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6. 10. 25. 10:51

[출처]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1012000420


[푸디토리움의 음반가게] 207. 가브리엘 포레

세대 관통하는 감성, 시대의 토대를 만든 서정과 균형


▲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가브리엘 포레의 곡을 연주한 앨범. 김정범 제공


떠난 옛 동네의 음식이 문득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 음식은 의외로 화려하거나 값비싼 것이 아닌 경우가 많더라고요. 저에게는 그런 음식 중 하나가 버펄로 윙입니다. 유학 시절 가을에 생각나던 이 음식은 아주 진한 블루치즈와 곁들이면 정말 환상적입니다. 우리 주위에도 흔한 음식이긴 하지만, 사실 유학 시절 그것의 그리움을 충족시키기에는 항상 아쉽네요.
 
올해 초 대형 쇼핑몰이 동네에 문을 열었습니다. 멋진 경관과 함께 수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식당도 함께 문을 열었지요. 이곳을 제가 즐겨 찾던 이유는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훌륭한 버펄로 윙을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직 이 메뉴에 한해서만큼은 매번 주문 시 종업원이 항상 확인하더라고요. '향과 맛이 기호에 따라 다소 맞지 않을 수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란 것이었지요. 저에게는 무척 훌륭했던 이 음식 맛이 다른 사람에게는 별로인 경우가 많았나 봅니다.

한동안 일로 인해 들르지 못했던 이곳을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다시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처음, 입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음식을 맛본 순간, 맛이 변했음을 느꼈습니다. 같은 모양새였지만, 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향과 맛은 쏙 빠져 있었어요. 종업원에게 물어보았고, 맛이 바뀐 게 맞는다는 대답을 했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대중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평이한 맛으로 바꾸었다고 말이죠. 그날 가족과 함께 아쉬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 이후로 저는 아직 그곳을 다시 찾은 적이 없는데요. 그럼 저는 '좀 더 많은 사람'의 범위에서 제외된 것일까요.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e)는 1845년에 태어나 1924년 생을 마감한 프랑스 작곡가입니다. 로맨틱한 작품을 만들었던 역사 속 클래식 작곡가들 사이에서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음악들을 만들었죠. 대중들에게 훨씬 더 알려진 드뷔시와 라벨의 작품 이전에 프랑스 인상주의의 토대를 만들었던 주인공으로 이후의 프랑스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포레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세련됨과 로맨틱함입니다. 클래식 음악이지만, 이 시대의 대중이 듣기에도, 심지어 영화음악에 쓰여도 전혀 이질감이 없습니다. 그만큼 멜로디의 흐름이 시대를 앞서나갔을 뿐더러 세대를 막론하고 관통하는 감성이 물씬 녹아 있습니다. 

저는 왜 드뷔시와 라벨보다 포레의 음악이 대중들에게 덜 알려졌는지 참 아쉽습니다. 저는 가장 프랑스다운 작곡가를 꼽으라면 포레를 생각하거든요. 그 시대 그의 음악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칭송을 받았지만, 어쩌면 당시 다수 사람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 보곤 합니다. 다소 덜 평이했을는지도 모르지요. 수많은 연주자가 그의 곡을 연주했지만, 이번 주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포레 앨범을 소개합니다. 특히나 낭만에 더욱 집중한 레퍼토리와 연주는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무척 아름답지요. 특히 3개의 무언가 17번 중 안단테 모데라토는 올가을 제가 추천하는 가장 낭만적인 음악입니다. pudditorium.com 

 
김정범  
 
뮤지션

Posted by 스톰프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