를 위해 떠나게 되자 이를 만류하고 가지 않으면 안 되겠냐고 붙잡죠.
그러나 형의 결심이 굳건했나봐요. 그대로 떠나기로 결정되자 집을 떠나 타지에서 지내게 될 형에게 "먹을 거 조심해서 챙겨 먹고, 소매치기 조심하고, 모르는 사람이 사탕준다고 따라가지 말고 (아; 이건 아닌가;;).. " 등등 염려의 조언을 하는 거예요.
그러고도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다시 한 번 잡아보기도 하고...
그러나 결국 형을 떠나보내는 길, 마차가 서 있고 작별 인사와 함께 그의 앞길을 축복합니다.
그리고 마차는 출발의 나팔 소리를 울리며 길을 떠나죠.
그럼 이쯤에서 바흐는 그런 마음을 어떻게 멜로디에 담았는지 맛보기로 들어볼까요? (연주 : 레온 플라이셔)
아쉬움과 쓸쓸함이 가득한 서두의 느낌이 애잔하게 다가옵니다.
윤홍천이 두 번째로 연주할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KV310" 역시 모차르트가 어머니의 죽음을 슬퍼하며 만든 곡이라고 해요. 모차르트는 밝고 또랑또랑한 느낌이 특성인데 이 곡은 유난이 어둡죠.
어때요?
리사이틀에서 연주하는 곡도 감정선을 따라가니 이제 어렵지 않죠?
내일은 우리 두 번째 테마, "눈누난나 여행길 클래식"으로 봄기운 느껴보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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