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8. 4. 18:47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729000073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198. 나오미 앤 고로

멜로디로 기록한 브라질 음악 명장의 꼼꼼한 일상


▲ 나오미 앤 고로의 2016년 앨범 'Rio, Tempo'. 김정범 제공



TV에서 한동안 대한민국의 명장에 관한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명장이란 산업 현장에서 최고 수준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기술자로, 숙련 기술 발전과 숙련 기술의 지위 향상에 크게 공헌한 사람을 일컫는다고 하는데요. 그 분야도 토목, 기계, 전기, 전자 등 꽤 넓습니다.
 
명장(名匠)과 유사한 말로는 장인(丈人)이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보면서 명장은 장인과는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인은 보통 특출한 분야에 긴 시간과 대를 이어 남다른 노력으로 뛰어난 결과물을 만드는 사람들이잖아요. 
 
근데 이 프로그램에 소개된 명장들은 자신이 원래 전공을 했거나 재능을 보인 분야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초등학교만 갓 졸업했는데 기계나 전기 등에 놀라운 결과물을 만든 분들이 소개되고는 했죠. 오직 오랜 독학으로 잠수함 엔진 등을 개조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며 발전시킨 분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움을 넘어 무척 놀라웠습니다. 

나오미 앤 고로의 음악을 들을 때면 장인이라는 단어보다 이처럼 명장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1998년 결성해 2002년 첫 데뷔 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프로듀서이자 기타리스트인 이토 고로와 보컬리스트 나오미 후세로 이루어진 듀오입니다. 일본 출신 예술가인 나오미 앤 고로는 첫 앨범부터 지금까지 줄곧 브라질리안 음악만을 고집해왔습니다.  

애초에 브라질에서 태어난 것도, 어릴 때 브라질에서 음악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었죠. 예술가로 성장하며 그들만의 방식과 고집을 통해 브라질 음악을 공부했고 연주하며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마치 일본에 사는 브라질 음악의 명장처럼 말이죠. 

아주 수년 전 이들의 음악을 접했을 때 저는 그저 브라질 음악을 무척 사랑하는 음악가들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웃 나라이지만 일찍이 브라질 음악 등에 대한 음반 수요와 음악가들이 그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일본이기에 이런 음악가들과 팬들이 있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세월을 거치며 발표되는 이들의 앨범에 귀 기울여보면 타국 음악가의 본토 음악에 대한 단순한 애정을 넘어 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오미 앤 고로만이 들려줄 수 있는 그들만의 브라질식 음악의 정서와 취향이 담겨 있지요. 이러한 그들의 깊은 성찰과 고요한 집념은 같은 음악가로서 참 부럽고 놀랍습니다. 

지난 앨범 'Cafe Bleu Solid Bond' 이후 최근 나오미 앤 고로가 새 앨범을 선보였습니다. 앨범의 타이틀은 'Rio, Tempo'입니다. 제목처럼 리오에서 보내는 걷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들로 가득하죠. 

첫 트랙 'Brigas Nunca Mais'로 시작해 마지막 트랙 'Rio De Janeiro'로 끝날 때까지 이 앨범은 한 호흡으로 조용하지만, 숨 가쁘게 달려갑니다. 브라질 음악 명장의 꼼꼼한 일상과 그들만의 노트를 마치 멜로디로 들려주는 듯하죠.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연륜 그리고 열정이 주는 감동을 이 음반 한 장이 선사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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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