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805000030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199. 디 안젤로 & 더 뱅가드
아날로그와 빈티지로 써 내려간 14년 만의 기록
▲ 디 안젤로 & 더 뱅가드의 앨범 '블랙 메시아'. 김정범 제공 |
푸디토리움 두 번째 앨범을 만들 당시 뉴욕 맨해튼의 스튜디오에는 소문이 하나 돌고 있었습니다. 디 안젤로(D'Angelo)가 수년째 새 앨범을 만들고 있는데 아직 아무것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죠.
계속 결과물을 갈아엎기를 반복하고 있을 뿐더러 스튜디오를 너무 길게 사용하고 있어 다른 음악가들이 그곳을 몇 년째 사용을 못 하고 있다고요. 그리고 테이프를 녹음에 사용하고 있는데 수백 개가 버려진 채 쌓여가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디 안젤로는 R&B와 네오 소울의 독보적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천재적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하다고 할 만큼 그의 음악은 무척이나 훌륭합니다. 그런데 그의 명성과 활동 기간에 비해 내놓은 정규앨범은 사실 지극히 그 수가 적습니다. 당시 그의 스튜디오 정규 앨범은 1995년 'Brown Sugar'와 2000년 'Voodo'가 전부였어요.
그리고 10년이 지나갈 무렵도 여전히 완성된 결과물 없이 계속 작업만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죠. 저는 그 소식을 듣고 '디 안젤로가 아직도 음악을 해?'라고 반문했을 정도니까요.
부산에 머물던 중 푸디토리움 다음 앨범 사전 조사 차 뉴욕을 다시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튜디오들을 둘러보았고 공교롭게도 제가 마음에 두고 있던 스튜디오가 디 안젤로가 있던 그 스튜디오였지요.
매니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차에 음악이 준비되면 언제든 알려주고 일정을 정해도 된다고 하더군요. 다만 디 안젤로처럼만 쓰지 말아 달라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세상에 그 소문을 들었던 게 내가 뉴욕을 떠나기 전인데 아직도 앨범이 안 나왔다고??" 그러고는 서로 웃으며 넘겼네요.
그해 겨울 드디어 디 안젤로의 새 앨범이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새 앨범 타이틀은 '블랙 메시아(Black Messiah)'였고 '디 안젤로와 뱅가드(D'Angelo & The Vanguard)'라는 이름으로 발매가 되었죠.
14년 만에 발매된 그의 새 앨범에 세계의 팬들은 열광했고 뜨거운 환호를 쏟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소식만 접한 채 솔직히 몇 곡만 흘려듣고 말았습니다. 오래 걸려도 너무 오래 걸린 새 앨범인 탓에 디 안젤로는 저에게 그저 옛 팝스타 가수로 인식이 돼버렸던 것이죠.
지난주 디 안젤로의 이 앨범을 첫 트랙부터 끝 트랙까지 찬찬히 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앨범을 왜 이제야 정독한 거지?라는 후회가 밀려오더군요. 정말 믿을 수 없는 앨범이었습니다.
이 앨범의 사운드는 향후 몇 년간 저에게 가장 손꼽는 훌륭한 프로덕션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며칠째 '블랙 메시아'의 녹음에 관한 해외 자료들을 뒤적이고 있을 정도인데요.
테이프를 비롯해 각종 아날로그 장비들을 최대한 활용한 이 앨범의 사운드는 무척 아름답고 창의적입니다. 그리고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개성을 갖고 있습니다.
음악에서 사운드는 단순히 녹음이라는 기술을 넘어선 가치인 것을 명백하게 증명해 주더군요. 소리의 감동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요?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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