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2015. 12. 11. 11:29

원문 주소 :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51211000006

 

디토리움의 음반가게 - 165. 라이언 트루즈델

 

'길 에반스 프로젝트' 재즈의 오늘과 그 의미를 복원하다

 

▲ 2012년 라이언 트루즈델의 '길 에반스 프로젝트' 앨범 'Centennial' 김정범 제공

 

 

내년 2월에 열리는 제58회 그래미상의 후보들이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각 부분과 그 후보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재미가 있는데요. 저의 첫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베스트 라지 재즈 앙상블(Best Large Jazz Ensemble)' 부문입니다.  
 
올해의 후보로 '길 에반스 프로젝트(Gil Evans Project)'의 앨범 '라인즈 오브 컬러(Lines Of Color)'가 올라와 있습니다.  
 
길 에반스는 1912년에 태어나 1988년에 생을 마감한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편곡가입니다. 그의 음악과 영향은 재즈 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요. 현대 재즈 오케스트라가 그의 음악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오늘날의 재즈를 있게 한 거장으로 마일즈 데이비스와 함께 길 에반스를 꼽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길 에반스 프로젝트'는 길 에반스의 재즈 오케스트라 음악을 더욱 세밀하고 본래 의도에 맞게 복원하여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의미 있는 작업의 중심에는 뉴욕에서 활동 중인 작·편곡가 라이언 트루즈델(Ryan Trusdell)이 있습니다. '길 에반스 프로젝트'의 대장이자 이 작업을 이끌어 온 장본인이지요. 라이언 트루즈델은 보스톤의 뉴잉글랜드 컨저버토리에서 작곡을 전공하며 다양하고 깊이 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놀라운 작업물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사실 제가 처음 라이언을 알게 된 것은 마리아 슈나이더의 앨범을 통해서였습니다. 마리아 슈나이더의 열렬한 팬이었던 저에게 라이언 트루즈델은 그녀의 음악 조력자로 무척이나 궁금하고 신선했습니다. 그의 탁월한 재능이 앨범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였거든요.

세월이 지나 얼마 전 제가 영화 '허삼관'의 사운드트랙을 한창 진행할 무렵이었습니다. '허삼관' 음악의 최종 결과물은 클래식 심포니 오케스트라였지만, 초기 계획은 사실 재즈 오케스트라 앙상블을 중심에 둔 사운드트랙이었지요.  

많은 고민을 하며 푸디토리움의 음반을 같이 제작해 온 뉴욕의 친구들과 이에 관해 메일을 주고받았는데요.  

어느 날 '옐로우 자켓'의 드러머이기도 했던 마커스 베일러가 저에게 "라이언 트루즈델에게 한번 연락을 해보는 건 어때? 나는 그가 뉴욕 최고라고 생각해" 하며 그의 연락처를 주더군요.

저는 "뭐? 내가 아는 라이언 트루즈델, 그 엄청난 작·편곡가를 얘기하는 거야?"하고 무척 놀랐지요. 덕분에 저는 라이언 트루즈델과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었고, 많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영화음악의 콘셉트가 전면적으로 수정되면서 라이언과 이 작업을 같이할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매번 장문에 걸친 그의 메일은 참 인상 깊었습니다. 논리 정연하고 본연의 의미를 되짚어가는 그의 음악은 마치 그의 서신을 닮아있는 듯했거든요. 

오늘 음반가게에서는 2012년 라이언 트루즈델의 길 에반스 프로젝트 앨범 'Centennial'을 소개해드립니다.  

오늘이 지나기 전, 라이언에게 축하 메일을 한 통 써야겠습니다. 그리고 이 멋진 작업을 영원히 응원할 거라고요.  

www.pudditorium.com 

뮤지션 : 김정범 

Posted by 스톰프뮤직